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멕시코, 거리의 풍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멕시코 16강 가던 날
드디어 한국과 알제리의 결전의 날이다. 지인 집에서 축구를 함께 보기로 한 우리 가족들은 모두 붉은 악마 옷으로 갈아입었다. 여기 시간으로 오후 2시에 시작하기에 간식과 맥주를 준비했다. 시원한 맥주가 입술과 치아를 지나 혀를 적시고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도 전이었다. 첫 골, 두 번째 골, 세 번째 골… 우린 망연자실했다. 그냥 집 주인의 음식을 칭찬했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를 건배에 건배를 제의했다. 4-2. 참담한 패배였다. 믿기지 않았다.
사실 월드컵 시작 전에 보여준 평가전의 모습은 기대할 것 없었다. 그런데 러시아와 비긴 것이 아닌가!!! 우린 다시 끓어 올랐다. 한국 축구가 다시 살아나는가 싶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2002년때보다 유럽파도 훨씬 더 많고, 젊기에 패기가 있다는 둥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기에 이번 경기 결과가 더욱 실망스러웠다. 결국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 뿐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가게 문을 열고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며 잊혀지는 듯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침부터 녹색의 물결이 거리를 덮고 있었다. 매출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기에 한산한 거리의 모습이 그리 원망스럽지는 않다. 다만 중국 서플라이어와 여기 세관 통관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을 뿐이었다. 결전의 시간이다.
현지 직원들을 위해서 멕시코 대 크로아티아 경기를 보여줬다. 평소에 애국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던 직원들이 손을 쥐고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반이 끝났다.
난 직원들한테 걱정하지마. 스페인하고 같이 집으로 올거야 라고 농담으로 말했더니 절대 아니라고 바락바락 대든다. 드디어 후반전에 멕시코가 일을 내버렸다. 백전 노장인 라파엘 마르케스가 첫 골을 넣더니 박지성의 팀동료였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까지 세 골 연속으로 넣어버린 것이다. 브라질과의 경기 때도 절대 물러서지 않더니 크로아티아 정도는 그냥 빤 칼리엔테(PAN CALIENTE: 아침에 갓 구운 빵을 먹는 것처럼 쉽다는 뜻. 한국의 누워서 떡 먹기)였던 것이었다.
결과는 3-1. 부러웠다. 개최국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와 같은 조에 속해있었지만 2승 1무로 가볍게 16강에 진출하니 말이다. 벌써 나팔을 분다. 크락숀을 울린다. 빰빰 빰빰빰(VIVA MEXICO - 비바 멕시코: 멕시코 만세). 부러운 시간도 잠시 난 재빨리 퇴근을 준비했다.
역시였다. 시내 제일 한복판 길 레포르마를 통째로 막아버린 것이다. 모든 차에서 클랙슨이 울린다. 빰빰 빰빰빰. 한명이 시작하면 여기 저기서 따라하기 시작하고 멈춰있는 바이크는 엔진 공회전으로 따라한다. 레포르마 길 근처에 사는 나는 쉽지 않은 귀갓길이 될 것이다.
사실 멕시코의 애국심은 유별나다.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독립한 지 2백년이 지났지만 독립기념을 중남미 전체에서 제일 유별나게 지낸다. 물론 스페인 지배로부터 벗어난 것을 기뻐하고 다시는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깊은 와신상담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거의 모든 국민들이 즐거워하고 함께 즐기는 거대한 축제로 승화시켜서 2백년 이상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대단한 국민인 것이다. 물론 멕시코는 스페인 지배가 삼백 년 가까이 지속되었기에 민족의 정체성 자체가 흐려져서 스페인에 대한 깊은 적대심 같은 것은 없기에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멕시코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스페인으로 독립은 되었지만 헤게모니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스페인 혈통의 사람들이다. 혹자는 멕시코는 독립은 되었지만 페닌술라레(이베리아 반도에서 태어난 스페인 인)에서 끄리오요(멕시코에서 태어난 스페인 인)로 수평적 권력이동이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 땅의 원래 주인인 인디안들 그리고 스페인의 정책으로 태어난 메스티소 들은 대부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만성적인 부정부패, 치안 불안 등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극빈층임에도 국가대표 팀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고 저렇게 즐겁게 즐기는 문화가 많이 부럽다. 축구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것이다.
난 한국을 뜨겁게 응원했지만 이성적으로는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걸 꺼렸다. 무슨 국내 문제만 있으면 세 결집하듯 박근혜 대통령은 외국 순방을 나갔고, 그 일정 중에 매일 매일 보수 일간지 앞면을 도배하듯 실리는 패션쇼는 정말 사람 질리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가 이 정권의 모든 문제를 덮어버릴까 그것이 두려웠다.
국정원 선거개입, 4월의 <세월호> 참사, 식민지배를 정당화시키는 발언을 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지명 등. 결국 나는 월드컵을 멕시칸들처럼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성적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축구 대표팀이 한국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집단인 것처럼 심적으로 믿어버렸고 어제의 응원도 그런 식이었다.
인파로 거리는 가득찼다. 독립기념탑을 중심으로 녹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내일의 의식주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오늘이 기쁜 날이다. 아직 축제가 한참일 무렵인 저녁 8시. 모두를 쓸어버릴 듯 폭우가 쏟아진다. 갑작스레 퍼부은 비가 축제로 정신 없었을 멕시칸들을 이리 저리 흩어버렸을 것을 생각하니 쓴 웃음이 지어졌다. 첫째는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잘 수 있겠구나. 둘째는 우린 죽을 맛인데 말이지.
사실 월드컵 시작 전에 보여준 평가전의 모습은 기대할 것 없었다. 그런데 러시아와 비긴 것이 아닌가!!! 우린 다시 끓어 올랐다. 한국 축구가 다시 살아나는가 싶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2002년때보다 유럽파도 훨씬 더 많고, 젊기에 패기가 있다는 둥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기에 이번 경기 결과가 더욱 실망스러웠다. 결국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 뿐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가게 문을 열고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며 잊혀지는 듯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 바이크를 탄 무리들이 엔진 공회전으로 비바 멕시코를 외치고 있다. ⓒ 김유보
▲ 아빠의 등에 탄 소녀가 얼굴에 멕시코 국기 색칠을 하고 머리에 왕관을 쓰고 어리둥절한 축제를 즐긴다. ⓒ 김유보
아침부터 녹색의 물결이 거리를 덮고 있었다. 매출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기에 한산한 거리의 모습이 그리 원망스럽지는 않다. 다만 중국 서플라이어와 여기 세관 통관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을 뿐이었다. 결전의 시간이다.
현지 직원들을 위해서 멕시코 대 크로아티아 경기를 보여줬다. 평소에 애국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던 직원들이 손을 쥐고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반이 끝났다.
난 직원들한테 걱정하지마. 스페인하고 같이 집으로 올거야 라고 농담으로 말했더니 절대 아니라고 바락바락 대든다. 드디어 후반전에 멕시코가 일을 내버렸다. 백전 노장인 라파엘 마르케스가 첫 골을 넣더니 박지성의 팀동료였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까지 세 골 연속으로 넣어버린 것이다. 브라질과의 경기 때도 절대 물러서지 않더니 크로아티아 정도는 그냥 빤 칼리엔테(PAN CALIENTE: 아침에 갓 구운 빵을 먹는 것처럼 쉽다는 뜻. 한국의 누워서 떡 먹기)였던 것이었다.
결과는 3-1. 부러웠다. 개최국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와 같은 조에 속해있었지만 2승 1무로 가볍게 16강에 진출하니 말이다. 벌써 나팔을 분다. 크락숀을 울린다. 빰빰 빰빰빰(VIVA MEXICO - 비바 멕시코: 멕시코 만세). 부러운 시간도 잠시 난 재빨리 퇴근을 준비했다.
▲ 한 소녀가 무등을 탄 채 거품 세례를 받고 있다. ⓒ 김유보
▲ 개도 주인과 같이 즐기러 나왔다 ⓒ 김유보
역시였다. 시내 제일 한복판 길 레포르마를 통째로 막아버린 것이다. 모든 차에서 클랙슨이 울린다. 빰빰 빰빰빰. 한명이 시작하면 여기 저기서 따라하기 시작하고 멈춰있는 바이크는 엔진 공회전으로 따라한다. 레포르마 길 근처에 사는 나는 쉽지 않은 귀갓길이 될 것이다.
사실 멕시코의 애국심은 유별나다.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독립한 지 2백년이 지났지만 독립기념을 중남미 전체에서 제일 유별나게 지낸다. 물론 스페인 지배로부터 벗어난 것을 기뻐하고 다시는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깊은 와신상담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거의 모든 국민들이 즐거워하고 함께 즐기는 거대한 축제로 승화시켜서 2백년 이상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대단한 국민인 것이다. 물론 멕시코는 스페인 지배가 삼백 년 가까이 지속되었기에 민족의 정체성 자체가 흐려져서 스페인에 대한 깊은 적대심 같은 것은 없기에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멕시코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스페인으로 독립은 되었지만 헤게모니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스페인 혈통의 사람들이다. 혹자는 멕시코는 독립은 되었지만 페닌술라레(이베리아 반도에서 태어난 스페인 인)에서 끄리오요(멕시코에서 태어난 스페인 인)로 수평적 권력이동이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 땅의 원래 주인인 인디안들 그리고 스페인의 정책으로 태어난 메스티소 들은 대부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만성적인 부정부패, 치안 불안 등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극빈층임에도 국가대표 팀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고 저렇게 즐겁게 즐기는 문화가 많이 부럽다. 축구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것이다.
▲ 독립 기념탑 주위에서 축제를 즐기는 멕시칸들 ⓒ 김유보
▲ 멕시코 독립기념탑 주위에서 16강 진출을 기뻐하는 멕시칸들 ⓒ 김유보
난 한국을 뜨겁게 응원했지만 이성적으로는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걸 꺼렸다. 무슨 국내 문제만 있으면 세 결집하듯 박근혜 대통령은 외국 순방을 나갔고, 그 일정 중에 매일 매일 보수 일간지 앞면을 도배하듯 실리는 패션쇼는 정말 사람 질리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가 이 정권의 모든 문제를 덮어버릴까 그것이 두려웠다.
국정원 선거개입, 4월의 <세월호> 참사, 식민지배를 정당화시키는 발언을 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지명 등. 결국 나는 월드컵을 멕시칸들처럼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성적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축구 대표팀이 한국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집단인 것처럼 심적으로 믿어버렸고 어제의 응원도 그런 식이었다.
▲ 레포르마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 김유보
인파로 거리는 가득찼다. 독립기념탑을 중심으로 녹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내일의 의식주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오늘이 기쁜 날이다. 아직 축제가 한참일 무렵인 저녁 8시. 모두를 쓸어버릴 듯 폭우가 쏟아진다. 갑작스레 퍼부은 비가 축제로 정신 없었을 멕시칸들을 이리 저리 흩어버렸을 것을 생각하니 쓴 웃음이 지어졌다. 첫째는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잘 수 있겠구나. 둘째는 우린 죽을 맛인데 말이지.
▲ 멕시코 일간지 El Grafico에 멕시코 승전보가 실렸다. 보통은 마약 카르텔의 살해현장이나 교통사고 현장을 가감없이 올리는데 승전보 다음 날인 오늘만은 예외다. ⓒ 김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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