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나도 울고 개구리도 운다

등록|2014.06.15 17:44 수정|2014.06.15 17:44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은 눈물로 호소했다. 두 눈에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고 방송카메라는 눈물을 크게 잡았다. 여당은 정부·여당 책임론에 맞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 호소했다. 눈물의 힘은 대단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던 여당은 선거로 살아났고 '한 표 한 표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 들이겠다'고 표심에 고개를 숙였다.

선거는 끝났고 저들은 다시 어깨에 힘주고 뻣뻣해졌다. 국민을 섬기겠다 넙죽 엎드려 눈물 흘리던 이들이 아니다. 인적 쇄신이니 국가 개조니 하는 말을 흘리더니 폐단은 그대로 남기고 입 안에 혀처럼 굴 사람들을 높은 자리에 불러 앉혔다. 안대희씨에 이어 국무총리감으로 내세운 사람이, 이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한 DNA를 타고난 탓에 하나님의 뜻으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전쟁과 분단국가라는 시련을 주었다고 떠벌렸다.

여론이 들끓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총리실은 11일 KBS '뉴스 9'에서 보도한 것은 악의적 편집이라고 보도자료를 냈고, 총리 후보자 쪽은 낯두껍게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들먹이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오히려 겁을 줬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언론인이 자유롭게 말한 것을 부정하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감쌌다. 

이런 망언이야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국회의원이며 장관, 교수, 심지어 서울시장 후보 아들까지 이 나라 국민이 미개하다고 나무라지 않는가. 입 달린 짐승이 제 입으로 무슨 말이야 못하겠는가. 그걸 비난할 생각은 병아리똥만큼도 없다. 다만 친일과 반민족의 역사를 바로잡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안타깝고 가슴 아플 뿐이다.

우리 두 눈으로 보지 않는가. 일제에게 민족을 팔고 탐욕과 부귀와 권세를 누렸던 이들이 자자손손 고관대작에 올랐다. 그래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 있'는 게 이 나라고 이 땅이다. 참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총리도 되고 장관도 되는 '은혜로운 이 땅'을 만들었다.

말은 그 사람을 말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속마음이야 속속들이 알 수 없어도 그 속은 알게 모르게 말로 드러난다. 교회뿐만 아니라 강단에서 한 말들로 보면 결코 학자나 종교인으로 한 말만은 아니다. 뼛속까지 친일과 반민족의 정서를 지닌 사람이다. 더구나 자리에 따라 말 바꾸기를 일삼는 사람 말은 지나가는 강아지도 안 믿겠다. 더구나 그런 사람을 총리에 앉히는 이 나라가 어찌 일본 극우 지도자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왜곡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자꾸만 본전 생각이 난다. 2012년 국민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로 보면 국민 1천만 명이 한 달에 139만 원도 못 번다고 국세청이 발표했다. 그러면 국무총리 연봉은 얼마나 할까? 찾아보니 올해 정부가 발표한 바로는 1억5천만 원이 넘는다. 세금 내기 아깝다. 저들의 핏속에는 친일과 반민족의 DNA를 타고난 탓에 저런 자들이 국민을 저버리고 국가와 민족을 배반해도 국민의 피땀으로 국립대 교수도 하고 총리 지명도 받으면서 떵떵거리며 잘 먹고 산다.

우리 헌법의 근본인 3·1운동 정신을 외면하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헌법 조항에는 아예 눈을 감는다. 오히려 국민을 개조하겠다고 서슴지 않는다. '개조'고 '쇄신'이고 좋도록 뜯어 고치거나 바꾼다는 말일텐데, 누구에게 좋도록 만든다는 말인지 먼저 묻고 싶다.

가끔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개구리 나라 임금 모시기라는. 개구리들이 지도자를 뽑을 요량으로 한데 모였다. 이런저런 의견 끝에 황새를 지도자로 모시기로 한다. 황새의 우아함과 힘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래서 어찌 되었을까. 지도자가 된 황새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개구리를 잡아먹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도 울고 개구리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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