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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올림픽 지나도... 세월호 3년상 치릅니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 생겨

등록|2014.06.21 14:36 수정|2014.06.21 14:36

▲ 세월호 침몰사고 두 달째 되는 날인 16일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이 만들어졌다. 시민상주모임이 21일 광주 동구 증심사입구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 소중한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기억을 앗아가기도 한다. 기억의 소멸은 상처를 다스리기도 하지만 상처를 외면하기도 한다. 그래서 잊어서 치유할 상처가 있고, 기억해서 안고 갈 상처가 있다. 혹은 잊어서 치유해야 할 때가 있고, 기억해서 안고 가야할 때가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두 달. 여전히 12명은 찬 바닷속에 있고, 가족들의 가슴엔 멍울이 선명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억은 희미해진다. 누군가 "잊혀지는 게 두렵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시간이 기억을 제거할 날도 올 것이다.

지금, 잊지 않기 위해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주'를 자처했다. "나만 기억하는 것 같아"서 걱정했던 시민들이 주위를 둘러보고 뜻을 모았다. 이렇게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아래 시민상주모임)'이 만들어졌다.

▲ 세월호 침몰사고 두 달째 되는 날인 16일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이 만들어졌다. 시민상주모임은 광주 각 지역별로 활동하던 '마을촛불'이 뜻을 모은 결과물이다. 18일 광주 북구 일곡 제2근린공원에서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직원회와 일곡마을회의가 주최한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일곡마을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 ⓒ 소중한


22명으로 시작, 닷새 만에 60명... "5·18 당시 광주처럼 세월호 돕고 싶어"

지난 16일 만들어진 시민상주모임은 "함께 울고,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하겠다"고 다짐한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며 안전한 사회로의 분명한 이행이 될 때까지 가족들과 3년상을 치르는 상주의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고도 말했다.

"애가 나오면 제일 먼저 안는 사람이 엄마잖아. 갈 때도 엄마가…. 한 번은 안아보고 보내야 할 텐데…."

시민상주 지정남(43)씨는 21일 광주 동구 증심사 입구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하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남 일이 아니지 않나, 사고가 났을 때 내 아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는 지씨는 "5·18민중항쟁 당시의 광주처럼 세월호 사고 피해자를 돕고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상주모임은 거창한 활동보다 생활 속의 실천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려 한다. 모임이 만들어진 것도 이민철 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모임 조성 계획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이 관장은 광주의 수완, 첨단, 문산, 운암, 일곡, 금난 등 지역 별로 활동하던 '세월호 마을촛불' 참여자들의 뜻을 모아 22명의 시민상주를 모집했다.

16일 시민상주 22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21일 현재 60여 명으로 늘었다. 곳곳에서 "기억하고 싶은데 방법을 못 찾았다"던 이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세월호 가족 대책위를 도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이 17일 두 번째 '세월호 재판'을 보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을 찾은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들에게 직접 만든 주먹밥과 생수, 바나나를 건네고 있다. ⓒ 시민상주모임


'세월호 재판' 찾아 유가족 위로, '마을촛불' 계속 이어가

시민상주모임은 17일 두 번째 '세월호 재판'이 열린 광주지방법원을 찾아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먹밥과 생수, 바나나를 준비해 재판을 마치고 돌아가는 유가족 버스에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장인 이명숙 변호사는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잃은 처절한 아픔을 공유한 도시라서 그런지…. 많은 분들의 따끈한 주먹밥과 시원한 생수와 넉넉하고 진심어린 배려와 관심에 가족 분들이 감동하며 맛있게 잘 먹고 돌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시민상주모임 측에 보내기도 했다.

세 번째 세월호 재판이 열리는 오는 24일에는 '진실마중 사람띠 잇기'를 열고 광주지방법법원 앞에서 유가족을 맞이할 예정이다.

시민상주모임은 광주 각 지역 별로 진행되던 '마을촛불'도 꾸준히 진행한다. 18일 광주 북구 일곡 제2근린공원에선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일곡마을 추모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직원회와 일곡마을회의가 주최한 이날 음악회엔 약 200명의 주민이 참석해 음악을 듣고 촛불을 들었다.

시민상주모임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단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만 참여가 가능하다. 이민철 관장은 "아직 실종자 12명은 가족을 만나지 못했고, 사건 곳곳의 의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분명히 묻고, 우리 사회가 돈보다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소중히 하도록 바꿔가는 일을 3년 동안 토론하고 행동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정남씨는 "지금 월드컵이 열리면서 세 달도 안 된 세월호 사고가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월드컵이 열리든, 올림픽이 열리든 세월호 사고가 잊혀지지 않도록 거창한 일이 아닌 생활 속에서 계속 군불을 때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세월호 침몰사고 두 달째 되는 날인 16일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이 만들어졌다. 시민상주모임은 광주 각 지역별로 활동하던 '마을촛불'이 뜻을 모은 결과물이다. 18일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직원회와 일곡마을회의가 주최한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일곡마을 추모 음악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음악회 전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 소중한


▲ 세월호 침몰사고 두 달째 되는 날인 16일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이 만들어졌다. 시민상주모임은 광주 각 지역별로 활동하던 '마을촛불'이 뜻을 모은 결과물이다. 18일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직원회와 일곡마을회의가 주최한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일곡마을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민들이 음악회 장소인 일곡 제2근린공원에 들어가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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