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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후보가 모범생? 재산·병역·삼성 '삼중고'

[검증]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셀프 용역'에 '위장 전입' 의혹까지

등록|2014.06.27 18:19 수정|2014.06.27 18:38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13일 오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있는 삼성생명 서초사옥 1층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김시연


"일단 청문 요청 자료를 까 봐야 안다."

지난 13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내정 직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아래 미방위) 야당 관계자의 조심스런 말이었다. 당시 문창근 국무총리 후보나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에 묻혀 최 후보의 '흠결'은 거의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문기 현 장관처럼 안 보이던 것이 한 꺼풀씩 벗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4일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무섭게 야당에서 최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현재 미래부에서 낸 공식 해명 자료만 6건에 이른다.

[재테크 논란] 교수 부부가 강남 아파트 2채 가진 30억 원대 자산가?   

가장 먼저 눈길이 쏠린 건 30억 원대에 이르는 최양희 후보 부부 재산 규모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최 후보와 목원대 교수인 배우자 권영옥씨 모두 현재 연봉이 1억 원에 이르지만, 이렇다 할 유산 없이 교수 부부 월급만으로 30년간 30억 원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최근 2년 반 사이 부부 금융 자산이 무려 17억 원 가까이 늘었다는 '오해'도 샀다. 미방위 소속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5일 최 후보 부부 금융 자산 17억 9천여만 원 가운데 93.8%인 16억 8천여만 원이 2012년부터 올해 5월 사이에 갑자기 늘었다고 '불로 소득'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 후보쪽은 25일, 26일 이틀에 걸쳐 "상당 부분 만기가 도래해 해약한 금액을 금융권에 재예치한 것들"이고 실제 그 사이 늘어난 액수는 2억 3천만 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실제 최 후보가 서울대 법인화 직후인 지난 2011년 12월 '퇴직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당시 등록한 금융 자산이 이미 15억 6700만 원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예금자보호한도인 5천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주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에 분산 예치한 30여 개에 이르는 정기예금 통장 목록은 최 후보 부부의 '재테크 감각'을 엿보게 한다.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5000만 원 이하로 쪼개 이율이 높은 저축은행에 예치하는 것은 금융권 신뢰를 위한 예금자보호의 취지를 재테크 방법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꼬집었을 정도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 아파트와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등 7, 8억 원대 강남권 아파트 2채도 논란거리다. 문병호 의원은 27일 최 후보 부인이 1987년 재건축 아파트 투기 목적으로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을 연이어 제기했다. 1987년 9월 당시 권 교수만 대전에서 서울 삼성동 차관아파트로 주소를 옮겨 아파트를 매입한 뒤, 4개월 만에 다시 대전으로 전입했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권 교수가 15평짜리 차관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이미 재건축이 거론되고 있었다며,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재건축추진위원회도 1991년 처음 결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최 후보는 재건축조합 인가 신청은 2000년에 이뤄졌고, 부부가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잦아 임시 주거용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또 주택 구입 후 20년이 흐른 2008년 12월에야 재건축을 마쳤고 지금까지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일축했다.

실제 권 교수는 현재 개별주택가격 확인서 기준 7억 원대인 25평짜리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배정받아 5억 5천만 원에 전세를 주고 있다. 하지만 최 후보는 주택 구입 직후인 1991년 7월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뒤 1993년 서울 신반포아파트로 옮긴 뒤에도 해당 주택을 팔지 않았고 2002년 방배동 신동아아파트로 이사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당시 3500만 원 정도였던 15평짜리 재건축아파트가 27년 사이 10억 원 가까이 뛰었다.

[병역 논란] 군복무 기간에 유학까지... 병역 특례는 특혜?

최 후보 부자의 병역 특례도 논란거리다. 최 후보뿐 아니라 현재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 과정인 아들도 병역 특례를 받았다. 특히 최 후보는 병역특례기간을 6개월 남기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 박사 학위까지 받고, 의무 근무 기간도 다 채우지 않고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최 후보는 197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병역특례 보충역'으로 편입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군 복무를 했다. 하지만 2년 뒤 1979년 9월부터 1984년 6월까지 5년 동안 프랑스 국립정보통신대학교로 '해외교육파견(국외수학)'을 나가 박사 학위를 받는 바람에 그해 12월 만 3년을 채우고 전역했다. 또 당시 학비 지원 조건으로 ETRI에 9년 7개월간 의무 근무해야 했지만 1991년 7월 서울대 조교수로 임용돼 2년 7개월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최 후보는 '국외 수학'은 당시 병역법에 따라 병무청장 허락을 받아 문제가 없고, 의무 근무 기간 문제 역시 ETRI 인사위원회 규정에 따라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반납했기 때문에 해소됐다고 해명했다.

당시 최 후보 상관이었던 정선종 전 ETRI 원장 역시 26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당시 이공계 출신 인재가 한국과학기술원에 들어가면 출연연 근무 조건으로 병역 특례를 줬다"면서 "최 후보처럼 병역특례기간 도중 해외 교육 훈련을 나가는 일도 흔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전 원장은 "지금 정서상 문제될 수는 있겠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다"면서 "문창극 총리 후보가 군 복무하면서 대학원 다닌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장학생 논란] 포스코ICT '셀프 용역'에 삼성재단 이사장 '꼬리표'

▲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지난 2012년 17일 소공동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미래 인터넷 컨퍼런스 2012'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김시연


"삼성의 힘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최 후보 내정 소식에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삼성' 영향력을 암시했다. 사실 도덕성 논란에 가리긴 했지만 최 후보에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란 '꼬리표'가 달려있다. 최 후보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받은 급여만 2억3천만 원(세전 기준)에 이른다.

과학기술계에선 많이 알려졌지만 개각 전날까지도 최양희 후보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윤종록 현 미래부 제2차관이 적극 천거한 걸로 알려진 김종훈 전 벨연구소 소장처럼 IT업계 유명 인사도 아니고 최문기 현 장관처럼 박근혜 대선 캠프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삼성 창조경제 지원 조직 수장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삼성전자 사장에서 바로 발탁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벌써부터 미래부와 삼성간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당장 올해 초 미래부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스마트TV 인터넷 망 이용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통신업계간 망중립성 논란을 중재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최 후보는 포스코ICT(포스데이터) 사외이사로 있던 지난 2006년~2008년 사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해당 회사 프로젝트 2건을 수행해 '셀프 용역' 논란에 휘말렸다. 최 후보는 같은 연구실 동료 교수가 수주해 자신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주 과정에 최 후보의 영향력이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관련기사: 최양희, 포스코ICT 사외이사 때 '연구 용역 수주' 논란 )

해당 연구실 프로젝트 목록에는 포스코ICT뿐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SDS, LG, KT 등 국내 대기업이 거의 망라돼 있다. 특히 1990년대 최 후보는 삼성SDS 멀티캠퍼스 교육 과정 설계 자문과 강의를 맡아 이른바 '삼성 교수'로 불리기도 했다.

다만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IT 연구 분야에서 삼성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면서 "이 분야 전공 교수들은 대부분 삼성 지원이나 프로젝트를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삼성과의 관계보다 장관으로서 전문성과 조직 장악력이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최 후보는 지난 13일 재단 사무실이 있는 삼성생명 서초사옥 로비에서 기자들과 처음 만나 "모든 참여자의 소통과 화합을 최대한 이끌어 내서 창의적 마인드를 모든 분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참여자의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내는 데 '삼성' 역시 최 후보가 넘어야할 큰 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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