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읽다: 터키> ⓒ 도서출판 가지
터키와 한국을 두고 '형제의 나라'라고 불렀다. 내가 터키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고작 그 정도였다. 물론 그들의 한국전쟁 참전에는 나토 가입과도 뗄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터이지만.
월드컵 당시 3, 4위 전을 벌였던 터키와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니폼을 바꿔 입고 서로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양국의 국기를 함께 펼쳐들기도 했다) 관중 앞에서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내가 터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나 기억 혹은 감정은 그뿐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세계를 읽다' 시리즈가 여행지 중심의 관광에 관한, 소위 여행 정보서와 다르다는 점이 좋다.
이를테면 터키의 정보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터키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정도다. 그러므로 여행 정보서가 아니라 문화 안내서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겠다. 터키의 문화나 관습, 사교, 터키 사람들의 모습, 그들과 친해지는 방법, 터키에서 살아가기 위한 주택, 교육, 교통, 예술, 건축, 스포츠, 대중매체, 일자리...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 책이 정말 교양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재미있는 데다가, 시쳇말로 '깨알 같은' 일화도 곳곳에 담겨 있어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이슬람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의 생활에 대해 친화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포용력을 지닌 것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물론 지금도 공식적인 장소에서는 종교적 복장(이를테면 히잡)을 금지하고 있다지만 또 다른 면에서 터키 사람들이 보이는 자유스러움과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모습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다채롭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술탄 아흐메드 사원 ⓒ 도서출판 가지
책에 실린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 나는 '터키 사람/사람들'에 관한 부분이 가장 좋았다. 그들은 만나면 보통 날씨 얘기는 하지 않는단다. 날씨가 늘 안정적이어서 흥미로운 대화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책에 적힌 지역별 평균 기온으로 보건대 터키의 기온은 평균 13℃ 정도인 것 같다. 그러면서 "겨울에는 항상 춥고 여름에는 항상 덥다"며 토를 달아놓았다.
남녀가 연애할 때는 어떨까. 터키에서는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되는 행동 패턴이 정반대라고 하는데, 요컨대 이런 식이다. 터키 문화는 성적인 면에서 남자들을 억압하지 않는 반면 여자들에게는 정조가 중요해 신부에게는 처녀성이 요구된다. 또 많은 여성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남자와 손잡는 것조차 꺼린다고 한다(이 말을 온전히 믿어야만 할까? 정말?).
그래서 여자는 항상 달아나고 남자는 휘파람을 불며 쫓아다니는데, 타국에 정착한 한 터키 여성은 자신을 쫓아다니던 터키 남자들과는 다른 외국의 남자들을 보며 자신에게 매력이 없다는 열등감에 빠지기도 했었단다. 그런가하면 젊은 연인들은 패스트푸드점 꼭대기 층을 즐겨 찾는단다.
이는 부모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기기 위해서라고. 거리에서 손을 맞잡는 것에 약간의 부담을 느낀다니 충분히 이해할만한 대목이다. 아, 그리고 또 있다. 바로 목욕탕이다! 터키의 대중목욕탕에는 한국에서와 같이 때를 닦아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일행끼리 같이 오면 서로 때수건을 사용해 등을 밀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 목욕탕의 종업원에게 약간의 돈을 주면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계속해서 책을 읽다 보니 두 남자가 상의를 벗은 채 부둥켜안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레슬링 대회의 한 장면이었다. 터키에서 레슬링은 국민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는데 전국 각지에서 여름 내내 대회가 열린단다. 특히 7월에 열리는 크르크프나르(오일 레슬링) 대회가 가장 유명한데, 몸을 미끄럽게 만들어서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선수들이 온몸에 오일을 바르고 시합을 치른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작년 레슬링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한국의 김현우 선수가 그레코로만형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었는데 당시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가 터키 선수였던 거다. 뭐, 우연찮게 한국이 터키를 상대로 이긴 경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희한할 법도 하건만 지난 월드컵에서는 터키가 이겼으니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비긴 셈이라 치겠다…….
하여간에 책을 읽으며 과연 터키에 관해 얼마나 알 수 있을지 내심 수상쩍은 기분이 들기도 했었지만, 다른 여행 정보서와는 확연히 다른 내실을 갖추고 있어서 '대단히 대단하고 굉장히 굉장하게' 만족하는 바다. 이제 나도 터키어 한마디쯤은 할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Türkiye, seni sevdim(튀르키예, 세니 세브딤; 터키, 당신이 좋아요)"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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