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책임진다던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안대희·문창극 연속 낙마로 '원점복귀'... '김기춘 책임론' 대신 인사수석실 신설
▲ 나 또 총리?세월호 참사 이후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 권우성
[기사 보강 : 26일 오전 11시 25분]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을 결정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 총리의 후임으로 내세웠던 안대희·문창극 전 후보자들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원상복귀'를 택한 셈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께서는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께 국가개조를 이루고 국민안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라며 "이를 위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오늘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국무총리로서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청문회를 통해 새 내각이 구성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 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비롯한 국정과제와 국가개조를 강력히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총리 후보자 2명이 연달아 청문회조차 거치지 못한 채 낙마하면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해서는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창극 전 후보자 낙마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홍보수석은 "그 동안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보강을 위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어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한 인사의 발굴과 평가를 상설화하기로 했다"라며 "앞으로 인사수석이 인재 발굴과 검증 관리 등을 총괄하며 인사위원회에서 실무 간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감쌌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적한 국정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라며 "새누리당은 정부의 중단 없는 국정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총리가 유임되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부 주요 공직자는 전무하게 됐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로써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정홍원 총리 유임? 세월호 참사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반면, 야권은 헌정 사상 초유의 총리 유임 사태에 "무능함을 자인한 꼴"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총리를 다시 기용한 것은 세월호 참사 후에도 변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가 이날 유임되면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주요 고위공직자는 없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는 거짓이었나"라며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지 않겠다, 잊겠다는 것이다, 무능·무기력·무책임 3무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했는데 있던 책임이 없어진 것인가"라며 "헌사람 재등용은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퇴행인사"라고 꼬집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에서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고 후 변화를 이끌 능력이 없다고 스스로 사퇴한 분인데 그를 유임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이후 국민이 바라는 근본적 변화를 이룰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고 인사참사에 대해 어떤 사과를 하거나 김기춘 비서실장을 문책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데 대해 대단히 안타깝다"라며 "박 대통령은 정 총리 유임이라는 미봉책을 거둬들이고 세월호 참사 이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세월호 사고 책임을 지겠다며 냈던 정 총리의 '사의'를 60일이 지난 지금 반려시켰다"라며 "'절대로 잊지 말라 달라'는 국민들에게 '이제 완전히 잊겠다'는 정반대의 대답을 일방통보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제남 정의당 원내대변인 역시 "정 총리 유임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씻지 못할 상처를 또 다시 남겼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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