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야동 심재철'을 상대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노조위원장 출신 장유신씨, 벌금형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
▲ 지난해 3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검색하는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 유성호
지난해 5월 11일 'yoosinrang'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장유신(47, 전 새한건설 노조위원장)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창중아~ 아예 그 처녀의 팬티끈만 만졌다고 했음 쪼금이나마 솔직하다고 인정하겠다만. 븅신아! 니가 한참이나 배워야 할 선배들이 있다. 제수씨 넘 본 김형태, 동네 아줌마랑 붕가한 한성교, '야동 심재철', 늙다리고수 최연희한테 한 수 배우고 와라!"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한미정상외교를 수행하던 중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인턴 여성(21)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던 때였다. 특히 장유신씨가 이 글을 올린 다음 날(5월 12일), 윤 대변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팀 조사에서 '주미 한국대사관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어 장씨는 같은 해 6월 29일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경향신문> 3면에 실린 '악어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언급하면서 "하필이면 안개 잔뜩인 오늘 황우여 새당 대표가 개고생하며 연평도에 가서 눈물을 흘렸을까요? 뒷줄에 보이는 군미필 심재철군의 가식도 돋보입니다"라고 적었다.
심재철의 고소 "'야동 심재철', '군미필자 심재철'이 명예훼손"
▲ 장유신씨가 지난해 5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 ⓒ 트위터
장씨가 올린 두 건의 트위터 글에 공통으로 언급된 정치인이 있다. "야동 심재철", "군미필 심재철군" 등으로 언급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다. 심 의원은 같은 해 8월 장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심 의원은 고소장에서 "고소인은 관련법 개정을 위해 누드사진을 훑어봤을 뿐 '야동'을 검색하거나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야동 심재철', 군필자인 고소인을 '군미필 심재철'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심 의원이 '야동'을 본 적도 없고,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해 '군미필자'도 아니다. 다만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누드사진을 검색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트위터 등에서는 "국회에서 야동 보는 심재철"으로 퍼져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누드사진을 검색한 심 의원이 "야동 심재철"로 굳어졌다.
심 의원에게 고소당한 장씨는 경찰·검찰 조사과정에서 "군미필 심재철군" 부분에는 "심 의원이 군미필인 것으로 착각하고 글을 올렸다"라며 "이 부분은 사과하고 즉시 삭제하겠다"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야동 심재철" 부분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제가 처음으로 '야동 심재철'이라고 부른 것은 아니다"라며 "고소인이 국회 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검색한 기사를 보고 누리꾼들이 '야동 심재철'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저도 그렇게 적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장씨는 "고위공직자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잘못된 의식을 비난하기 위해서 쓴 글이다"라며 "심 의원이 집권당의 최고위원이자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이므로 그를 정치적으로 비판한 제 글이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누드사진과 야동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허위사실이라고 하는 것은 말꼬투리를 잡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야동 심재철' 무혐의, '군미필자'에 200만 벌금... 정식재판 청구
▲ '야동 심재철' 등의 트위터 글로 고소당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장유신씨는 지난 5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 오마이뉴스
하지만 심 의원 고소사건을 맡은 수원지검은 지난 2월 장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야동 심재철" 부분은 무혐의 처리했지만, "군미필 심재철군" 부분은 허위사실 적시·유포에 해당돼 심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장씨는 지난 5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정식재판 청구서에서 "국민의 공복인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에서 누드사진을 본 기사를 두고 제가 SNS을 통해 심 의원을 비판했더니 비서관이 저에게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심 의원이 저를 고소했다"라며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고소 취지와 벌금액이 너무 많다는 의견을 제출한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18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는 장씨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심 의원은 제가 '야동 심재철' 트윗글을 삭제하지 않자 제 트윗글을 다 뒤져서 '군미필자' 부분까지 찾아내 고소했다"라며 "'야동 심재철' 부분을 잠재우기 위해서 '군미필자' 부분을 끼워 저를 고소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하지만 저는 국민으로부터 감시받아야 하는 국회의원이 부당하게 한 국민을 굴복시키려는 게 싫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런 종류의 사건들은 경찰조사로 끝내는 게 보통인데 저는 검찰에서 두 차례나 조사받았다"라며 "제가 검사에게 '하명수사냐?'고 물었더니 웃기만 하더라"라고 전했다.
장씨가 청구한 정식재판은 오는 18일 처음 열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표현의 자유 기금'에서 그의 재판을 지원한다.
한편 지난해 5월 방송통신심의위 통신심의소위는 심 의원이 요구한 '야동 심재철' 인터넷글 삭제를 기각했다. 위원회는 '누드 감상'을 '야동 감상'이라고 지칭한 것이 "형식적·개념적 차이는 있지만 선정적·음란성 정보라는 내용적 측면에서는 구별 실익이 크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정을 헤아렸을 때 이미 심 의원은 장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야동 심재철'이라고 글을 올린 것이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미필자 심재철'이라고 적힌 트위터 글을 찾아내 그를 고소했고, 검찰은 이 부분만 명예훼손을 인정해 벌금형을 청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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