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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벌침? 잘못하면 초상납니다

뒤통수가 얼얼...아찔했던 말벌의 한 방

등록|2014.07.04 17:07 수정|2014.07.04 17:07
장마가 시작됐다. 비가 제법 흡족하게 내린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작물들이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런데 잡초는 작물보다 훨씬 더 빠르게 자라난다. 자연농사를 배운 뒤부터 잡초를 뽑지 않고 그냥 베어주고만 있는데, 자라나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지난 5월에 잡초를 싹 베어냈던 두포리 오갈피나무밭에도 잡초들이 무성할 것이다.

지난 3일, 마침 서울에서 일을 잘하는 친구가 왔기에 함께 잡초를 베기로 했다. 지금 베어주지 않으면 온 밭이 잡초로 덮여 버릴지도 모른다.

장화와 모자, 장갑, 낫, 제초기 등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경기도 연천 집에서 약 30km 떨어진 파주 파병면 두포리 오갈피나무밭으로 향했다. 밭은 두해살이 풀인 개망초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오갈피나무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친구와 나는 보물찾기하듯 오갈피나무를 찾아 그 주변 개망초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친구가 먼저 낫으로 개망초를 베어내면 내가 제초기로 마무리를 했는데, 오늘따라 제초기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낫을 들었다.

▲ 개망초가 무성한 오갈피나무 밭. ⓒ 최오균


3년 전 600평 되는 밭에 오갈피나무 1000그루를 심었다. 매년 두세 번씩 잡초를 베어주었는데, 잡초의 종류가 매년 달라진다. 첫해는 억새가 오갈피나무를 덮더니 다음 해에는 야생콩 같은 줄기 식물이 오갈피나무를 꽁꽁 동여매고 말았다. 올해는 개망초 일색이다.

이슬비를 맞으며 한창 개망초를 베어내는데 갑자기 아찔해졌다. 뒤통수에 바늘로 찌르는 듯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말벌들이 윙윙거리며 비행하고 있다. 낮은 자세로 엎드려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벌들이 저공비행을 하며 나를 쫓아왔다.

"이거 큰일 났군."

죽을 힘을 다하여 줄행랑을 쳤다.

"형, 왜 그런가? 뱀이라도 있어?"
"아니, 말벌이야!"
"쏘였어?"
"응, 머리 뒤통수에 한 방 맞았네."
"허허, 고 녀석들 비겁하네. 뒤통수를 치다니. 하지만 공짜 벌침을 한 방 맞았네."

말벌은 침 한 방으로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공짜 벌침이라지만 너무 세게 맞았다. 두꺼운 모자 덕에 벌침이 깊숙하게 박히지 않은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벌에 쏘인 장소로 가보니 말벌들은 오갈피나무에 집을 짓고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벌집 주변에 말벌 다섯 마리가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이 녀석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었다. 녀석들은 당연히 방어용 벌침을 날린 것이고.

▲ 오갈피나무에 벌집을 짓고 있는 말벌. 말 벌침을 한 방 맞고 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 최오균


"다행히 벌집이 작군. 큰 벌집을 건드렸더라면 오늘 초상 날 뻔했네."
"허허, 형 농담도 진하우. 하여간 한 여름 야외에서 일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겠어. 뱀도 많고 하니."

말벌은 꿀벌보다 70배나 많은 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장수말벌은 무려 500배나 많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쏘일 경우 기도에 염증이 생겨 호흡곤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 또 심장에 충격이 가해져 혈압이 저하되며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여름철 야외에서 활동할 때에는 방어 복장을 단단히 하고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벌에 쏘였을 때는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벌집 주위에서 안전하게 대피를 해야 하고, 박힌 벌침을 제거해야 한다. 벌침은 신용카드처럼 얇고 단단한 물건을 이용해 벌침 끝이 부러지지 않도록 천천히 빼낸다. 끝 부분이 남아있으면 독이 몸 안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톱으로 벌침을 빼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역시 독이 몸 안에 퍼질 수도 있다. 벌을 쏘인 자리에는 염기성 있는 비눗물로 중화를 시켜주고, 암모니아수를 발라주도록 한다.

"형, 좌골 신경통이 있다더니 오늘 자연벌침을 공짜로 맞았으니 치료되는 것 아니오?"
"허허. 글쎄, 그냥 뒤통수가 얼얼하기만 해."

친구는 내게 공짜로 말벌 침을 맞았다고 농을 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난 녀석들의 집을 건드린 대가로 좌골 신경통이 낫기는커녕 더 욱신거리고 뒷골까지 통증이 심해졌다. 비몽사몽으로 오갈피나무밭에 개망초를 베어내고, 집에 와 샤워를 하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뒤통수 통증은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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