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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노란 바다'... 그림으로 같이 울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청년 예술인의 자기고백

등록|2014.06.26 11:55 수정|2014.06.26 11:55

SEWOLHO AND SEA다시 바라본 바다 ⓒ 황석진


어렸을 적 부모님이 촬영한 비디오 속 조그마한 나는 대부분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매직을 들고 전부 검게 칠한 피아노, 어머니의 립스틱으로 화장대 거울을 빨갛게 칠하는 나. 예술행위는 작품이 작용하는 범위 외에도 그린다는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된다.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싶다. 그림은 이전에도 그러했듯 호흡의 일부이다. 표현하기를 멈추면 마음의 벽이 좁혀져 숨 쉴 틈이 사라진다. 나를 둘러싼 벽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한다.

그 수단이 그림이다. 호흡의 목적이 살기 위한 것이듯 내 그림이 스스로 매개체가 되어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마음을 울리는 자연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 그것을 촬영하고 인화한 사진을 따라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내가 그리려 하는 것은 찍혀진 대상이 아니라 그 풍경을 들여다보는 내 영혼의 모습이다.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작업실에서 뉴스를 보며 많은 시간 회의감에 빠져 있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지? 그림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지? 그러나 나는 믿는다. 예술에게 진정한 힘이 있다면 그것은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그림 속 노란 바다가 떠난 그들을 다시 데려올 순 없지만, 남아 있는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잊지 않는다는 것이 단지 이성적 다짐으로만 가능한 일일까? 그들의 죽음이, 부모들의 아픔이 저마다의 영혼에 각인되어 다시 본 바다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아련한 풍경으로 보인다. 잊혀지지 않을 그들의 죽음은 우리에게 말한다. 진실을 원한다고.

SEWOLHO AND SEA공허라는 풍경 ⓒ 황석진


공허라는 풍경…. 잡히지 않는 응어리, 단원고 학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렸다. 아니 그릴 수 없었다. 고통이 너무 커서 그 깊은 심연을 나는 헤아릴 수 없었다. 바다를 보았지만, 수중 위 떠도는 잡히지 않는 실체를 그리고 싶었다. 두 발 딛고 굳게 서야 할 지면이 불안하니, 그 땅에서 바라본 세상도 위태롭다.

앞으로 나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주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림을 통해 함께 아파하려 한다. 같이 울면 기분 좀 나아지지 않는가. 같이 울자. 같이 그림 그리고 같이 놀자.

한 가지 더, 6월 1일 새벽 춘천 지하상가 벽면에 그려진 박근혜 풍자 그래피티에 경찰은 참으로 이상하다 싶을 만큼 민감한 대응과 조사를 하고 있는 듯하다.(관련기사 : '박근혜 낙서'가 불러온 파문 지문 채취에 '배후 있냐' 추궁)

현장에 참여했던 사람의 말을 빌자면, 주변에서 형사로 보이는(무전기를 든) 분들이 수차례 목격되었다 하고, 각자 죄의 무게가 다르다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알려준다고 회유책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한 명에겐 그가 가입한 시민단체와 연관을 지었으며, 배후가 있는지, 돈이 오고간 적이 있는지 추궁했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공공 건물 벽면에 그림을 그린 것은 잘못된 일이고, 그에 합당한 벌금을 내야 한다면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박근혜 관련 스텐실과 풍자 스티커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없는 배후를 추궁하고 통화기록을 조회한다는 것이, 벽면에 그려진 낙서를 조사하는 데 4~5대 이상의 차량이 동원된다는 것이 이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 아닐까?

그는 표현하지 않으면 너무 답답하고 마음이 먹먹해서, 그렇게 말라가기 싫어서 예술로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는 기계 속 부속품과 같은 시대에 진정으로 삶을 대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응원하고 위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둘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으로부터 더 좋은 세상은 시작된다.

더 이상 무너지는 꿈을 보고만 있지 말자. 거짓의 자리에서 사퇴하자. 망언으로 도태되지 말고 반성으로 사퇴하자. 각자의 욕망이란 용좌로부터.
덧붙이는 글 http://po2try93.tumblr.com 글쓴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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