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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같은 소리를 하라'는 이유 아세요?

[서평] <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를 읽고

등록|2014.07.08 10:13 수정|2014.07.08 10:13
아픈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편하지 않은 상태로 보았다. '편찮다'는 말은 바로 '편하지 않다'가 줄어든 말이다. 편하지 않은 것이 좋지 않은 것이고, 그것을  아프다는 말 대신 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몸이 불편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어디 불편하세요?'라는 질문도 몸이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 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 아픈 것과 편찮은 것은 느낌이 좀 다르다. 아픔에는 직접적인 고통이 느껴지지만, 편찮은 것은 그것보다는 범위가 훨씬 넓어 보인다.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한 상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에서)

보통 아랫사람에게는 '아프다', 윗사람에게는 '편찮다'는 표현을 쓴다. '편찮다'가 '아프다'의 높임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하우 펴냄)에 의하면 '아프다'와 '편찮다'의 차이점은 단순히 이와 같은 존대 표현에 있지 않다고 한다.

▲ <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 책표지 ⓒ 하우 출판사

아픈 것은 그냥 아픈 상태이지만, '편찮다'의 또 다른 뜻은 '편하지 않은 상태', 즉 어떤 이유로 편하지 못한 몸은 물론 편하지 못한 마음까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플 때 보통 쓰는 말과 그 높임말' 정도로 알고 있는 아프다와 편찮다는 어떻게 다른가? 저자는 이 글에서 '편찮음에는 예방의 차원도 엿보인다. 아직 아프지는 않지만, 왠지 몸이 안 좋은 느낌이 들 때도 편하지는 않은 상태인 만큼, 어른들께 평소 관심을 두고 더 크게 아프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는 우리말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새록새록 느끼게 하는 책이다. 아프다와 편찮다의 경우처럼 말의 어원은 물론 우리말에 스며있는 역사와 문화, 우리만의 정서나 풍습 등을 이야기하는 한편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돌아보게 함으로써 글을 통해 삶의 어떤 깨달음을 얻게 하기 때문이다.

▲값어치: 세상에 필요한 내가치 ▲토닥임: 힘든 어깨를 감싸주는 것 ▲스마트폰: 헛똑똑이가 될 수 있는 전화 ▲따라하다: 좋은 점을 닮아 가는 것 ▲원수, 원쑤, 웬수: 사랑해야 할 사람, 사랑하는 사람 ▲발이 넓다 : 아는 양보다 아는 질이 중요 ▲빌다: 주변을 감싸는 간절함 ▲의사소통: 순리대로 상대와 공감하는 것 ▲고맙다: 미안한 마음이 많아서 아프다 ▲지옥 :싫은 것이 많은 곳 ▲여행: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순례 -(<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에서)

저자의 우리말에 대한 정의 그 일부다. 싫은 것이 많은 곳을 지옥이라 말하는 것은 이해가 쉽겠다. 그런데  원수, 원쑤, 웬수를 사랑해야 할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나, 미안한 마음이 많아서 아픈 것이 고마운 것은 이해가 쉽지 않겠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저자의 이런 정의에 공감은 물론 우리말의 깊이와 풍부한 표현력에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우리말을 제대로 살려 쓰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나아가 이런 책들이 좀 더 풍성하게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가지게 되었다. 아래는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국어학자인 저자에게 물은 것들이다.

"힘들고 지친 우리의 마음 위로해 줄만한 이야기 담았다"

-'우리말로 누군가의 지친 어깨를 토닥여 주자. 삶의 깨달음을 얻자' 독특한 우리말 책 같다.
"우리말(어휘)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따뜻한 위안을 얻자는 생각에서 쓴 책이다. 주변에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세대를 막론하고 거의 전세대가 나름 힘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책에는 특히 힘들고 지친 우리의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이나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우리말을 제대로 쓰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분야다. 그럼에도 꾸준히 이런 책을 쓰는 어떤 소신이 있다면?
"언어는 세계를 담고 있다. 우리말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생각은 물론 문화, 풍습 등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말을 잘 들여다보면 표현과 뜻만 제대로 알아도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갖게 한다. 내 글을 통해서 위로받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언어를 공부하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 저자 ⓒ 조현용

-국어학자로서 느끼는 우리말의 특히 좋은 점은?
"우리말 중에는 사람과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 많다. 책속 '사이가 좋다'의 경우를 보면, 두 사람 각각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사이'가 좋으니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말은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만나야 하는지도 잘 보여준다. 듣는 이가 들으려 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우리말은 이런 경우 '소리'라는 것으로 보통 오가는 '말'과 구별한다. '잔소리, 헛소리, 큰소리, 흰소리, 개소리' 등 '소리'가 들어가는 표현은 대부분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다. 그래서 '말 같은 소리를 하라'는 표현도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말의 표현을 보면 우리는 말을 하지 않고 마음으로 통하는 의사소통을 더욱 소중히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말이 필요 없다'는 말이 칭찬이 되고, '그걸 말로 해야지'가 답답함을 나타내는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어휘와 관련된 내용이 아닌 것도 있는지?
"현재 대학에서 '소통을 위한 국어화법'이라는 강의도 하고 있다. 서로의 감정을 움직이는 말하기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칭찬하기, 싫은 소리하기, 자기소개하기 등 어떻게 말을 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도 넣었다. 아마 이제까지 간과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이나 외국의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우리말 관련 강의와 우리말 교육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내 주변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칠 때 도움 될 만한 책'있으면 몇 권 소개해 달라.
"외국인이나 재외동포를 가르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쉬운 책이 별로 없어서 아쉽다. 국어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겠지만,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책을 몇 권 소개하겠다.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란 책은 비슷한 말, 비슷한 문장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살아있는 한자교과서>는 우리말 속에 있는 한자 어휘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몇 년 전,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사람들을 주요 독자로 <한국어 문화교육 강의>라는 책을 썼다. 우리말에 깃든 문화나 풍습, 역사 등을 주제로 쓴 책이라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알려주는 동시에 우리의 문화나 역사, 풍습 등도 함께 알려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말 많은 말들이 잘못 쓰여 지는 것 같다. 워낙 많아 거론조차 어려울 것 같다. 국어학자로서 그래도 이 말만은 꼭 고쳤으면 하는 말이 있다면?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 중에도 '한국어를 가리킨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다. 은연중에 나오는 실수이겠지만 해서는 안 되는 실수에 해당한다.

TV 드라마를 보다보면 특히 많은 것 같다. A라는 사람에게 B라는 아들이 있고, C라는 도우미 아줌마가 있다고 치자. A가 C에게 아들 B의 행방을 물었을 때 'OO에 갔어요'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C는 대부분 A에게 "B는 OO에 가셨어요"라고 아랫사람인 B를 A에게 존대해 말한다. 이래야 A에게 존대한다고 알고 있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틀린 것이다. 드라마 작가들이 좀 신경 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많다" 

-그간 <우리말 깨달음 사전>,<우리말로 깨닫다>,<우리말, 가슴을 울리다> 등 우리말에 깃들인 우리만의 정서나 생각, 풍습 등에 관한 책을 몇 권 냈다. 현재 집필하고 있는 책은?
"우리말 교육을 위한 <한국어 어휘교육 강의>(가제)와 <한국 문화언어학>(가제)이란 책을 준비 중이다. 우리말 깨달음에 관한 글은 아직 쓰지 못한 것들이 많아 계속 쓸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우리말, 지친 어깨를 토닥이다> |조현용 (지은이) | 하우출판사 | 2014-06-05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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