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때 수녀 부상은 종교탄압"

천주교 단체 성명 발표... 밀양 주민 80여명 상경해 경찰청 앞 퍼포먼스

등록|2014.06.16 09:36 수정|2014.06.16 09:36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창세 6,11)."

밀양 송전탑 움막농성장 강제철거 행정대집행 때 천주교 수녀·수사들이 다치는 등 피해를 입은 가운데, 천주교 단체들이 경찰에 항의하면서 '종교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는 16일 낸 자료를 통해 "폭력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밀양경찰서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했다.

지난 11일 밀양시와 경찰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철탑 공사 예정지 안에 있었던 움막농성장을 강제철거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있었던 천주교 수녀·수사 등이 다쳐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또 수녀 등이 경찰에 끌려 나오면서 구건이 벗겨지기도 했다.

▲ 11일 밀양시와 경찰이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 강제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에 나서자 천주교 수녀들이 스크럼을 짜고 구덩이 앞에 앉아 있다. ⓒ 윤성효


천주교 단체들은 '밀양 송전탑 주민 농성장 폭력적인 행정대집행 규탄 성명'을 통해 "이번 행정대집행에 불법 관여하고 밀양의 어르신들과 수도자들, 사제들에게 폭력을 자행한 경찰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단체들은 "마지막까지 눈물로 호소하며 대화를 요청했던 주민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한 채 오히려 정부는 지난 11일 조롱과 멸시 가득 찬 폭력으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였다"며 "특히 경찰은 밀양의 어르신들 역시 재산과 건강을 보호받아야 하는 국민임에도 단 한 사람도 보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경찰이 보여준 행태는 다시 한 번 경찰의 직무를 포기한 것"이라며 "한전의 경비용역을 자처하며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경악스러운 것은 수녀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정결을 상징하는 베일을 벗기는 등 참으로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안겨준 점"이라며 "베일은 거룩함과 정결을 지키고자 하는 수도자의 삶 그 자체다, 이렇듯 베일의 의미는 굳이 가톨릭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경찰은 기본적인 상식과 법, 예의를 지키기는커녕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잔악무도한 물리적인 폭력 행사로 팔 골절 부상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폭거를 수녀들에게 자행하였다"라며 "이는 명백한 종교탄압이며 결코 묵과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천주교 단체들은 "수도자들은 밀양의 어르신들과 함께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며 "이 땅에 부당한 국책사업과 야만적인 국가폭력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정의와 평화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주민 80여명 상경, 경찰청-한전 앞 퍼포먼스

한편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는 "서울 가서 경찰청장 파면시키자"며 상경투쟁에 나섰다. 16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80여명이 대형버스 2대를 이용해 상경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 경찰청 앞, 오후 2시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항의 퍼포먼스'를 벌인다. 대책위는 "주민들은 이번 대집행 참사를 야기한 경찰에게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주셨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경찰청 앞에서는 경찰청에 대한 '국민대집행'과 여경들의 기념사진 촬영에 빗대어 '브이(V)자 사진 퍼포먼스', '경찰 감자먹이기' 등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한전 앞에서는 송전탑을 할매들이 호미로 캐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