위기의 지역아동센터... 정말 답답합니다
[주장] 청소년유해시설 피할 길 없는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는 서울시 구로구 구로2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입니다. 지역아동센터는 학교의 돌봄교실과 유사한 방과후 돌봄을 하는 기관이지만, 1980년대 빈곤지역의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되면서 지역사회 어려운 아이들의 보호를 우선적으로 책임지는 아동복지이용시설입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운영비의 70% 정도를 국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동들을 돌보는 데 가장 중요한 '시설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입니다.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도 1998년 IMF 당시 구로의 방임아동이나 결식아동들의 보호를 위해 지역민들이 힘을 모았던 것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계속 시설을 임대해 센터를 운영해오고 있어 이사를 다닌 횟수만도 꽤 됩니다. 현재는 구로2동의 한 교회에서 무상으로 시설을 임대해주고 있어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구로3동에 시설을 임대해왔습니다.
구로3동에 임대를 해있던 당시 보증금에 월세를 50만 원씩 내고 센터를 운영했습니다. 집주인이 월세를 1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해 그런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우니 시설을 이전하겠다고 하고 옮길 준비를 했습니다. 이후 교회에서 무상건물을 얻어 나오기까지 집주인은 보증금 등을 돌려주지 않은 채 계속 나 몰라라하며 2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구로3동 주택의 노후가 심해 안전이 심하게 우려되던 차에 인근 교회에서 감사하게도 2년 정도 무상임대를 해주시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2011년 여름 현재 장소로 이전을 하게 됐습니다. 2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임대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아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던 차라 교회에서 1년 동안 기간을 더 연장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이제 교회와 약속한 날짜기 2014년 6월 30일로 다가왔습니다. 불과 보름 정도 뒤면 지금의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구로구는 서울시를 통해 2004년 복권기금으로 지역아동센터에 지원된 바 있는 전세자금이 8000만 원을 타구의 폐쇄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이전받아 저희 기관으로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보증금 정도의 돈을 마련하게 됐으므로 처음에는 적당한 시설만 찾으면 별 어려움없이 약속된 기간 안에 시설을 이전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가 있는 구로2동과 가리봉동에는 이전할만한 시설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함을 알게됐습니다.
지역아동센터가 이전을 하려면 반경 50미터 내에 PC방, 노래방, 유흥업소, 유락시설 등으로 불리는 청소년유해시설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인근 지역에는 거의 모든 건물마다 유해시설이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상가건물을 찾아도 유해시설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그러면 주택가로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들의 쾌적성을 위해 최소 82.5제곱미터(25평형)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희 기관처럼 정원이 30명이 이상이 되면 30평 이상의 주택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 기관이 있는 지역에서 그리 큰 주택을 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복지부는 이 평형에서 화장실과 베란다 등을 제외한 전용면적을 고집하고 있고, 공무원 지침에는 '실측까지 해보라'고 나와 있는 형편입니다.
구로구에는 방 하나, 부엌 하나로 된 주택 형태가 많습니다. 게다가 한 집 안에 3~5세대가 세들어 사는 경우도 많아 주택을 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25평형이나 30평이라 해서 가보면 대충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적으로 주택 면적이 몇 제곱미터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런 조건으로 여기서 집 구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겨우겨우 어떻게 수소문해 합당한 주택을 찾으면 집주인들은 8000만 원까지 보증금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증금은 1000~2000만 원가량 소액으로 받고 월세를 많이 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그나마 아이들이 이용하는 초등학교를 달리해 하나 겨우 구해놓은 것마저 집주인이 절대 전세권 설정을 해줄 수 없다고 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생각뿐입니다. 보증금이 없어 지원금을 받으려고 하지만 이는 지원금이라서 또 전세권 설정을 해야 하고, 이만큼이라도 걸지 않으면 저희 같은 소규모 시설들은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 저는 이 기관에서 시설장으로 10년 넘게 일했지만, 아직 급여를 150만 원밖에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월세 150만 원은 이 동네에서 아주 흔한 일입니다.
복지부에도 하소연을 해봤습니다. 아동의 권리를 위해서니 이해해달라고 말입니다. 저도 아이들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는 게 뭐 좋겠는가 싶어 이해를 하려고 하다가도 어차피 아이들은 이 지역에서 살면서 눈가리고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지역아동센터만 이런 규정을 요구하는 게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복지부는 아동의 권리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아동의 권리 때문에 정작 아이들이 필요한 시설이 갈 곳이 없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과연 무엇이라고 답할지 모르겠습니다.
인근 부동산 사무소는 이제 너무 돌아다녀 들어가기조차 민망합니다. 구청의 담당 공무원은 제가 뭘 바라고 일부러 그러는가 싶었는데 자신도 지역을 다녀보니 참 그렇다며 안타깝다고는 합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학교는 저희가 너무 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서 시설을 내주기가 좀 그렇고, 저희 같은 외부인은 학교를 들일 수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저희 기관에 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거의 전부인데 초등학교의 반응이 이러니 어디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철폐를 이야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저희 기관이 처해 있는 규제를 알고 있을까요? 아이들은 돌보라면서, 또 학교 돌봄교실이 하지 않는 야간돌봄까지 해주길 바라면서 시설에 대한 규정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지난 9일, 저희 기관은 비상학부모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저는 "상황이 이러니 학교든, 다른 지역아동센터든, 아이들을 보낼 곳을 소개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이 지역에는 이런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힘을 모아 이 어려움을 이겨내자"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6월 30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같이 작은 지역아동센터들은 그냥 없어지는 게 맞을까요? 올해 초부터 적당한 곳을 구하고 다녔는데,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6월 30일에 구청 앞에 짐을 싸들고 가야 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10년을 넘게 구로의 아이들을 돌봐와도 그냥 이렇습니다. 물론 생색을 내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조금은 나아지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처음 시작할 때 먹은 마음 '월세를 낼 수 있는 그날까지만 한다'던 결심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고, 큰 집이 없으니 어쩔 수 없고, 그렇게 다 어쩔 수 없으면 이 아이들에게는 도대처 어떤 수가 있다고 말해야 할까요? 정말 답답합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운영비의 70% 정도를 국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동들을 돌보는 데 가장 중요한 '시설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입니다.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도 1998년 IMF 당시 구로의 방임아동이나 결식아동들의 보호를 위해 지역민들이 힘을 모았던 것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계속 시설을 임대해 센터를 운영해오고 있어 이사를 다닌 횟수만도 꽤 됩니다. 현재는 구로2동의 한 교회에서 무상으로 시설을 임대해주고 있어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구로3동에 시설을 임대해왔습니다.
구로3동에 임대를 해있던 당시 보증금에 월세를 50만 원씩 내고 센터를 운영했습니다. 집주인이 월세를 1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해 그런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우니 시설을 이전하겠다고 하고 옮길 준비를 했습니다. 이후 교회에서 무상건물을 얻어 나오기까지 집주인은 보증금 등을 돌려주지 않은 채 계속 나 몰라라하며 2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구로3동 주택의 노후가 심해 안전이 심하게 우려되던 차에 인근 교회에서 감사하게도 2년 정도 무상임대를 해주시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2011년 여름 현재 장소로 이전을 하게 됐습니다. 2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임대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아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던 차라 교회에서 1년 동안 기간을 더 연장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이제 교회와 약속한 날짜기 2014년 6월 30일로 다가왔습니다. 불과 보름 정도 뒤면 지금의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구로구는 서울시를 통해 2004년 복권기금으로 지역아동센터에 지원된 바 있는 전세자금이 8000만 원을 타구의 폐쇄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이전받아 저희 기관으로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보증금 정도의 돈을 마련하게 됐으므로 처음에는 적당한 시설만 찾으면 별 어려움없이 약속된 기간 안에 시설을 이전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가 있는 구로2동과 가리봉동에는 이전할만한 시설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함을 알게됐습니다.
지역아동센터가 이전을 하려면 반경 50미터 내에 PC방, 노래방, 유흥업소, 유락시설 등으로 불리는 청소년유해시설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인근 지역에는 거의 모든 건물마다 유해시설이 있습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상가건물을 찾아도 유해시설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그러면 주택가로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들의 쾌적성을 위해 최소 82.5제곱미터(25평형)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희 기관처럼 정원이 30명이 이상이 되면 30평 이상의 주택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 기관이 있는 지역에서 그리 큰 주택을 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복지부는 이 평형에서 화장실과 베란다 등을 제외한 전용면적을 고집하고 있고, 공무원 지침에는 '실측까지 해보라'고 나와 있는 형편입니다.
구로구에는 방 하나, 부엌 하나로 된 주택 형태가 많습니다. 게다가 한 집 안에 3~5세대가 세들어 사는 경우도 많아 주택을 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25평형이나 30평이라 해서 가보면 대충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적으로 주택 면적이 몇 제곱미터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런 조건으로 여기서 집 구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겨우겨우 어떻게 수소문해 합당한 주택을 찾으면 집주인들은 8000만 원까지 보증금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증금은 1000~2000만 원가량 소액으로 받고 월세를 많이 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그나마 아이들이 이용하는 초등학교를 달리해 하나 겨우 구해놓은 것마저 집주인이 절대 전세권 설정을 해줄 수 없다고 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생각뿐입니다. 보증금이 없어 지원금을 받으려고 하지만 이는 지원금이라서 또 전세권 설정을 해야 하고, 이만큼이라도 걸지 않으면 저희 같은 소규모 시설들은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 저는 이 기관에서 시설장으로 10년 넘게 일했지만, 아직 급여를 150만 원밖에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월세 150만 원은 이 동네에서 아주 흔한 일입니다.
복지부에도 하소연을 해봤습니다. 아동의 권리를 위해서니 이해해달라고 말입니다. 저도 아이들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는 게 뭐 좋겠는가 싶어 이해를 하려고 하다가도 어차피 아이들은 이 지역에서 살면서 눈가리고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지역아동센터만 이런 규정을 요구하는 게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복지부는 아동의 권리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아동의 권리 때문에 정작 아이들이 필요한 시설이 갈 곳이 없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과연 무엇이라고 답할지 모르겠습니다.
인근 부동산 사무소는 이제 너무 돌아다녀 들어가기조차 민망합니다. 구청의 담당 공무원은 제가 뭘 바라고 일부러 그러는가 싶었는데 자신도 지역을 다녀보니 참 그렇다며 안타깝다고는 합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학교는 저희가 너무 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서 시설을 내주기가 좀 그렇고, 저희 같은 외부인은 학교를 들일 수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저희 기관에 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거의 전부인데 초등학교의 반응이 이러니 어디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철폐를 이야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저희 기관이 처해 있는 규제를 알고 있을까요? 아이들은 돌보라면서, 또 학교 돌봄교실이 하지 않는 야간돌봄까지 해주길 바라면서 시설에 대한 규정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지난 9일, 저희 기관은 비상학부모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저는 "상황이 이러니 학교든, 다른 지역아동센터든, 아이들을 보낼 곳을 소개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이 지역에는 이런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힘을 모아 이 어려움을 이겨내자"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6월 30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같이 작은 지역아동센터들은 그냥 없어지는 게 맞을까요? 올해 초부터 적당한 곳을 구하고 다녔는데,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6월 30일에 구청 앞에 짐을 싸들고 가야 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10년을 넘게 구로의 아이들을 돌봐와도 그냥 이렇습니다. 물론 생색을 내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조금은 나아지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처음 시작할 때 먹은 마음 '월세를 낼 수 있는 그날까지만 한다'던 결심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고, 큰 집이 없으니 어쩔 수 없고, 그렇게 다 어쩔 수 없으면 이 아이들에게는 도대처 어떤 수가 있다고 말해야 할까요? 정말 답답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성태숙님은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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