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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병원이 온다, 내겐 너무 먼...

[의료민영화 되면, 우리는⑥] 건물임대 물길 터준 정부, 환자는 쏙 빠졌네

등록|2014.06.23 16:22 수정|2014.06.23 16:22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정부는 지난 10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해 의료법인이 수행 가능한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11일부터 7월 2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의료법인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가이드라인'도 내놓았다. '병원 부대사업 확대'와 이를 담당할 '영리자회사 허용'은 박근혜정부 의료민영화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 규제완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왔다. 지난 4월 초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그 달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분노와 선거 국면이 맞물려 가이드라인 발표를 미뤄왔다.

그러던 정부가 다시 의료민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는 오만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월호로 인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은 한낱 선거용 이벤트에 묻혀버렸다.

정부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병원 부대사업 범위에 대한 시행규칙 개정안과 자회사 허용 가이드라인을 한꺼번에 발표하며 세월호와 선거로 늦춰진 의료민영화를 시급히 마무리하고자 하고 있다.

'규제 다 풀겠다'는 박근혜 정부, 병원 건물임대마저?

▲ 의료기관 부대사업 범주 ⓒ 새사연


정부가 추진하려는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보면, 의료법에 명시된 '환자와 병원 종사자들의 편의를 위한' 사업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옷과 같은 생활용품, 식품, 장애인 보조용구 등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파는 병원이 된다. 컨벤션센터같은 국제회의장, 목욕탕, 수영장, 헬스장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다 제공하는 병원이 된다. 심지어 여행사, 호텔 같은 사업도 가능하다. 병원 안에 쇼핑몰과 백화점, 푸드센터, 체육시설이 모두 들어서는 것이다.

그야말로 환상의 종합 레저-쇼핑-건강 타운이다. 병원에 놀러가는 문화가 생기게 된다. 멋지다고 생각되는가? 우리 국민들이 엄청난 비용을 내야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참으로 환상적인 계획이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아니라, 환자·보호자에게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챙기는 영리병원을 조장하는 것이다.

지금도 병원은 독점적으로 편의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식당, 커피숍, 장례식장 등 모든 비용이 시중가보다 훨씬 비싸다. 당연한 결과이다. 대형병원들은 거대한 규모와 외진 지리적 조건으로 한 번 병원에 들어오면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독점을 기반으로 높은 임대료를 요구할 것이고, 임대료를 많이 내는 입점 업체들은 비싼 가격을 책정하게 될 것이다. 당연한 시장의 논리지만 환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병원의 값싼 식당과 저렴한 슈퍼는 전부 사라지고 고가의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가 줄지어 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 '환자 중심의 첨단 로비로 새 단장한 서울대학교병원' ⓒ 서울대학교 병원


이를 좀 더 살펴보자. 2013년 9월 현재 44개 상급종합병원에선 평균 10개 이상의 상업용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환자와 보호자의 휴게공간마저 줄여가면서 편의시설을 내주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입점업체들이 전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라는 점이다.

전국 44개 상급종합병원 내에서 운영 중인 편의점 중 2개 병원을 제외한 42곳은 대형유통업체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해 있다. 심지어 이들 업체들은 중소병원에는 잘 들어가려하지 않는 등의 배짱마저 부리고 있다. 대형병원과 대형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입점한 가게들의 가격은 비싸고 환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2011년 10월 교육부 국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립대병원 간 장례식장 비용 차이가 최고 4.5배 가량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교통의 편이, 병원의 강매 등으로 울며겨자 먹기로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도 모자라 일부만 가능했던 부대사업의 범위를 활짝 열었다. 바로 '건물임대업'이라는 꼼수를 통해서이다. 의료기관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확대한 것도 모자라 부대사업의 범주에 건물임대업을 포함하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정부가 확대한 부대사업은 모두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통해 사실상 모든 부대사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심각한 문제이다.

의료기관 수익 안 나면 병상 줄이면 되고...

정부가 발표한 부대사업에서 의료서비스와 연관된 외국인환자유치, 국제회의업, 체육시설 등의 편의시설, 장애인 보조구 사업 등은 의료기관 직영이나 제 3자가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그 외 사업은 임대를 통해 누구나, 어떤 사업이든 할 수 있게 길을 터 주었다. 의료기관이 부동산 임대자로 나설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우리나라 병원은 비영리형태를 띠고 있지만 민간의료기관으로 분류된다. 그 이유는 의료기관의 소유주가 공공이 아닌 개인이거나 제3섹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3섹터, 즉 비영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자산=출연한 개인의 재산'으로 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자산이 형성된 과정을 보면 개인이나 출연한 재단 소유의 자산이라고 보기 어렵다.

종합병원 이상의 병원들은 대부분 국가의 공적자금을 통해 부지나 설비 등 초기 자산을 형성했다. 그 후로는 환자의 의료비나 공적 건강보험료를 통해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부족한 의료공급을 메꾸기 위해 자기의 자산을 털어 병원을 세운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공적 자금에 의지해 자산을 축적해온 것이다. 아래는 그동안 공적자금을 통해 부지와 시설을 지원받은 내역이다. 사실상 현재 병원의 대다수는 공적자금으로 부동산자산을 형성했고, 이후 자산 역시 공적자금인 건강보험과 국민들의 진료비로 불려왔다. 
 

▲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자 의료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서 병상자원 부족 문제가 표면화되었다. 의료취약지역의 병상자원 확충에 대한 대통령 특별 지시의 영향으로 민간기업에서 비영리재단을 설립하여 농어촌지역에 병원을 신축하였다. 1980년대 초부터는 해외차관과 정책금융을 동원하여 아래와 같이 본격적인 병상자원 확충을 시도하였는데, 민간의료기관의 신·증축 지원이 주된 대상이었다. ⓒ 새사연


생각해보자. 의료기관은 이렇듯 대부분 공적자금으로 성장해왔다. 이 자산을 이용해서 부동산 사업과 기타 수익 사업을 마음대로 하게 했다. 모법인인 비영리법인을 등에 업은 영리자회사는 여기에서 나는 수익을 공익목적에 사용한다고 의료기관에 넘기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

연세의료원은 자회사인 안연케어를 통해 독점적 의료계약으로 연 100억 원 이상 수익을 냈다. 그러나 이를 기부금을 내는 식으로 해서 세금을 회피해왔다. 감사 결과, 지난해 이해당사자의 의약품 독점 공급은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지적받았지만 올해 초 연세의료원이 지분의 51%를 매각하면서 법망을 피해갔다. 새롭게 매각한 회사와 13년 동안의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모든 영역의 부대사업을 통해 이런 일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의료사업으로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는 병원은 병상을 줄이고 임대 공간을 늘리면 된다. 현재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은 자산을 청산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정부 계획안 대로 하면 건물 임대를 통해 자산을 합법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최소한의 병상만 남겨두면 되는 것이다. 자회사까지 설립하게 된다면 자회사를 통해 투자를 받아 병원을 낀 메디텔을 짓고 대부분을 임대업으로 돌려도 아무 문제없다. 이것이 박근혜가 말하는 진정한 창조경제인가?

중소병원 경영난 때문에? 대형병원 수익 사업 길 터준 것

정부는 영리자회사와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것이 연세의료원, 삼성병원, 아산병원 등과 같은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기관과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의료법인을 위한 법개정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현행법상 비영리법인과 의료기관의 수익활동에 대한 법은 매우 허술하다. 각각의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데다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그 틈을 타 일부 대형병원들은 앞다퉈 수익사업을 벌여왔고 자회사를 두고 불공정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의료기관은 의료법인이 아니더라도 큰 틀에서 의료법의 규제를 받고 있고, 의료법상 허용하지 않던 부대사업을 할 수는 없었다. 현재 의료법인이 아닌 그 어떤 법인의료기관도 헬스장이나 수영장, 숙박업 등을 못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정부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의료법인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형병원 수익 사업의 길을 터준 것이다. 자회사는 그 결정체이다. 지금까지 대형병원의 자회사는 불법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논란 속에 의료기기, 의약품 등 일부 영역에 국한되어 왔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을 세운다며 제출한 가이드라인 뒤에 숨어 실질적으로 영리사업을 허용해주었다. 가이드라인은 아무런 법적 규제가 되지 못하는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고, 핵심은 "영리자회사 허용"이다.

의료법 개정 절차를 무시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던져놓았을 뿐, 사실상은 영리자회사를 가능케 하고, 영리자회사가 가능한 사업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장시킨 것이 이번 정부 발표의 핵심이다. 이로써 대형병원은 호텔, 수영장, 백화점, 찜질방, 여행사, 건물임대업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직영하거나 모법인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할 경우, 세금까지 포탈할 수 있는 날개마저 달아줬다는 점이다. 경영이 어려워서 자동차보험이나 실비보험에 기대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남발하고 있는 중소병원은 건물임대업으로 부동산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환자는 빠졌다

이 모든 장밋빛 전망에 '환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접근성이 좋은 동네 병원은 돈 되는 상가만 대거 임대해 갈 만한 병원이 없어지게 된다. 멀고 비싼 대형병원은 가기만 하면 의사가 추천하는 각종 식품, 의료기기, 환자복과 침구류를 강매받는다. 의사가 좋은 치료법이라고 아쿠아로빅이나 헬스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강권하는데 어떤 환자가 거부할 수 있을까? 환자와 보호자는 기본적 휴게공간도 없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편의시설도 병원에서는 찾기 힘들어진다.

양극화로 중산층은 몰락하고 있다. 반면 노인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노인층의 절반은 빈곤층이다. 비싸지는 의료비를 감당하려면 민간보험에 들거나 직접 지불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전부 비싸지면 이들은 어쩌나. 그저 그냥 견딜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정부의 정책이 가져올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의료민영화만큼은 막아야 한다. 공적자금으로 쌓아온 자산을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주면 안 된다. 국가는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고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걸 왜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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