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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학점인정'이 철회돼야 하는 이유

[주장] 형평성·제약성·자율성 침해한다

등록|2014.06.19 13:33 수정|2014.06.19 13:33

▲ 국방부의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철회돼야 함이 마땅하다. ⓒ 오마이뉴스


국방부가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학생에게 군복무 대가로 복학 후 교양과 일반선택 과목으로 9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하고, 중·고졸 출신은 나중에 대학교에 들어갈 때 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향이다. 직장인 입대자는 호봉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업체와 협의한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대학생의 학습단절과 직장인의 경력 단절을 완화하고 병역이행 기피를 방어해 주는 등 매우 그럴듯한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정 내용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군복무자의 학점인정이 시행될 경우 병역 이행자와 면제자 사이에 불평등을 초래하며, 군대-학교-기업체-대학생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대학교육의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역 후 대학 진학 안 하는 이는 어쩔 건가

먼저 불평등이다. 국방부의 주장대로라면 대학교 재학 중 입대자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 학점 적립제도를 들이대면서, 중·고졸 출신 복무자와 형평성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전역 후에도 대학교에 가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직장에서 호봉으로 보상한다고 하지만, 기업체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업체가 인정한다고 해도, 재학 중 입대한 사람이 학점과 호봉 모두에서 혜택을 보는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 여성, 장애인, 면제자가 받는 불이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은 병역 회피자가 아니다. 여성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제3조, 장애인과 면제자는 병역처분을 규정한 병역법 제14조에 따라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다음으로 제약성이다. 국방부는 입대하면 복무기간에 따라 21~27학점을 취득하고, 이중 9학점을 대학교 학점으로 인정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학점을 주려면 평가자 및 평가기준과 같은 객관적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모든 훈련을 평가기준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교육기관의 역할 때문에, 국방이라는 군 본연의 임무가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제도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대학과 기업체도 자율성을 침해당하게 된다. 당근과 채찍으로 대학에는 학점인정을, 기업에게는 경력인정을 강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은 강제입영과 다르지 않는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교양과 일반선택 과목을 합해 9학점 이상 남았을 때 군대에 가야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양과목의 개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군복무 학점인정

마지막으로 대학교육의 부실화이다. 국방부는 '평생교육진흥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훈교육, 사격연습, 유격훈련 등을 학점제로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병영생활과 훈련이 어느 정도 교육효과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군대문화 같은 부정적 측면, 그리고 사회에서 소용되지 않는 지식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양과목의 개설 목적은 교양구비, 인성교육, 전공과목 및 학제간 융·복합 소양 함양, 시대흐름 인식 등이다. 일반선택 과목은 전공 외 관심분야 탐구, 상식 습득, 타학문 이해 등이 목적이다. 따라서 군대생활을 학점으로 인정하게 되면 대학교가 추구하는 교양, 상식,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양성이 차질을 빚게 된다.

국방부는 '군복무 학점제' 추진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보상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군 복무자와 면제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군인의 봉급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적어도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고, 전역 후 안정된 대학생활이나 취업준비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여성이 군대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병영시설과 문화를 정착시킨 후, 남녀가 평등하게 병역의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학력이나 신체적 이유로 군대에 가지 못하는 사람도 병역에 버금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군복무에 준하는 기간 동안의 사회봉사나 공익활동 혹은 국방세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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