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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

등록|2014.06.24 15:09 수정|2014.06.24 15:21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뉴스타파 최승호 피디의 한국 언론 이야기 ⓒ 철수와 영희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순전히 나 자신이 판단하고 느끼는 것인데, 보니까 나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더라고요. 관리직인 부장도 해봤지만, 그래서 행복했느냐. 하고 자문해보면 그렇지 않았거든요. 나 자신을 관찰해봤을 때 저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그런 쪽으로 계속 내 인생을 이끌어 온 것이죠. 좋은 프로그램이란 윗사람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인 거죠. 그러다보니 4대강 사업 같은 것을 취재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니까 윗선하고 부딪치고, 결국 잘리고 그런거죠. -최승호 MBC. PD 수첩 PD -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 세 번째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철수와 영희. 최승호와 지승호의 대자보)'가 간행됐다. 첫 번째 <이대로 가면 또 진다>(손석춘과 지승호의 대자보)와 두 번째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김인국과 손석춘의 대자보)에 이은 것이다. 첫 번째는 정치권을, 두 번째는 종교계를 세 번째는 언론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는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가 말하는  한국 언론 이야기다. 최승호 피디는 1986년 MBC에 입사하여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스페셜> 등을 연출했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문제>와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검사와 스폰서> 등 성역에 가까웠던 금기 영역을 파헤쳐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린 대가로 최 피디는 해직을 당했고 재판 중에 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탐사저널리즘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뉴스타파>라는 대안 언론을 통해  심도 깊은 탐사프로그램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다. <뉴스타파>는 국정원의 조작 간첩 사건 등을 심도 있게 다뤘다.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는 4부로 구성되었다.  권력과 언론의 관계, 통제를 넘어 언론인으로 가져야 할 자세, 언론이 나가야 할 방향 등을 개인사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1부 '권력과 방송'에서는  공영방송이  보수집권의 전리품이 되어 집권층의 입으로 전락해 '땡박' 언론이 탄생한 이후 공영방송으로 역할을 잃어버린 상황을 짚어준다.

MBC는 지난 2008년 방송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프로그램 제작팀을 징계함으로 보수 극우 세력에게 스스로 굴복한 모습을 보였다.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은 공영방송이 언론의 제 역할을 포기하고 정권의 입으로 전락한데 있다.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기보다  언론이 지닌 힘을 이용하는 권력의 하수인으로 적당히 안주하다가 권력에 편승해 개인의 영달을 추구한다. 이에 대해 최승호 피디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멘탈은 간단해요. 복잡한 게 아니고. MBC를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으로 보지 않는 거죠. 안광한 씨가 MBC에서 30년 정도 일했을 거예요. 그러면 오랫동안 자기를 키워주고, 가장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조직에 감사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사장이 되었으니 '회사를 잘 살려야겠다. 내 청춘을 바친 조직이니까 , 이런 게 보편적인 정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사람은 그렇지 않은 거예요. 자기 개인의 이익을 훨씬 더 위에 갖다놓는 거죠. 그것 위햇라면, 젊은 시절을 보낸 직장이자 자기 삶의 근거지였던 곳이 망가지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멘탈리티를 가진 사람인 겁니다."

2부 통제를 넘어 진실을 향해, 에서는  대안 언론 <뉴스타파>가 다룬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과, 피디 수첩이 다룬  4대강의 수심 6미터 공사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지시하셨습니까" 돌발 질문을 던졌던 상황 등 통제를 넘어 언론인으로 진실을 알리려던 노력을 전해준다.

3부 '나는 언론인이다'에서는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언론인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언론인으로 오래 남지 못하는 풍토에 대한 안타까움, 탐사보도라는 새로운 지평이 갖는 의미 등을 전한다.

4부 '어둠 속에서 우리는 전진한다'에서는 언론이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서서 진실을 전해야 하는 이유, 최승호 피디 자신이 권위보다 자유를 택한 이유 등을 전해준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언론과 공영방송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 시민들과 약자의 편에 서서 진실을 아릴고 언론으로 제 역할을 감당해 준다면 시민들은 함께 마음을 모아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대안 언론인 <뉴스타파>에 3만 여 명이 자발적인 후원을 하는 것이 그 증거다. 시민단체인 언소주(언론소비자 국민주권)가  조중동(조선, 동아, 중앙)과 싸움을  했고 조선과의 싸움에서 승소 했다. 거대 언론을 상대로 힘이 약한 시민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는 동안 많은 고통을 당했지만 그들은 끝내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최승호는 언론이 약자의 편에 서야 평등사회가 만들어진다고 강변한다.

"분명한 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약자한테도 열리고, 지금보다 더 평등한 사회로 가야한다. 약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가질 수 잇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호로 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최승호 피디는 까마득한 후배의 삼각대를 메고 가는 등 권위의식을 벗어던지고 함께 호흡하며 후배들과 동료의식을 다지고 있다. 그는 평등사회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약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그 길을 여는 길목에 언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믿음이 실현되기 위해 언론이 기울지 않는 공정함으로 아니, 더 약한 약자의 편에서 진실을 알리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 최승호와 지승호의 대자보/ 청수와 영희/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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