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처음에 '범죄수익은닉법' 기소
[검증] 법원, 벌금 1000만 약식 명령 후 정치자금법으로 고쳐
▲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가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로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가 최초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약식명령문'과 '결정문'에 따르면, 검찰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으로 이 후보자를 기소했지만, 법원은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린 뒤 그의 죄명을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위반'(정치자금법)으로 고쳤다.
법원의 약식명령을 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 후보(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탈당과 한나라당 입당을 권유했고, 이 후보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지지 가능성을 시사하자 5억 원을 건넸다.
이병기 후보자는 지난 2002년 12월 초순 서울 강남구 소재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지하주차장에서 김윤수 특보를 만나 "당에서 돈을 줘 싣고 왔으니 이인제 의원에게 전달해 이 의원이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데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라"라며 현금 5억 원이 들어 있는 박스를 2개 건넸다. 이회창 후보의 정치특보였던 그가 '차떼기 대선자금'을 이용해 현역 의원을 매수한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이 후보자의 대선자금 전달을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 5억 원을 제공한 것"이라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러한 약식명령을 내린 직후에 "피고인의 죄명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정치자금법으로 경정한다"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위 사건의 약식명령 중 명백한 오류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5조에 의하여 직권으로 결정했다"라고 적시했지만, 이 후보자의 죄명을 범죄수익은닉법에서 정치자금법으로 고친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정애 대변인 "정권을 위한 공작의 화신이 될 것"
한편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댓글 국정원, 증거를 조작하는 국정원을 개혁하라고 했더니 정치공작 전문가 이병기를 데려와 차떼기 국정원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라며 이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 대변인은 "북풍사건, 차떼기 사건, 의원매수 등 온갖 정치공작의 추문에 연루된 이병기 후보자는 공직자로 있으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는 인물이다"라며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책임총리요? 처음 듣는 말씀입니다'라고 했는데, 이 분은 '공무원의 정치중립을 처음 듣는 말'이라고 할 분이다"라고 꼬집었다.
한 대변인은 "지금 대한민국 국정원에 필요한 것이 정치공작인가, 아니면 정치적 중립인가?"라며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이 아닌 '정권을 위한 공작의 화신'이 될 것이 대단히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