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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행정대집행 한 달... 협동조합으로 뭉친 주민들

6·11 움막 강제철거 한 달... '미니팜 협동조합-밀양의친구들' 창립

등록|2014.07.11 10:13 수정|2014.07.11 10:13
"어르신들은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러나 속내는 여전히 복잡하고, 또 한 분 한 분 괴로움이 가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을 안팎으로도 후유증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경찰에 대한 분노는 매우 손쉽게 가까운 이웃에 대한 원망과 분노, 혹은 폭력으로 투사되기도 합니다."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이 요즘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11일로 움막농성장 강제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있은 지 한 달이 되었다. 밀양 사람들은 지난 6월 11일의 아픔을 계속해서 겪고 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철탑 예정지 4곳에 있던 움막농성장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한테는 '보루'처럼 여겨졌다.

주민들은 다시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 평밭마을, 상동면 고답마을, 단장면 용회마을, 동화전마을 등 7곳에 '사랑방'이라는 이름의 농성장을 새로 꾸렸다.

'미니팜 협동조합-밀양의 친구들' 창립

또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연대를 더 강화하고 있다. 주민들과 연대자들을 이어줄 '미니팜 협동조합-밀양의 친구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7일 저녁 밀양두레기금 너른마당에서 창립총회가 열렸다. 송전선로 경과지 4개면 주민과 연대자를 포함해 60여 명이 모였다.

▲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서로 돕기 위한 ‘미니팜 협동조합-밀양의 친구들’이 창립되었다. ⓒ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미니팜 협동조합-밀양의 친구들'은 주민들이 생산한 농작물을 연대자들과 나누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나눔장터 '밀양장날'을 매주 토요일 마을마다 연다. 밀양 주민들은 2012년 1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던 주민이 분신자살한 뒤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촛불집회를 열어오고 있는데 촛불집회를 앞으로는 마을별 나눔장터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작물을 판매하고, 문화공연과 음식나눔, 생활용품 나눔을 통해 화합과 친목을 다지기로 했다. 또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인터넷으로 도시 연대자들한테 직접 판매하는 사업도 벌인다.

연대자들이 마을을 방문하거나 일손돕기에 나서고, 귀농학교와 인문학 강좌도 협동조합을 통해 벌여나가기로 했다.

창립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준한 신부(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대표)는 "행정대집행 이후 밀양 어르신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그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전국 연대자들의 문의가 대책위로 폭주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그 분들이 일상적으로 주민들을 돕고 지지해 드릴 틀거리를 생각하다 농산물 유통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을 생각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미니팜이 밀양 주민들을 지지하는 도시 연대자들과 주민들을 이어주는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하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니팜 협동조합-밀양의 친구들'에 참가하려면 출자금 1만 원 이상 내면 된다.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밀양 소식과 농산물 정보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밀양 어르신들과 도시의 연대자들을 이어주는 '협동조합'이 창립되었다, 꽤 오래 전부터 고심한 것이었지만, 한 번 시작하면 호랑이 등에 올라타야 하는 일이 되다 보니 늘 주저주저 했던 것을 몇몇 열성적인 활동가들의 헌신으로 첫걸음을 떼게 되었다"며 "소식을 듣고 조합원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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