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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치과 진료, 더 무섭게 만드는 박근혜 정부

[의료민영화 되면, 우리는⑨] <의료괴담> 저자 김철신 원장·홍기표 대표

등록|2014.07.02 15:23 수정|2014.07.02 15:42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 5월, 치과전문의 김철신 원장과 출판사 글통의 홍기표 대표가 <의료 괴담>이라는 책을 냈다. '주사보다 무서운 영리병원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짐작되듯이 기업형사무장 치과의 폐해를 중심으로 영리병원 시스템과 의료민영화가 가져올 어두운 미래를 알기 쉽게 풀어 놓은 책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공동 저자일뿐만 아니라 주치의와 환자 관계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 직후 인터넷 신문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까지 했을 정도다. 인터넷 신문 작업은 중단되었지만, 둘은 특별한 주치의-환자 관계로 발전했다. 함께 책까지 낼 정도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각별한 인연이다.

김 원장과 홍 대표는 의료민영화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불법네트워크 치과가 합법적인 의료민영화시스템 아래서 맘껏 활개치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 건강권이 심각하게 손상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불법적인 구조로 치과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위법적·비윤리적 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 점도 문제다. ⓒ freeimages


김 원장은 2011년 5월부터 3년간 '피라미드형 불법네트워크 치과', 곧 기업형사무장 치과 관련 위원회의 간사를 맡아 이들의 심각한 폐해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네트워크니 뭐니 하지만 실상은 병원을 소유해서는 안 되는 자(이른바 사무장)가 수익 목적으로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명의를 도용해 가며 수십·수백 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2011년 9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U모 치과 네트워크의 대표원장은 무려 119개의 치과 네트워크 지점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영리병원 체인이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불법적인 구조로 치과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위법적·비윤리적 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는 각종 무자격진료, 과잉진료, 위험한 의약품 사용 등 갖가지 수법이 동원된다고 한다. 일부 불법적인 기업형사무장 치과들은 의료노동자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면서 그들을 열악한 작업환경이나 비윤리적 행위로 내몰고 있기도 하다.

김 원장은 이들이 여러 가지 작업과정에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무자격자 아주머니들을 투입한다든지, 특수고용형태를 이용해 임금을 삭감하고, 해고 위협을 일삼으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악덕 기업주 같은 행태를 예로 들었다.

문제는 앞으로 의료민영화 정책이 본격화하면 이런 일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냉철한 현실 분석을 통해 앞으로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의료괴담>의 공동저자인 두 분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질의응답은 지난 6월 한 달간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을 포함해 일반인이 치과 진료를 지혜롭게 받을 수 있는 요령, 의료민영화라는 거센 파도 앞에 선 우리 미래 등을 두루 들어보았다. 현장 의료인인 김 원장의 얘기를 주로 들었다. 아래는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저질 재료 사용하면서 과도한 진료비 받는 기업형사무장 치과"

▲ <의료괴담> 책표지. ⓒ 글통

- 반갑습니다. <의료괴담>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책이 나온 뒤 독자들 반응이 어떤지요.
김철신 원장(아래 김) : "의료계나 보건의료단체에 계신 분들이 좋은 평을 해주셨습니다. 그간 영리병원에 관한 이야기들이 딱딱하거나, 미국 등의 사례만을 언급해 구체적으로 와 닿는 점이 부족했는데, 이번 책에 생생한 국내 사례가 많고, 대화하듯 풀어 써서 읽기 쉽고 재미 있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홍기표 대표(아래 홍) : "제목을 보고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특히 책이 나올 시점이 의사협회가 의료민영화 반대를 이유로 의사파업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시점이라 더 관심을 모았던 것 같습니다."

- 홍 대표님께서는 김 원장님을 만나면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 "한국의 의료제도, 가령 1인1병원 소유 원칙 같은 제도들이 왜 도입·운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료행위의 경우, 철저히 환자에 대한 의사의 책임감이 중요한데, 의사 한 사람이 여러 병원을 소유할 경우 이 같은 의료의 책임성이 방기되고, 단순히 상업적인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거죠."

- 김 원장님께서는 몇몇 기업형사무장 치과로부터 억대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여러 번 당했습니다. 영리병원이나 기업형사무장 치과에 관한 제 인터뷰와 글 내용이 명예훼손이라는 것이죠. 다행히, 아니 당연하게도 모두 승소했습니다. 제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고 공익에 기반한다고 본 것이지요. 그런데 기업형사무장 치과는 승소 가능성이 없는 줄 알면서도 소송을 고등법원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런 소송을 당하면 두렵기도 하고 큰 불편을 겪는데요. 그런 이유들 때문에 기업형사무장 치과를 비판하기가 어려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점을 노린 것이겠죠. 못된 기업들이 시민단체나 노동자들에게 마구잡이로 소송을 하듯이 말입니다."

- 책을 보면 기업형사무장 치과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가 많습니다. 두 개면 되는 임플란트를 아홉 개나 하게 한 예가 대표적인데요. 일반치과의 사무장과 기업형치과의 사무장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구별해 주세요.
: "일반 치과들 중 사무장을 고용하여 그야말로 필요한 사무를 보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업형사무장 치과에서는 사무장이 치과의 주인이나 책임자가 됩니다. 이들의 의사고용계약서를 보면 의사는 병원의 서류상 주인으로 등재되지만 진료·인사·의약품 구매 등 모든 부문에서 실질적인 권한은 실장이라는 이름의 사무장이나 관리자에게 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무를 도와주는 의미의 사무장이 아니라 의사를 과잉진료나 비윤리적인 수익 추구로 내모는 진짜 주인 역할을 하는 사무장인 셈이죠. 그런 내용을 버젓이 계약서에까지 적어 작성해서 보관하고 있고요.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 독자들이 네트워크식 프랜차이즈형 치과와 기업형사무장 치과를 혼동할 것 같습니다.
: "기업형사무장 치과는 네트워크 치과와 상관이 없습니다. 네트워크 치과는 공동으로 세미나도 하고 재료도 구매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점이 많죠. 기업형사무장 치과는 전혀 다릅니다. 미국 영리병원 체인들처럼 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해 노동을 착취하거나 비인가 재료를 사용합니다. 반면 경영진 보수와 홍보 비용은 어마어마하죠.

이들도 그렇습니다. 저질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과도한 진료비를 받고 있습니다. 진료의 질에 비한다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죠. 의료는 대표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이 아주 강한 분야입니다. 소비자가 의료의 질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 임플란트가 제대로 되었는지, 적정한 곳에 적정한 수가 시술되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이 평가하기에 대다수 기업형사무장 치과는 그야말로 거짓 선전으로 폭리를 취하는 집단입니다. 실제로 그 소유주는 어마어마한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치협 조사에 의하면 이들은 우리나라 모든 국립대 치과병원의 수익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 기업형사무장 병원은 미끼상품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본전 뽑기를 하는 등의 부적절한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일반 환자들이 기업형사무장 병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의료 분야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의료진의 윤리의식이나 의료를 둘러싼 올바른 제도적 장치,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더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국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안심하고 건강하게 병원을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 기업형사무장 병원이 결국 영리병원이나 의료민영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군요. 그 연결 관계와 함께 영리법인병원이 가져올 문제를 간단히 짚어 주셨으면 합니다.
: "기업형사무장 병원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용어지요. 달리 말해 영리병원이 법적으로 허용되면 그 사무장은 그냥 CEO나 경영진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병원 투자자 말입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영리병원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나친 수익 추구로 인해 ▲ 의료비 상승 ▲ 의료사고 발생 ▲ 의료기관 양극화 ▲ 상업적 의료 만연 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 김 원장과 홍 대표는 의료민영화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하게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불법네트워크 치과가 합법적인 의료영리화시스템 아래서 맘껏 활개치는 상황을 우려한다. ⓒ 김철신


- 비양심적인 치과 의사들의 과잉 진료 문제도 짚어 주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요.
: "일부 의사들도 문제지만, 대다수 기업형사무장 치과가 적극적으로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권장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급여를 지급할 때 100% 인센티브로만 지급한다든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에 대해서는 급여를 아예 지급하지 않고 고가의 진료에만 급여를 지급하든지 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과잉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실제 국내 최대의 병원에서는 의사와의 고용계약서에 이를 명시해놓기도 했습니다."

- 환자들이 일부 치과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간파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일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 방법이나 요령이 있을까요.
: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주치의를 두는 것입니다. 지나친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에 실리는 광고의 비용은 다 일반 환자들이 내는 것 아닌가요."

- 의료민영화의 대안으로 동네병원 활성화를 말씀하셨습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셨습니다.
: "사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조금 내고 조금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건강보험료를 다른 나라보다 '조금' 내고 있지만 혜택은 '대단히 조금'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진료비의 부담이 엄청납니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민간의료보험에 40조 원가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전체 국민의 60%가 월 7만~10만 원의 값비싼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빈약한 데서 비롯되는 일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건강보험보장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해 나가야 합니다."

- 박근혜정부의 의료 정책은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박근혜정부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를 잘못 진단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놨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민들이 보건의료에 가지는 불만은 건강보험보장성이 너무 낮은 것,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여 취약계층을 비롯한 서민들이 쉽게 찾을 의료기관이 부족한 것, 질병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아니겠습니까. 의료인들도 환자와 진료비 실랑이를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진료를 제공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병원들에게 호텔이다 스파다 해서 돈벌이에 나서게 하고, 가뜩이나 공공의료가 취약한데 투자자들이 맘껏 병원 관련 회사에 투자하고 배당도 하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진단과 처방을 엉뚱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 책에 소개된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을 치과에 등록하여 꾸준히 진료 받게 하는 제도로 알고 있는데요.
: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했고, 앞으로 본격 확대할 예정입니다. 인천 남동구에서도 진행했었죠. 일부 지역에서는 몇몇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성남, 광주, 울산 같은 곳이죠. 아직 초기단계지만 호응이 좋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나치게 상업화한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봅니다."

- 양심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치과나 치과의사를 찾기가 어려운 듯합니다. '지혜로운' 치과 환자 되기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의사 개개인의 인품이나 윤리의식도 중요하지만 내게 좋은 치과의사를 만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꾸준히 의사소통을 하면서 진료하는 동네주치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모든 의료행위 중에서 첨단장비나 전문의가 필요한 진료행위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동네치과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이죠.

그렇다면 화려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곳보다는 믿고 찾을 수 있는 치과의원을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나 국민들도 치과의사들에게 이렇게 요구해야지요. 인테리어나 광고보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동네를 지키며 나의 건강을 지켜달라고 말이죠.

건강을 관리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의사들에게 내맡길 일이 아닙니다. 나의 입안 건강도, 이를 위한 사회환경과 제도도 적극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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