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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전깃줄, 멸종위기 재두루미 잡는 올가미"

한전, 16m 높이 10개 세우기로... 환경단체, "전봇대 설치 계획 철회" 촉구

등록|2014.06.23 14:02 수정|2014.06.23 14:02
한국전력공사가 철새 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 쪽에 전봇대를 세워 전깃줄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멸종위기종 재두루미 잡는 올가미'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전은 창원시 대산면에 건설 중인 창원일반산업단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기 위해 창원시 의창구에 전봇대 설치를 위한 도로점용허가를 신청했다.

도로점용허가를 신청한 부지는 주남저수지 제3배수문에서 주남마을을 지나 백양들녘을 관통하여 가술마을을 향하는 간선도로다. 도로를 따라 350m 구간에 10개(높이 16m)의 전봇대가 세워질 예정이다.

마창진환경연합 "전깃줄 설치계획 철회하라"

▲ 한국전력공사가 주남저수지 쪽에 전봇대를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는 가운데,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은 2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원시는 멸종위기종 재두루미를 잡는 올가미를 승인할 것인가. 한전은 전깃줄 설치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은 2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전은 전깃줄 설치계획을 철회하라"며 "창원시는 실질적인 주남저수지 보전관리계획을 세워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2006년 한전은 현재의 전주 설치 선로계획을 추진했던 적이 있었고, 당시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재두루미의 서식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노선을 변경했다"며 "그런데 한전은 또 다시 백양들녘을 관통하는 전주설치 계획을 내놓았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순천시는 2009년 순천만 주변에 설치되어 있었던 전봇대를 모두 철거했던 사례가 있다. 이 단체는 "순천만을 찾아오는 두루미들의 서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며 "이후 순천만에는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개체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순천만이 철새 서식지로 더욱 각광받는 명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주남저수지에 대해, 이 단체는 "백양들녘은 지난 월동기에 재두루미 183개체, 쇠기러기 1879개체가 먹이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이는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하는 재두루미 90% 이상이 백양들녘을 먹이터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하는 많은 철새들이 주남저수지 수면부에서 활동한다"며 "하지만 재두루미와 쇠기러기는 저수지 수면에서 잠을 자고 먹이활동은 주로 저수지 주변 들녘에서 하고 있어 먹이터 서식환경이 보전되지 않을 경우 재두루미는 더 이상 주남저수지를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일반산업단지 전기 공급의 지중화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주남저수지 주변 전주 설치사업은 철회되어야 하고, 목표한 바대로 창원일반산업단지의 전기 공급을 위해 전기선이 주남저수지 일대를 지나야 한다면 지중화로 설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경남본부 관계자는 "현재 14억 원을 들여 창원일반산업단지에 전기 공급을 위한 전주 설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지중화할 경우 비용이 더 많이 드는데, 현재 지중화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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