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해마다 돌아와도, 사람은 돌아오질 않아"
[틈만나면 단풍나무 평상 이야기④]
▲ 나무이야기④작가 고아람 그림, 작가 문성예 글. 할머니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소재로, 매주 포스터를 한 장씩 만들어 입간판에 게시했다. 이 이야기는 할머니께서 그려주신 모란꽃을 주제로 포스터를 제작했다. ⓒ 이승훈, 문성예, 고아람
멀리 활짝 피어난 꽃 한 송이에, 평상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무심결에 던진 말이다. 그것은 예전에 이곳 구월동 단풍나무 평상 주변 빌라에 살던 송아무개 할머니가 기르던 꽃이었다. 헌데 할머니는 얼마 전에 돌아가시고 화분만 덩그러니 남아, 저토록 화사한 꽃을 피워냈다.
▲ 어머님들과 소원의 모빌 만들기개피가 벌레를 쫓는데 특효약이라고 했다. 그래서 통개피를 사다가 톱으로 쓱쓱 썰어서 모빌을 만들었다. 아크릴로 그림을 그리고 광택이 나는 니스로 마감을 한 후, 두터운 실로 묶어서 매달았다. ⓒ 이승훈
손자와 함께 살고 있던 할머니라고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갑자기 썰렁해진 그 공간을 소년 혼자서 채우기엔 버거웠다. 잡초가 무성한 화단에 홀로 핀 꽃처럼, 소년 또한 적막한 빌라의 한 공간 속에서 홀로 꽃을 피우기 위해 애썼다.
결국 혼자서 공간의 적막함을 이기지 못한 소년은 친척을 따라갔다고 했다. 우리가 보는 그 공간은 그렇게 버려진 공간이 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고 오래된 빌라에 마을공동체가 살아있었더라면, 버려진 화단이 생겨났을까?, 남겨진 외로움으로 힘없이 떠나야만 했던 소년이 생겨났을까?
영혼은 그 공간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맴돌았을 것이다. 꽃은 혼자 남겨진 손자를 지키기 위해 핀 할머니의 영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원의 모빌
▲ 소원의 모빌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소원의 모빌, 소원이라고는 가족과 자신의 건강뿐이라던 할머니의 소원 ⓒ 이승훈
할머니들은 모여서 그동안 해결할 수 없었던 '수도세'와 '수도공사 문제'를 해결했고,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함께 움직였다. 또한 작게나마 함께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소원의 모빌'은 그동안 함부로 평상을 밟고 뛰어다니는 학생들에게도 공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평상을 이용하는 할머니들의 소소한 소원을 그린 모빌은 단풍나무 가지에 다래다래 매달려 북적이던 한여름을 추억 할 수 있는 열매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2013년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인천 구월동에서 '틈만나면 프로젝트'를 진행시켰었습니다. 기사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매주 한 편씩 연재 하고자 합니다. 본 기사는 [틈만나면 단풍나무 평상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 입니다. 또한 이 글은 '만만한 뉴스'에도 중복 송고하고 있습니다. (작가 : 문성예, 고아람,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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