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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경제민주화 괴물로 생각... 진척된 게 없어"

새정치연합 첫 의원 워크숍에서 강연... 박근혜 정부 직접 비판엔 말 아껴

등록|2014.06.27 17:58 수정|2014.06.27 18:00

▲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자료사진) ⓒ 남소연


"옛날식으로 선거를 위해 적당한 구호를 내세우고 선거를 이기고 나면 구호는 사라져 버리고. 이렇게 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됨을 정치하는 분들이 알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렸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정치권을 향해 뱉은 쓴소리다.

27일, 창당 후 처음 열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워크숍에 강사로 초빙된 김 전 위원장은 강연에서 "국민 의식 수준과 정치의 상황 인식이 맞아 떨어지지 않아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배척받고 있다"라며 "국민에게 (선택지가) 별로 없으니 두 당(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에 입후보하면 당선되는 데 별 문제가 없어 세상과 관계없이 정치인으로서 이해만 유지하면 되지 않겠냐는 안일한 사고를 갖고 있는 거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 예로, 그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것을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무소속의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된 후 두 당은 근신을 해야겠다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과적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경쟁하는 정당끼리 표를 극대화 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집권이 불가능하다"라며 "그저 근거도 없는 거창한 구호를 가지고 국민의 표를 얻으려는 건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마련에 핵심 주축이었던 그는 "내가 경제민주화를 말하니 마치 경제민주화가 괴물인 거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본가들에 제재를 가하면 반발하게 돼 있지만, 이를 제어할 힘이 정부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결국 자본주의의 야수같은 모습을 개처럼 순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강구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야가 모두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던 지난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 실현 진척 상황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양측이 모두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했으니 지금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되는데, 아직 진척된 게 없는 거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입법화 할까, 어떻게 설명해서 공감가게 할까 등의 정책적 경쟁을 하면 의원 개인의 장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파고 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용기가 있는 분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박근혜 정부 인사시스템' 및 '박근혜 정부 경제 운영 방향' 평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나와 관계 없다, 관심이 없다"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로 입길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거론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정책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서는 "양면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라며 "그걸 푼다고 해서 우리 경제 여건에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 될지...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잘못하면 투기 쪽으로 변종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가계부채가 1000조가 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최 후보자가 막상 취임하고 나면 본인이 그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고 그 때가서 결론내지 않겠냐"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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