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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건대, 나는 군시절 A급 관심병사였다

[주장] 군대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인정 안 하는 문화에 있다

등록|2014.06.25 11:26 수정|2014.06.25 11:26
나는 군시절 'A급 관심병'이었다. 일단은, 군단장(3개의 사단과 다수의 직할대를 관할하는 군단의 최고계급으로 사단장보다도 높다)이 일개 병사였던 내 안위에 대해서 묻는 전화를 걸어왔다. 보통의 병사들은 같은 병사가 멘토로 지정되나, 내 경우는 부대의 최고 선임자인 대대장(중령, 나이는 보통 40대 후반)이 지정됐다. 또 매주 월요일 부대회의에서 내 근황을 확인하는 절차까지 있었다.

각부대 관심병들을 모아 놓고 진행하는 비전 캠프에도 두 번이나 참석할 만큼 군단에서 관심병으로서 내 입지는 제법 높았다. 그런 나이기에 이번 GOP(일반 전초) 총기사건에 대해 더욱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관심병이 된 것은 훈련병 때부터였다. 훈련이든 작업이든 뭔가를 할 때면 대대장 혹은 연대장 같은 비교적 높은 계급의 관리자들이 딱히 목적이 있어 보이지 않는 시찰을 다닐 때가 잦았다. 그리고는 딱히 목적이 있어 보이지 않는 질문을 건네기 마련이다.

"어디 힘든 점은 없나?"

보통의 병사들은 여기서 일고의 주저함 없이 우렁찬 목소리로 "없습니다"를 외치는 것이 관행이다. 또 그렇게 대답할 것을 암묵적으로 종용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서 가능한 한 논리적이고 차분한 어조로 생활상의 불편함과 병영생활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내 답변을 듣고 난 뒤의 높은 계급의 그들은 하나 같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것은 오히려 나였다. 힘든 점을 말하라고 해서 말한 것뿐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군 생활의 어려움 토로... '관심병'이라는 멍에를 갖다

강화된 동해안 주요도로 검문검색지난 21일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도주 사병을 검거하기 위한 검문검색이 강원 고성지역 국도에서 실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나는 곧 눈치 없는 사람이었고,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튀는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군대라는 시스템은 이런 성향의 인간을 안아갈 수 있을 정도의 포용력이 결코 없었다. 대신 '관심병'이라는 멍에를 씌웠다(물론, 관심병사 지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며 내 경우가 이렇다는 것이다). 관심병은 정상적인 군생활을 하지 못하는 3류이므로 자살 및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부대 내에서 배제되어 버린다. 곧 왕따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이 사회에서 왕따가 없는 조직이 있을까. 이따금씩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왕따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뭔가 불편했다. 왕따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사회에는 왕따가 없을까.

내가 봤을 때는 심하면 심하지 결코 덜하지 않는다. 대신, 물리적인 폭력 대신 우회적으로 또 지능적으로 벌어진다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군대에서만은 왕따(관심병)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휘관들의 생각이 결국 관심병들을 더 궁지로 내모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병적일 만큼 통일을 강조한다. 하다못해 음식을 시킬때도 개인의 기호보다는 빠른 음식 서빙을 위해 통일을 종용하기도 한다. 군대는 그 최일선에 있다. 강압과 복종이 먹혀 들기 위해서는 인간을 가능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능한 다양한 개인의 성향을 한쪽으로 모으고 또 모으기 위해서 애를 쓴다. 심지어 그것이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들이 말하는 군기확립, 부대관리란 곧 인간을 획일화 하는 작업과 다름 아니다.

그런 군대에서 남들과 '조금' 다름은 곧 감시하고 주목해야 할 대상이 된다. 어쨌거나 사회가 점차 개인의 개성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변화하자 군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갖는 집단성과 획일성을 버릴 리는 만무하다.

그들에게 관심병이란 잡초와도 같다. 사회와 국민의 눈치만 없다면 바로 제거하고 싶은 대상이다.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이번 임아무개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서 군대 내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이번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풍토가 군대 내 자리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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