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문창극 어차피 안 된다" 새누리 주류-비주류 갈등 분출
친박 '문창극 총리 카드 강행'에 친이·소장파 '부글부글'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수의 국민들이 아니다 하면 아닌 것이다, 고집부릴 일이 아니다"라며 문창극 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강행 기류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5월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관련 현안보고 참석 모습 ⓒ 남소연
문창극 새 국무총리 후보자가 새누리당을 흔들고 있다. '친이(친이명박)'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16일 침묵을 깨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문창극 카드 강행'에 제동을 걸었다. 당내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과 비주류인 친이·소장파 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다수의 국민들이 아니다 하면 아닌 것이다, 고집부릴 일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문 후보자가 자신의 기명칼럼과 대학강의, 교회 강연 등으로 식민사관·우편향 논란을 일으키면서 국민 대다수가 정부·여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MBN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과 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65.6%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조차 '사퇴'를 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42.8%였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옛 중국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은 바른 소리로 간언하는 것을 잘 들어 나라를 창성하였다 한다"라며 "지금 나라 형편이 말이 아니다,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접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를 더 이상 어지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어차피 안 될 일 가지고 시간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오 "앞으로 지도부 되겠다는 분들 국민의 소리 전달해야"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강행하고 국회 본회의 표결로 들어가더라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시간을 끌어도 결과는 뻔한 일"이라며 "이미 이웃나라에도 망신살이 뻗쳤다"라고도 말했다. 문 후보자는 본래 이날 예정된 청문요청서 제출을 '준비 미비'를 이유로 하루 뒤인 17일로 미뤘다.
이 의원은 또 '문창극 감싸기'에 나선 친박 주류와 당권주자들도 겨냥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의 경우, 지난 15일 오찬 간담회에서 "문제가 있으면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라며 "(문 후보자의) 인품은 사실 굉장히 점잖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홍문종 의원 역시 이날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성경 말씀에 비춰보면 (문 후보자의 발언은) 충분히 납득된다"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홍문종 "문창극 발언, 성경 비춰보면 충분히 납득")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이럴 때 당 지도부나 앞으로 지도부가 되겠다는 분들이 국민들의 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라며 "몸보신할려고 지도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눈치보고 시키는대로 당을 이끄는 것은 전임 지도부로도 족하다"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공자가어'에 나오는 '탕무이악악이창(湯武以諤諤而昌 : 중국 은나라의 탕왕과 주나라의 무왕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바른말을 하는 신하로 인하여 그 나라가 크게 창성하였다)'는 글귀를 올리고 "무릇 지도자는 새겨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소장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7.1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표결로 가도 통과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가다가 밀리면 정말 큰 문제가 일어난다, 진짜 레임덕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민현주·윤명희·이재영·이종훈·이자스민 의원 등과 함께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윤명희 의원은 "성명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입장을 바꿨다.
무엇보다 김 의원의 '행동'은 당 지도부의 만류를 뚫고 나선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김 의원은 이날 "(당 지도부 쪽에서) 전화도 좀 왔고, 또 주변의 가까운 분들을 통해서 여러 가지 당과 지도부의 생각을 전달받기도 했다"라며 "(이제 좀 그만하라는) 그런 얘기 많이 하셨다"라고 밝혔다.
'문창극 청문회' 개최 동의해도 부정적 입장 가진 이들도 있어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청문회를 여는 것에 대해 반대하진 않지만, 문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친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청문회를 열되, 문 후보자의 역사관·국가관·종교관·외교관 등 후보자의 가치관까지 철저히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도 7.14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죄인도 재판을 다 받지 않느냐, 정해진 절차를 다 밟게 하는 게 기본적인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라며 "기존 청문회와 달리 별도 입장을 잡아서 충분히 토론하고 (역사관 등에 대해) 검증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냐는 지적에는 "오늘 저는 '절차'를 얘기한 것이다"라며 "그 분의 발언이나 글에 대해서는 '상당히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만하다, 잘못된 역사관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밝힌 바 있다"라고 말했다.
또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부결됐다면 민의인 것이다, 그것은 존중해야 한다"라면서도 "표결결과가 두려워서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건 의회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이인제 의원도 입장을 유보 중이다. 그는 당초 지난 15일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 취소했다. 이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청문회 개최에 반대하지 않지만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이 부분에 관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분이 (국무총리가 돼야 한다)"라며 "현재 국민여론은 (문 후보자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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