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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분실신고, 이런 게 아쉽다

왜 전화로는 주민등록증 분실·도난신고를 할 수 없을까

등록|2014.06.26 17:40 수정|2014.06.26 17:40
어젯밤 나는 지하철 혹은 횡단보도 앞 어디에선가 소중한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가방이 열린 상태가 된 채 말이다. 언론에만 나오지 않았을 뿐 소매치기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

"나는 전에 지하철역 안에 벤치에 앉아서 잠깐 가방 안을 보려고 자리 옆에 지갑을 내려놨는데….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누가 가져갔어."
"저는 버스에서 겨울에 패딩 입고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 뒷골이 쏴해서 봤더니 이미…."
"나도 화장실에서 잠깐 놓고 나온 사이 잃어버린 적 있는데, 나중에 인천경찰서에서 연락 와서 찾았잖아."
"인천?"
"응 서울에서 잃어버렸는데, 가져갔던 사람이 인천 어디 쓰레기통에 버렸나 봐."

나는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없어서, 이런 일이 주변에 아직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작은 일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아 방송이 되지 않을 뿐, 우리는 여전히 범죄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내가 어디에서 분실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내 가방을 열고 가져갔다는 것이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은행마다 그리고 카드사마다 '전화'를 걸어 모든 카드 및 보안카드 분실신고를 했다. 특히나 나중에 인터넷 보안카드를 하나하나 다시 발급받을 생각을 하니 앞이 암담했다. 그러다 문득 제일 중요한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처리가 늦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민등록증은 금융거래의 기본인데...

주민등록증은 모든 금융 거래의 기본이고, 나의 신분을 증명해주는 분신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걱정이 됐다. 내가 112에 전화를 하니, 경찰은 내 위치를 물었다. 관할 경찰서에 연결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했다. 그리고 내가 있는 위치에서 제일 가까운 지구대로 연결됐다.

"지금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말씀해주세요."
"아, 혹시 왜 그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직접 방문해서 상황을 접수해야 해서 그렇습니다."
"아,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제 주민등록증이 걱정이 돼서 신고하는 건데요."
"그 부분은 가까운 관공서에 직접 가셔서 분실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분은 이랬다. 주민등록증은 관공서에 직접 가서 재발급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나는 당장 내 주민등록증이 도용될까봐 걱정돼 신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런 범죄일 경우 현금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고 안심하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껏 경찰에 전화를 한 적이 두 번 있었다. 몇 해 전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 경찰을 사칭하며 내 주민등록번호를 또박또박 이야기하고,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너무 놀라 전화를 끊고 바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지만, 그때도 발신번호로는 찾기 힘들다며 해줄 것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난 그 일이 있은 이후 주민등록번호 도용방지 서비스에 가입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 등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그 번호를 관리한다. 생각해보면 국가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주민등록번호다. 그런데 나의 그 소중한 열세 자리 번호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돼 있고,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내가 직접 겪은 것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런 범죄 거래를 적발한 뒤, 왜 경찰은 범죄에 노출된 국민들에게 '당신의 주민번호가 노출됐으니, 개인비용을 들여서라도 도용방지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권고나 스스로 발 빠른 대처를 하지는 않는 걸까. 게다가 왜 그 서비스가 통일되지 않고 카드사 별로 진행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반대로 누군가가 내 주민번호를 조회했다면, 내게도 그 일이 통보돼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내 허락 없이 조회했다면 그 대상을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닐까.

주민등록증은 신용카드보다 못하다?

재발급이 아닌 도난·분실 신고를 전화로 할 수 없다는 것도 의문이다. 신용카드 분실신고가 중요하다면 그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나는 공인인증서가 있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어, 인터넷상으로 분실신고를 완료했다. 그러나 인터넷 뱅킹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자신의 신분증으로 신분을 위장해 은행에 대포통장 혹은 대포폰이라도 만든다면?

나는 지갑을 도난당한 뒤 인터넷상으로 분실신고서를 제출하고, 제출 신고가 처리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지 찜찜하다. 나중에 악용된 다음에서야 경찰이 조사를 할 것인지 경찰에게 묻고 싶다. 당장 도둑 맞은 것도 서러운데, 이후에 있을지 모르는 범죄악용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대처가 부실해 보인다. 현금보다 신용으로 거래가 많은 요즘, 신용의 기본인 주민등록증의 분실신고 방안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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