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11명 찾으러 떠납니다"...1146km 도보순례단 출발

세월호 '별들과의 동행' 도보순례단, 부산·안산 분향소서 각각 출발

등록|2014.06.27 18:38 수정|2014.06.27 19:07

'세월호 도보순례단'의 첫 걸음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이 27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시내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안산을 출발해 진도 팽목항까지 1146km를 걸어간다. ⓒ 이희훈


분향소 찾은 '세월호 전국도보순례단'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이 2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보고 싶고 그립다,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할게. 사랑한다! '반짝이는 별들'에게.
- 미안하고 보고 싶어서... 아직도 못 온 아이들 손잡고 걸어서 떠납니다. 사랑합니다.
- 하늘에서는 별과 같이 빛나길... 가만히 있지 않을게.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 참가자들이 분향소 방명록에 남긴 글)

노란 옷을 맞춰 입은 '엄마아빠'들이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영정 앞에 섰다. 모두들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일부 여성 참가자들은 제단 위 영정사진 속 앳된 얼굴들과 지인들이 남기고 간 편지를 번갈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남성들도 눈물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깨문 채 제단에 국화꽃을 헌화했다.

27일 오후 1시 30분께, 경기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도보순례를 떠나는 '별들과의 동행' 순례단이 길을 나섰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염원하며 16박 17일 전국에서 도보순례를 한다. 총거리 1146km에 달하는 대장정이다(관련기사: 총 1146km...'세월호 잊지 않기' 전국 도보순례).

특히 이번 도보순례는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세 팀으로 나뉘어 각 지역에서 출발하며, 오는 7일 광주에서 다같이 만나 진도 팽목항으로 향하게 된다. 27일 오전, '별들과의 동행' 부산지역 도보순례단 30여명이 이미 부산시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 시민분향소에서 길을 떠났다.

주부부터 대학원생까지, 82세 최고령 참가자도... "너희를 잊지 않을게

한마음으로 시작하는 도보순례단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 참가자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을 마친 뒤 손을 모아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이희훈


'미안하다, 잊지않을게'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 가운데 한 참가자가 2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서울지역 도보순례단 참가자 25명은 출발에 앞서 분향소에서 약 20분 간 조문했다. 이들은 아이들 얼굴을 기억하려는 듯 영정사진 속 한 명 한 명을 꼼꼼히 눈에 담았다. 참가자들은 조문에 이어 분향소 옆 유가족 대기실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족들은 순례단 대원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며 "힘드실 텐데 너무 울지는 마세요, 고맙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고 최성호군의 아버지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순례 참가자들이) 본인 자녀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고생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저희도 웬만하면 순례단과 일정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순례단 측에 따르면 유족들은 오는 7일 광주 추모문화제 등 주요 일정에 함께 한다.

도보 순례단에는 21세부터 82세까지, 또 목사와 스님, 주부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다리가 약간 불편한 최고령 참가자 김제현씨는 "앞으로 같은 참사가 절대 반복되질 않길 바란다"며 "이 발걸음이 부디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했으면 한다, 나이 때문에 (순례가) 쉽지는 않겠지만 문제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늦깎이 대학원생'이라 자신을 소개한 우아무개(42)씨는 "SNS에서 보고 울컥해서 왔다"고 말했다. 우씨는 "서해 훼리호에 이어 이번에도 똑같은 역사가 반복됐는데, 20년 후에 같은 사고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있냐"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했다, 이번 전국 순례가 이를 촉구하는 또 하나의 흐름이 될 거라고 본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날 오후 1시께 합동분향소가 있는 초지동 날씨는 26.5℃(체감온도 27.5℃). 순례단에 함께한 원정(53)스님은 더운 날씨와 충격 탓에 쓰러지기도 했다. 그는 "(분향소에서) 너무 많은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저 아이들을 못 구한 게 아니라 안 구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유족분들이 너무 젊어서,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실 걸 생각하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총 1146Km 떠나는 세월호 참사 도보순례단세월호 참사 도보순례단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 발대식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세월호 참사 도보순례단, 진상 규명 서명용지 유가족에게 전달세월호 참사 도보순례단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 발대식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 서명용지를 모아 세월호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 유성호


전날인 26일 오후 7시 30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세월호 도보순례단 발대식 출정식에서 이동인 순례단 단장은 "엄마 품을 찾고 있을 어린 별들을 찾으러 간다,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같은 심정으로 길을 떠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며 4분 16초 동안 묵념을 하기도 했다.

유족들과 함께 발대식에 참여한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끝까지 안전하게, 사고 없이 완주하시길 빈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안전한 대한민국'의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사고 유족이자 '세월호 천만서명'의 총괄 대표를 맡은 한상철씨도 "특별법 제정도 같은 취지로 함께 해주셔서 고맙다"며 "다만 오늘처럼 뙤약볕 날씨가 길어질 텐데, 무사히 가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73일째,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는 일일조문객 수는 5월 초 4만 여명에서 600여명 정도(6월 26일 집계)로 줄어들었지만 슬픔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순례하는 동안 아직 찾지 못한 11명의 실종자들이 꼭 돌아오길 바란다"며 걸음을 재촉하는 한 참가자. 이들이 입은 노란색 반팔티에는 세월호 아이들에게 바치는 추모의 시(이재무, '약속')가 나란히 적혀있었다.

자주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리
하늘에는 갑자기 생겨난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겠지
가장 일찍 떠서 가장 늦게 질 하늘의 아이들아
골목과 거리와 집과 강물과 늪에
너희의 아픈 빛을 오래오래 비추어다오.
will not stay but will not forget(가만히 있지 않을게, 하지만 잊지도 않을게)


세월호 유가족 '고맙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 참가자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을 마친 뒤 유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진도 향하는 세월호 도보순례단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전국 도보순례단'이 27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시내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