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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길' 말한 이재오, "대통령 고뇌" 말한 김무성

정홍원 총리 유임 결정에 비주류 부글부글... 당권주자 김무성 '입장' 바꿔

등록|2014.06.26 16:57 수정|2014.06.26 17:15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결정에 <한비자>의 경구 '세유삼망(世有三亡 : 망하는 세 가지 길)'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 의원이 역사인식 논란을 빚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총리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모습 ⓒ 남소연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결정에 <한비자>의 경구 '세유삼망(世有三亡 : 망하는 세 가지 길)'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비자가 말하기를 세유삼망이라고 했다"라며 "이란공치자망(以亂攻治者亡) 이사공정자망(以邪攻正者亡)"이라고 적었다. 이는 '어지러움이 잘 다스림을 공격하면 망하고, 사사로운 것이 바른 것을 공격하면 망한다'는 뜻이다.

즉,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 총리를 두 번의 총리 후보 낙마 끝에 다시 유임하기로 한 것은 '바른 정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이 명시하지 않은 '세유삼망'의 마지막 경구도 "거스르는 것이 흐름을 치면 망한다" 뜻의 '이역공순자망(以逆攻順者亡)'이다.

이 의원 뿐만이 아니다. 당내 비주류 및 소장파 역시 이번 총리 유임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비주류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은 이날 유임 결정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총리 유임 결정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창극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 등을 촉구하며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을 제기했던 김상민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 총리가 국가대개조를 할 수 있는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국민은 매우 의심스러워 한다"라며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대통령의 고뇌에서 나온 결정, 충분히 이해한다"

▲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무성 의원은 26일 김무성 의원은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고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결정을 두둔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김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에게 클린 전당대회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유성호


그러나 비주류의 반발은 '찻잔 속 태풍'이 될 공산이 크다. 차기 당권을 놓고 서청원 의원과 경쟁 중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고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결정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김기춘 책임론'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켰다.

사실 김 의원은 앞서 "두 번째 후보 총리가 낙마한 것에 대해 담당한 분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며 '김기춘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이처럼 유력 당권주자인 김 의원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서 비주류의 문제제기에도 힘이 실렸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입장을 바꿨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침묵을 지켰다.

"인사수석실 신설 등으로 김 실장이 사실상 유임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인사에 대해서 뭐라 잘 얘기를 안 하는 게 내 주의(생각)"이라며 "별 할 말 없다"고 비켜섰다. 외려 "모든 것이 대통령의 고뇌에서 나온 문제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이번 총리 유임 결정을 두둔했다.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었는데 그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야당의 지적이 있었다"는 질문에도 "그 모든 것을 감안한 고뇌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창극 사태' 후 여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론에 대해 "이렇게 잘못된 청문회 문화 속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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