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장터 카멜레온 부부, 이들의 이유 있는 변신
20년 식당, 10년 노점상, 파란만장한 부부이야기
'잉어빵, 채소모종, 마늘, 찹쌀 도넛, 핫도그' 등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품목들을 한 노점상에서 계절마다 바꿔가며 판다. 안성장터에서 10년간 노점상을 하며 카멜레온처럼 계절마다 변신하는 양해천(61)·신영애(57) 부부는 도대체 왜, 어떻게 변신할까. 지난 24일 안성장터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식집 식당 말고 다 해봤어유"
30년 전 시작해 20년 했던 여러 식당이 잘됐다면 이 부부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뜻대로 되랴. 전주가 고향인 이 부부는 중식집, 양식집, 한식집 등 일식집만 빼고 다해봤다. 고향에서 장사가 재미없어 성남 등 외지로 진출도 했었다.
이 부부가 식당을 접고 시작한 노점상이 바로 옷 노점상이었다. 덕분에 전국 5일장을 돌아다녔다. 소위 장돌뱅이였다. 사실 양해천씨가 중간에 관광버스 기사도 해봤다니 참으로 다양하다.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는 양해천씨의 말은 일리가 있다.
그렇게 전국 5일장을 떠돌다가 우연한 기회에 안성에 자리 잡았다. 처음엔 옷을 계속 팔았다. 자금회전이 빠르지 않다는 이유로 옷 노점상을 접었다. 무얼 할까 고민하던 이 부부는 자금회전도 빠르고, 소비자들에게도 다가가기 쉬운 종목, 즉 먹는장사를 하자고 결론 내렸다.
남편의 정성과 아내의 이름 걸고 잉어빵장사 시작해
하지만, 식당을 다시 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드디어 이 부부가 선택한 장사가 바로 잉어빵 장사였다. 6년 전에 처음 시작할 땐 프랜차이즈로 시작했다. 장사를 하다가 잉어빵 반죽공장에 들렀던 해천씨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음을 보고 실망했다.
저 정도라면 소비자의 건강에도 좋지 못할 거 같아 양심에 찔렸다.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잉어빵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잉어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한 비싸고 좋은 기름을 사용했다. 팥의 방부제를 해독하는 노하우를 발견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 이 집만의 잉어빵을 만들어냈다.
"잉어빵 이름이 무언지 아세요" 뜬금없는 해천씨의 질문에 기자가 어리둥절해하자 "'영애네 잉어빵'이라고 이름붙였다"며 웃는다. "영애가 누구?"라 묻자 아내 영애씨가 "바로 내 이름"이라며 한바탕 웃는다. 이렇게 해서 옷 장사에서 잉어빵 장사로 전업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해천씨가 개발한 방법으로 반죽을 하면 여름엔 반죽도 팥도 변하게 마련이었다. 방부제를 벗겨낸 팥이 더운 여름 날씨를 견뎌내지 못했다. 뭔가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본인들조차 헛갈리기도 한 그들의 변신은 무죄
주변에서 모종 장사를 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 권유를 받아들여 모종장사를 시작했다. 고구마, 가지, 고추, 삼채, 호박 등의 모종을 파는 일을 했다. 모종은 씨를 사서 모종 재배를 전문으로 하는 농장에 위탁재배를 맡겼다. 이렇게 봄엔 각종 채소 모종을 판다.
곧이어 마늘이 나오는 철이 되면 마늘을 판다. 처음엔 전라도 고흥마늘을 산지에 가서 떼어 팔고, 그 다음은 서산마늘을 떼어 팔고 다음은 안성마늘을 판다. 이렇게 하다가 모종도 마늘도 철이 지나면 이 부부는 쉴까. 중간에 쉴 수 없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시작한 장사가 찹쌀 도넛과 핫도그 장사. 잉어빵을 한 여름에 팔기엔 신선도가 떨어지기에 시작한 장사다. 10월 중순 쯤이 되어야 다시 잉어빵 장사를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이듬해 2월까지 잉어빵 장사가 이어진다.
이 집의 장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보면 이렇다. 잉어빵 장사로 한해를 시작해서 모종이 나오는 봄엔 각종 모종을 팔고, 곧이어 마늘이 나오는 철엔 마늘을 팔고, 한 여름과 가을엔 찹쌀 도넛과 핫도그를, 다시 겨울엔 잉어빵을 팔면서 한해를 마감한다. 본인들조차 하도 많은 품목의 장사를 하다 보니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지 못할 정도다.
이젠 어느 것 하나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진짜 생겼다. 바로 단골 때문이다. 각종 모종과 마늘을 찾는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찹쌀 도넛과 잉어빵을 찾는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이 집의 것만 찾는 마니아들이 생겼다.
그들의 변신의 근본동기 알고 보니...
사실 카멜레온의 변신이 멋을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춰 보호색으로 바꾸는 것이듯 이 부부도 살아남기 위해 주변에 맞게끔 자신들을 바꾸어 왔다. 가진 것이 부족하니 몸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맘이었으리라.
그렇게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 이 부부는 슬하의 세 딸을 다 키워내고, 이젠 직장과 시집을 보냈다. 그들의 변신의 근본동기이자 원동력이었으리라.
다행히도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이 부부가 많이 웃었다. 어쩌면 자신들이 무심코 넘긴 이야기들을 기자가 정성껏 잘 들으니 그랬으리라. 어쨌든 그들이 많이 웃어서 보기 좋았다.
"앞으로 또 어떻게 변신할지 모르겠다"는 이 부부를 누가 말릴까. 이 부부를 보면서 동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주름살이 떠오르는 건 또 무슨 이유일까.
"일식집 식당 말고 다 해봤어유"
30년 전 시작해 20년 했던 여러 식당이 잘됐다면 이 부부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뜻대로 되랴. 전주가 고향인 이 부부는 중식집, 양식집, 한식집 등 일식집만 빼고 다해봤다. 고향에서 장사가 재미없어 성남 등 외지로 진출도 했었다.
▲ 양해천 신영애 부부10년 가까이 이 자리에서 각종 모종, 마늘, 잉어빵, 찹쌀 도넛과 핫도그 등의 다양한 품목을 팔아온 부부. 지금(6월)은 마늘을 파는 시대다. 부부가 마늘을 다듬다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송상호
이 부부가 식당을 접고 시작한 노점상이 바로 옷 노점상이었다. 덕분에 전국 5일장을 돌아다녔다. 소위 장돌뱅이였다. 사실 양해천씨가 중간에 관광버스 기사도 해봤다니 참으로 다양하다.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는 양해천씨의 말은 일리가 있다.
그렇게 전국 5일장을 떠돌다가 우연한 기회에 안성에 자리 잡았다. 처음엔 옷을 계속 팔았다. 자금회전이 빠르지 않다는 이유로 옷 노점상을 접었다. 무얼 할까 고민하던 이 부부는 자금회전도 빠르고, 소비자들에게도 다가가기 쉬운 종목, 즉 먹는장사를 하자고 결론 내렸다.
남편의 정성과 아내의 이름 걸고 잉어빵장사 시작해
하지만, 식당을 다시 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드디어 이 부부가 선택한 장사가 바로 잉어빵 장사였다. 6년 전에 처음 시작할 땐 프랜차이즈로 시작했다. 장사를 하다가 잉어빵 반죽공장에 들렀던 해천씨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음을 보고 실망했다.
저 정도라면 소비자의 건강에도 좋지 못할 거 같아 양심에 찔렸다.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잉어빵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잉어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한 비싸고 좋은 기름을 사용했다. 팥의 방부제를 해독하는 노하우를 발견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 이 집만의 잉어빵을 만들어냈다.
"잉어빵 이름이 무언지 아세요" 뜬금없는 해천씨의 질문에 기자가 어리둥절해하자 "'영애네 잉어빵'이라고 이름붙였다"며 웃는다. "영애가 누구?"라 묻자 아내 영애씨가 "바로 내 이름"이라며 한바탕 웃는다. 이렇게 해서 옷 장사에서 잉어빵 장사로 전업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해천씨가 개발한 방법으로 반죽을 하면 여름엔 반죽도 팥도 변하게 마련이었다. 방부제를 벗겨낸 팥이 더운 여름 날씨를 견뎌내지 못했다. 뭔가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본인들조차 헛갈리기도 한 그들의 변신은 무죄
주변에서 모종 장사를 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 권유를 받아들여 모종장사를 시작했다. 고구마, 가지, 고추, 삼채, 호박 등의 모종을 파는 일을 했다. 모종은 씨를 사서 모종 재배를 전문으로 하는 농장에 위탁재배를 맡겼다. 이렇게 봄엔 각종 채소 모종을 판다.
곧이어 마늘이 나오는 철이 되면 마늘을 판다. 처음엔 전라도 고흥마늘을 산지에 가서 떼어 팔고, 그 다음은 서산마늘을 떼어 팔고 다음은 안성마늘을 판다. 이렇게 하다가 모종도 마늘도 철이 지나면 이 부부는 쉴까. 중간에 쉴 수 없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시작한 장사가 찹쌀 도넛과 핫도그 장사. 잉어빵을 한 여름에 팔기엔 신선도가 떨어지기에 시작한 장사다. 10월 중순 쯤이 되어야 다시 잉어빵 장사를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이듬해 2월까지 잉어빵 장사가 이어진다.
이 집의 장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보면 이렇다. 잉어빵 장사로 한해를 시작해서 모종이 나오는 봄엔 각종 모종을 팔고, 곧이어 마늘이 나오는 철엔 마늘을 팔고, 한 여름과 가을엔 찹쌀 도넛과 핫도그를, 다시 겨울엔 잉어빵을 팔면서 한해를 마감한다. 본인들조차 하도 많은 품목의 장사를 하다 보니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지 못할 정도다.
▲ 요즘은 마늘 시대시기로 봐서 인터뷰를 한 요즘은 마늘시대다. 이 부부가 마늘을 주력으로 파는 시기다. 이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면 곧 찹쌀 도넛과 핫도그를 파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들의 변신은 이 시대 서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송상호
이젠 어느 것 하나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진짜 생겼다. 바로 단골 때문이다. 각종 모종과 마늘을 찾는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찹쌀 도넛과 잉어빵을 찾는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이 집의 것만 찾는 마니아들이 생겼다.
그들의 변신의 근본동기 알고 보니...
사실 카멜레온의 변신이 멋을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춰 보호색으로 바꾸는 것이듯 이 부부도 살아남기 위해 주변에 맞게끔 자신들을 바꾸어 왔다. 가진 것이 부족하니 몸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맘이었으리라.
그렇게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 이 부부는 슬하의 세 딸을 다 키워내고, 이젠 직장과 시집을 보냈다. 그들의 변신의 근본동기이자 원동력이었으리라.
다행히도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이 부부가 많이 웃었다. 어쩌면 자신들이 무심코 넘긴 이야기들을 기자가 정성껏 잘 들으니 그랬으리라. 어쨌든 그들이 많이 웃어서 보기 좋았다.
"앞으로 또 어떻게 변신할지 모르겠다"는 이 부부를 누가 말릴까. 이 부부를 보면서 동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주름살이 떠오르는 건 또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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