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교육특별시로...박원순 시장과 자주 만날 것"
[일문일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6·4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선거 결과를 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혁신학교'로 상징되는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앵그리맘'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혁신학교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수도권 진보 교육감 당선자, 교육평론가, 혁신학교 교장, 혁신학교 졸업생 등에 대한 연쇄 인터뷰를 통해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할 교육 개혁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 박원순-조희연, 정책적 협력방안 논의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상호협력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 25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정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어떤 얘기를 나눴나.
"박원순 시장이 구체적인 제안을 많이 했다. 국공립어린이집 1000개 공급이 박원순 시장의 공약이다. 이와 관련해, 빈 교실을 활용했으면 한다는 제안을 했다. 또한 학교 텃밭 가꾸기, 친환경 학교인 에코스쿨 등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특히, '하나의 어린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마을과 학교를 결합하는 모델에 대해 저와 박원순 시장의 공감대가 있었다. 저도 여러 사업의 재정 지원을 요청했고, 서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 박원순 시장과 문용린 교육감과는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박원순 시장과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이다. 서울을 세계적인 교육특별시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가 과거 토건경제 시정을 넘어서서 생활복지 중심의 시정을 펼치려고 하니, 교육복지 중요하다. 교육복지를 중심으로 서울시와 교육청의 협력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청사진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주도권 문제 때문에 박원순 시장과 협력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서울시가 워낙 적극적이어서 협력만 잘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전교조 조퇴 투쟁, 적절한 전략인지 고민해봐야"
- 전교조는 지난 19일 법원 판결로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잃고 법외노조로 전락했다. 교육부는 노조 전임자 복직 명령을 내렸고, 시도 교육청에 전교조 사무실 지원 취소와 단체교섭 중단 등을 요구했다.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전교조는 오랫동안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받아왔다. 이를 두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 법원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법원도 좀 더 균형 있는 판결을 내렸으면 한다. 노조전임자 복직은 법에 따른 것이라, 안할 수 없다. 다만, 전임자 대신 일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가 있기 때문에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 기간제 교사를 해고할 때는 30일의 사전 예고기간을 둬야 한다. 이를 지켜 순리대로 가야 한다. 전교조에 사용하던 사무실을 바로 비워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향후 전교조가 1심 판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 전교조는 27일부터 조퇴 투쟁에 나선다.
"전교조가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과 함께 가는 운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조퇴투쟁이 국민정서상 적절한 투쟁 전략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조퇴투쟁도 법적 권한일 수 있지만, 적절한 전략은 아닌 것 같다. 진보교육감 시대는 전교조의 현장 대중기반이 취약해진 점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전교조를 압박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크다.
"큰 틀에서 민주주의가 좀 소란스럽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소란을 '불온', '위기'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박근혜 정부는 때로 반대 집단을 미워할 수 있지만, 바로 주먹을 내지르기보다 제도권 안으로 품어야 한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를 만들려는 전략이 박근혜 정부에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인. ⓒ 이희훈
-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단체들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사청문회에서 걸러지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보수색이 짙은 김명수 후보자가 장관이 될 경우,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등을 둘러싸고 진보교육감들과의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지지 집단 내에서도 온건한 합리적 보수보다는 극단적인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대를 역류하는 것이다.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역사 교과서 부교재를 만들겠다. 수도권의 다른 교육청과 함께 만들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아베'로 키울 수 없다. 또한 노동인권·세계시민교육 부교재도 만들려고 한다."
-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김명수 사회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강행 등 박근혜 정부의 인사참사에 대한 비판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진보화된 보수 이미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진보적 의제를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인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도적 인물을 등용하면, 오히려 진보진영의 입지가 좁아질 텐데, 충성도의 관점에서 극단적인 인물을 선택하면서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입지가 좁아졌다. 보수의 중도화가 필요하다."
- 26일 교육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시국선언에 나선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실정법과 표현의 자유 간에 긴장이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 법적 판결을 지켜보고 꼼꼼히 따져보면서, 우리의 입장을 정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식으로 접근해가는 게 큰 틀에서 맞지 않나 싶다."
- 보수신문인 <문화일보>는 최근 서울시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284명으로 구성됐고, 이중 102명의 교사가 파견돼 수업 결손과 수업권 피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일보> 기사를 두고 언론중재위를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이 신문은 비상근 자문위원 숫자까지 모두 포함해 284명이라는 허위 숫자를 만들어냈다. 인수위원은 모두 12명이고, 일부 비상근까지 합치면 90명이다. 파견교사도 102명이 아닌, 11명이다. 명백한 오보이자, 악의적 보도다. 사실을 왜곡하면 안 된다. '매머드 인수위'라고 비판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분들에게 자문하고 싶다."
-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에 나선 것을 두고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정치적인 행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진보교육감들을 전교조를 고리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명운동에 나선 것은 유가족들의 요청 때문이다. 가슴에 진 응어리를 풀어가는 과정에 동참한 것을 두고 정치적 행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저는 전교조 출신이 아닌 교수단체 출신이다. 진보교육감 중에서 일부 전교조 출신이 있지만, 전교조를 고리로 비판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다."
"혁신학교 내실화가 '혁신교육 시즌2'의 과제"
- 선거 초반 4%의 지지율로 시작해, 교육감에 당선됐다. 당선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월호 참사로 많은 분들이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직접 키우시는 어머니들의 변화요구, 자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안전에 대한 관심이 선거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 서울교육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지금까지의 교육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교육이었다. 주입식 암기 교육이 그런 예다. 이제 이런 식의 '따라잡기'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을 세계 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한 교육인 혁신 미래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 26일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경쟁했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과 고승덕 변호사를 만나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교육 분야에서는 선거과정에서의 각축과 비난에도 화합의 모습을 보여드려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낮춰야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용린 교육감과 고승덕 변호사를 만났다. 다들 흔쾌히 (제 뜻에) 동의했다. 고소고발 취하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또한 문용린 교육감이 추진한 자유학기제와 진로체험·독서교육 확대, 고승덕 변호사의 교육청 관료주의 개혁 공약을 적극 받아들이겠다."
-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교육정책 제안소를 운영하고 있고, '듣는다 희연쌤' 투어를 진행하는 등 '경청'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견은 무엇인가.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단 등에 소속된 학생들을 만났다.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동아리 활동을 제한하는 학교의 권위주의적 문화에 문제가 있다. 동아리 활동도 하나의 교육이다. 인권동아리나 학교에 비판적인 동아리를 만들까봐 제한하는 것 같다. 동아리 활동을 교육과정의 하나로 만들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 서울시교육감으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도열문화를 바꾸고 싶다. 제가 학교를 방문하면 교장부터 도열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거나 자동차 문도 열어준다. 이런 의전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탈권위주의를 떠나서 제가 불편하다. (웃음) 지난 11일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학생들을 동원해 청소하고 페인트칠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을 취소했다. 교육감이 현장방문하면 학교에서 난리가 나는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 또한 교육청 공무원들로부터 정책 아이디어와 인사 추천을 받으려고 한다. 교육청에 계시는 분들이 가장 잘 알지 않겠나."
- 서울 혁신학교를 현재 67곳에서 2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혁신학교는 경기도의 혁신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서울 혁신학교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서울형 혁신학교는 그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꾸준하게 뿌리내리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 혁신학교는 개별 학교를 넘어 우리 교육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 혁신학교의 내면을 튼튼히 하고 질적으로 진전시켜서 학교 전체로 자연스럽게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내실화가 '혁신교육 시즌2'의 과제입니다. 각 학교가 혁신교육을 준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
- 최근 진보교육감들이 모여 공교육 혁신을 선언한 바 있다. 공교육을 혁신을 위해 구체적인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교육·성적·평가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입시가 교육의 목표가 아니고, 시험 점수만이 성적이 아니며, 결과만이 평가 대상이 아니라 과정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우리 교육 시스템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 또한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대학 학벌이나 대학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전국 시도교육감 사이에 존재한다. 앞으로 중앙정부와 교육부에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 특목고와 자사고가 일반고 슬럼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사고와 특목고에 대한 기본 입장은 무엇인가.
"특목고 중에서 외고는 원래의 설립 목적이나 취지와는 다르게 입시 위주 체제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원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사고는 중간층 이상의 학생들과 우수학생들을 독점하기 때문에 일반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의무다."
- 보수 진영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 자치에서 직선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간선제 기간을 거쳐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하는 측면에서 참여를 확대해 온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교육감 선출제도가 변화·발전해왔는데 이제 와 폐지하자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다. 민주주의에서 직접 선거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선거 결과를 가지고 단말마적으로 직선제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민주적인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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