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 대기업 들러리로 전락하나"
시민사회단체·정치권 연일 쓴소리 쏟아내
▲ 시민사회단체는 참여연대 주관으로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정권, 중기적합업종 무력화-줄푸세 회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김영욱
지난 11일 발표된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제도 운영개선 방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날선 비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기자회견과 논평을 잇따라 내고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경제민주화를 뒤로한 채, 대기업 프랜들리로 회귀했다며 강도높게 비난했으며, 정치권도 82개 적합업종 재지정 협의를 앞둔 상황에서 동반위가 대기업에 유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연일 쓴 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는 참여연대 주관으로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정권, 중기적합업종 무력화-줄푸세 회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적합업종제도 시행 3년 만에 할 만큼 했다며 대기업 편을 드는 현 정부나,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것을 바꾸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경제팀 수장에 최측근을 내정한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경제민주화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상공인들에게 약속한 공약마저 뒤집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비난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는 "적합업종제도 시행 3년 만에 대기업이 원하면 적합업종 지정 '해제' 방침까지 밝히는 동반위에 이어,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지휘격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청와대 경제수석에 안종범 의원을 내정한 것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현 정부가 친재벌 경제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대기업에 불리한 규제만을 개혁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전국을살리기비대위·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1일 '재벌 비호, 중소상공인 기만한 동반위 직무유기 책임 묻겠다'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서도 "'적합업종 재신청 제한, 적합업종 재논의'를 골자로 한 동반위의 적합업종 재지정 가이드라인은 대기업 이익 보호 관점에서 적합업종 지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재벌들의 요구만 반영한 것"이라며 "최근 적합업종 심사 및 논의 과정에서 대기업의 근거 없는 주장을 반박하며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쇼를 부리다 결국 '대기업이 원한다'면 적합업종 지정을 철회하고 나아가 관련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의미로 보여진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전국을살리기비대위 이동주 정책실장은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3년 만기 시점을 앞두고 적합업종 폐지와 무용론을 꾸준히 제기해온 상황에서, 지난 11일 발표된 동반위의 가이드라인 재지정 발표는 동반위 스스로가 적합업종 지정제를 해체내지는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국회도 더 이상 대기업과 동반위의 적합업종 폐지와 철회 계획을 방관하지 말고,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서 2년 동안 잠자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하루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처리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참여연대의 청원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을 통해 지난 2013년 4월 발의된 '중소기업적합업종 특별법'은 전경련 등 재벌 편에 선 정부와 새누리당의 거센 반발에 밀려 법안심사소위에서 지금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 동반위 향해 쓴소리 쏟아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기준과 범위를 대폭 완화시킨 이번 적합업종 운영개선 방안에 대해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또다시 국민과의 약속 어기는 적합업종제도 무력화 시도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신청, 검토, 조정, 사후관리 모든 단계에서 중소기업에게는 까다로운 조건을 부여하는 대신, 대기업에게는 보다 우호적인 입장을 고려했다"며 "사실상 적합업종제도를 사문화시키는 개악"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특히 김 의원은 원안대로 추진될 경우 향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가 떠안을 어려움으로 ▲대표성, 피해사실 증명 등에 대한 입증 부담 과중(신청단계) ▲국내 대기업의 역차별, 소비자에 부정적 영향, 고성장 산업에 해당하지 않는 등 넓은 조건을 충족(검토단계) ▲조정절차의 장기화(조정단계) ▲중소기업의 자구노력 입증과 조기 해제에 따른 위험 부담 감수(사후관리단계) 등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현 정부의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은 적합업종지정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규제완화 운운하며 적합업종제도 지정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공약 파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또다시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마냥 팽개치는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의원은 12일 국회정론관에 기자브리핑을 갖고 "어떤 제도로 문제가 생긴다면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것이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며 "동반위의 주장처럼 시장위축이 과연 적합업종제도 때문인지, 또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폐단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그 길을 무조건 쫓으려는 것은 아닌지"라며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싸움에서 이기는 쪽에 손을 들어주겠다는 것인데,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율경쟁에서 승자가 누구인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라며 "동반위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대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적업업종제도의 취지와 진정한 상생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도 같은 날 '동반성장위, 대기업 들러리로 전락하나'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동반위의 이번 개선방안을 들여다보면, 신청단계와 적합성 검토단계, 합의 및 조정단계, 사후관리 단계 모두 중소기업의 의무만을 강화하는 등 철저히 대기업에 봉사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라며 "심지어 적합업종을 신청하는 중소기업단체를 믿을 수 없으니 '대표성을 강화해라' '피해사실을 명확히 해라' 등과 함께 중소기업의 독과점 여부에 대한 대기업 역차별 문제와 외국계기업의 시장잠식 고려 등을 또 다른 명분으로 내세웠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문구소매업 관련 단체 및 대형유통사 관계자, 공익위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동반위의 3차 조정협의에서, 한 공익위원이 문구소매업을 대신해 나온 단체가 대표성을 갖고 있느냐는 망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조정협의는 한 공익위원의 돌발행동으로 결국 무산됐다.
박 의원은 또 "동반위는 이번 제도 개선안을 위해 세미나와 공청회, 실무위원회 심의 등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과연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들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특히 82개 적합업종 품목에 대한 3년 만기 시점에서, 재지정 논의를 해야 될 동반위가 ▲적합업종 조기 해제 ▲필요업종 최소 지정 ▲적합업종 재지정 제외 범위 확대 ▲적합업종 신청 자격 강화 ▲적합업종 지정 사전·사후 조치 강화 ▲재지정 기간 1~3년으로 차등 적용 등의 결정을 했다는 것은 대기업의 들러리라는 것을 자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힐난했다.
강도 높은 질타에 바빠진 '동반위'
가이드라인 재지정 발표 이후 정부와 동반위를 비난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논평이 연일 쏟아지자, 국회를 향하는 동반위의 발걸음도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동반위는 지난 12, 13 양일간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방문해 이번 가이드라인 재지정에 대한 당위성을 적극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동반위 적합업종지원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관련 상임위 소속의 몇몇 의원을 방문해, 이번 가이드라인 재지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며 "동반위를 강하게 비난했던 일부 야당 의원실에서도 설명을 들은 후에는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관계자의 말처럼, 모든 의원들이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은 아니었다.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논평을 낸 김제남 의원실은 16일 "지난 13일 동반위 관계자가 자료제출 때문에 방문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동반위의 입장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실은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동반위 스스로 판단은 할 순 있겠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재지정에 대한 의원님의 현재 입장은 지난 11일 냈던 논평처럼 확고하다"라고 못박았다.
박완주 의원실의 한 관계자도 같은 날 "동반위 관계자가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합업종 운영제도 개선방안과 관련된 긴급토론회 개최 건으로 일정조율 차 방문요청을 했다"며 "제가 그 자리에 없어서 어떤 얘기가 오고갔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만, 동반위의 주장처럼 가이드라인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박 의원실은 내달 10일 동반위를 포함한 관련 단체들이 참가시킨 가운데 가이드라인 재지정의 문제점에 대해 긴급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동반위는 이원욱 의윈실에는 방문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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