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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팽목항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렵다"

오늘도 팽목항은 잠들지 못합니다

등록|2014.06.12 13:58 수정|2014.06.12 15:15

▲ 눈물마저 말라버린 엄마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딸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평소에 그렇게 좋아했던 과자를 하나 까서 놓고 갑니다. ⓒ 김종술


▲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타에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한 줄 소중하게 써내려간 편지와 아들에게 꼭 맞을 축구화까지,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이 반듯하게 놓여있습니다. ⓒ 김종술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57일째인 지난 11일,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길. 가로수 가지에 낡은 노란 리본이 빠지지 않고 매달려 있습니다. 발 디딜 틈 없이 몰렸던 취재진도, 자원봉사자도 하나둘 빠져나간 팽목항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합니다. 

모두가 죄인이 되어버린 이곳에선 고개가 자꾸만 땅으로 내려갑니다. 덩달아 한숨만 나옵니다. 한 유가족이 아이를 위해 도넛과 케이크를 떼어 내 바다에 던집니다. 목말라 할까 봐 평소에는 못 먹게 말리던 콜라도 뿌려줬습니다.

무심한 바다는 케이크와 도넛에 벌레가 끼도록 주인을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바람으로 오라'는 글귀가 담긴 풍경소리만 이따금 적막을 깨웁니다.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낡은 리본에 사연도 제각각입니다.

▲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그리며 애절한 사연이 가득한 낡은 리본이 바닷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김종술


▲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그리며 애절한 사연이 가득한 리본 사이로 주인 잃은 신발만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 김종술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만 엄마에게 돌아오라.
ㅇㅇ아 고맙다 엄마에게 와 주어서 사랑한다.
엄마 난 엄마 아들이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내가 잠수부가 아니어서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해요 대신에 열심히 기도할게요.

한 줄씩 소중한 사연을 읽어가는데,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눈물마저 말라버린 줄 알았던 엄마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빼빼로 하나를 놓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낍니다.

어둑어둑해진 항구에는 경찰과 소방관만이 항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틈 속으로 파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버려진 쓰레기를 줍습니다. 드문드문 찾는 사람들도 발소리를 죽여가며 리본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지고 쓰다듬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난 다음 날부터 나흘에 한 번씩 찾고 있다는 자원봉사자는 "유가족들이 얼마 전까지 정신이 나간 사람들처럼 때론 화가 잔뜩 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더니 요즘은 유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사람들에서 잊혀지는 것"이라며 "아직도 그 분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밤의 적막을 깨우듯 스님의 목탁소리와 불경 소리가 바닷바람을 가릅니다. 무심한 바다는 파도소리로 적막함을 깨웁니다. 오늘도 팽목항은 잠들지 못하고 가로 등불을 밝힙니다.

▲ 그만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라고 늦은 밤 스님은 간절한 기도와 목탁소리만 밤바다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 김종술


▲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을 위로하는 글귀가 소중하게 붙어 있습니다. ⓒ 김종술


▲ 오늘도 무심하게 해경은 빈손으로 돌아오나 봅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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