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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등 건축비 부풀려 가구당 3200만원 더 받았다"

['위례'의 그림자①] 위례신도시 공공분양 아파트 거품 논란, 경실련 "더 내려야"

등록|2014.07.07 09:40 수정|2014.07.07 09:40

▲ 위례신도시 22단지. ⓒ 김동환


"융자 얻어서 18평을 3억 정도에 샀어요. 서민용 주택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주변에 비하면 싸긴 싼 편이죠. 당장 이득보는 건 없지만 요즘 웃돈 붙는다고 하니까 기분은 좋아요." - 위례신도시 22단지 주민 강이영(가명)씨

7월 불볕이 내리쬐는 아파트 단지는 더웠다. 한참을 헤맸지만 음료수 하나 사먹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단지 바깥에 위치한 슈퍼를 찾아 물을 들이키자 주변에 늘어선 부동산 중개업소 간판들과 멀리 아파트 건설 현장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최근 시세가 오르며 '준 강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위례신도시다.

아직은 두 개의 공공분양 아파트만 입주한 상태. 도시가 제 모습을 갖추려면 4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주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곳 아파트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 지난달부터 분양권 전매제한이 순차적으로 풀리기 시작하면서 최고 1억 원 가까운 웃돈이 붙은 아파트도 나왔다. 오랜만에 아파트 시장을 찾아온 '훈풍'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훈풍'의 그림자를 지목한다.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지어진 신도시 아파트 가격에 여전히 거품이 많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기업들이 이곳에서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면서 법정건축비보다 가구당 평균 3200만 원씩 건축비를 더 받았다고 지적했다.

"송파구 23평 새 아파트 4억 원... 이 정도면 싸지 않나"

위례신도시는 지난 2006년 폭등하는 강남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으로 개발이 시작된 대규모 공공택지지구다. 서울 송파구 거여·장지동, 경기 성남·하남시 일대 등 서울 강남권 677만2950㎡에 2019년까지 총 4만291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지역이 주목받는 이유는 위치에 비해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위례신도시 장지동의 경우 행정구역상 서울시 송파구에 해당한다. 송파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평)당 2100만 원 정도인데 새로 지어지는 위례신도시 아파트는 현재 3.3㎡당 1500만~1700만 원대에 분양가가 맞춰져 있는 상태. 가격 상승 여력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달부터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기 시작한 이곳 민간아파트들에는 순차적으로 프리미엄(웃돈)이 붙고 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A1-7 블록 푸르지오는 4000만 원, C1-3 아이파크는 7000만~8000만 원, A2-5 삼성래미안의 경우에는 1억 원가량을 얹어줘야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다.

학교 등 주변 주거환경 조성이 담보되는 신도시라는 점도 장점이다. 22단지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윤정호(가명)씨는 "위례신도시는 공기도 좋고 강남 쪽으로의 접근성도 뒤지지 않는다"라면서 "새 아파트고, 기반시설 조성되는 걸 감안하면 지금 가격은 정말 낮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민간분양 아파트의 가격도 시세보다 낮은 편이지만 공공이 분양하는 보금자리주택 가격은 그보다도 300만~400만 원 정도 낮다. 4개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 평균가가 3.3㎡당 1285만 원 정도다.

현재 입주가 완료된 보금자리주택인 'LH 꿈에그린' 아파트(24단지)와 'LH 비발디' 아파트(22단지)는 분양가가 더 낮다. 두 단지의 지난 2011년 12월 본청약 당시 분양가는 3.3㎡당 1083만~1280만 원이었다. 전매제한 기간이 길어 2020년 3월 이전에는 집을 팔 수 없다는 단서가 붙는 것을 감안해도 매력적인 조건이다.

이날 만난 이곳 주민들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좋은 조건의 아파트를 낮은 가격에 샀다는 것이다. 지금은 도시가 완성되지 않은 탓에 교통이나 물건 구매 등이 불편하지만 몇 년 후에는 점점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엿보였다. 24단지 주민 김아무개씨(43)는 "23평을 4억 원에 샀는데 이 정도면 싼 게 아니냐"라면서 "당장 팔 수는 없지만 어차피 실거주용으로 산 것이라 상관 없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가구당 건축비 평균 3200만원씩 부풀려... 공기업이 '집장사' 했다"

▲ 위례신도시 22단지 상가.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소들이다. ⓒ 김동환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결코 싼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도시공사 등 공공분양을 맡은 세 곳의 공기업들이 건축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가구당 평균 3200만 원씩 값을 높여 받았다는 것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런 사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실은 더 낮은 가격에 분양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실련이 내세우는 기준은 법정건축비(기본형건축비)다. 법정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의 주요 뼈대 중 하나로 아파트 등 공동주거시설 건축의 기준이 되는 건축비를 말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도입 이후 당해년도의 물가 상황을 고려해 매년 3월 1일과 9월 1일, 2회에 걸쳐 이를 고시하고 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한 공기업들은 건축비로 3.3㎡당 평균 629만 원을 썼는데 이는 이들 아파트가 지어진 해의 법정건축비 평균인 평당 518만9000원보다  110만 원(21%) 높게 책정된 것이다. 공공분양 총 세대인 6212가구로 따지면 총 1989억 원이 부풀려진 셈이다.

부풀려진 건축비를 법정건축비 수준으로 낮추면 현재 입주가 끝난 22단지와 24단지의 분양가격은 각각 세대당 평균 2100~2300만 원가량 떨어진다. 특히 평당 1400만 원대에 분양된 경기도시공사의 A2-11블록의 경우에는 분양가에서 7400만 원이 줄어든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으로 삼는 법정건축비도 사실 건설현장에서는 과도하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법정건축비 자체도 실제 건설비용에 비하면 과장돼 있는데 LH 등 공기업들은 위례신도시에서 그걸 한 번 더 부풀려 받은 셈이라는 것이다.

최 부장은 "법정건축비도 신도시는 주택 공급을 통해 국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고 특히 공공분양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공급"이라면서 "위례신도시 공공분양주택을 보면 공기업들이 주거안정보다는 '집장사'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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