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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치우느라 고생해도 박씨 하나 안 물어오데?

[사진] 제비

등록|2014.06.17 09:36 수정|2014.06.17 09:36

제비둥지제비둥지에서 새끼들이 어미가 물어올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김민수


제비둥지기다림에 지쳤는지 꾸벅꾸벅 조는 놈도 있다. ⓒ 김민수


제비둥지드디어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오자 입을 크게 벌리고 먹이를 달라고 조른다. 그러나 어미는 이미 다른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 김민수


제비집주인 할아버지가 제비똥을 막기 위해 만들어준 받침대는 제비가 앉아 쉬는 쉼터가 되었다. ⓒ 김민수


제비둥지에는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이 들어있단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어서 부화해야 날갯짓 연습도 하고 강남갔다 올터인데...하시며 제비 걱정을 하신다. ⓒ 김민수


제비날개를 고르고 있는 제비, 집주인 할아버지는 '매년 오기는 오지만 박씨는 안 물어 오더라'고 하시며 웃으신다. ⓒ 김민수


강원도 횡성 국도변을 지나는 길에 한적한 시골마을에 제비들이 낮게 난다. 혹시나 해서 주변 집들 처마를 살펴보니 제비둥지가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제비집이었다.

한참 제비둥지 아래서 어미가 먹이를 물어와 나눠주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데 도로 건너편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뭐하는 중이냐고 묻는다.

"제비둥지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요. 저기 새끼까지 있네요."
"우리집 처마밑에 더 많아. 와 봐."

할아버지 집 처마밑에는 제비둥지가 다섯 개가 넘는다.

"엄청나게 많네요. 매년 오죠?"
"그럼, 매년 오는데 박씨는 안 물고 오데?"
"제비들 치사한데요?"
"그놈들 똥 치우는게 문제야. 엄청 싸."
"귀찮으시겠어요?"
"그래도 좋아. 제비가 날아오는 집이면, 그래도 살만하다는 뜻 아니겠어?"

정말 오랜만에 제비둥지를 보았다.
저 제비들 조차도 살 수 없는 도시, 그곳에서 사람들은 잘도 산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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