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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함께 사진 찍지 말라 경고한 이유

[바깽이의 인도 여행엽서 20] 낯선 동양인에 대한 관심

등록|2014.07.11 15:07 수정|2014.07.12 16:32

▲ 힌두 사원의 신상을 모신 방 (카주라호) ⓒ 박경


동양은 서양보다 멀었다. 지도를 펼치면 프랑스의 리옹이나 스위스의 취리히보다 가까운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나 인도의 깐야꾸마리, 뿌두체리가 더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나 어릴 때 아이라면 누구든지 365일 중 적어도 딱 하루 성탄절만큼은 교회에 갔었고, 올림포스 산의 제우스나 헤라의 이야기를 단군신화만큼이나 자주 듣고 자랐다.

그래서일까. 여행을 다니면서도, 살갗이 투명하고 코가 높은 백인보다 머리가 검고 키가 만만한 동남 아시아인들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나의 일천한 여행 경험에서 가장 낯선 것은 힌두교였다.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신을 모신다는 힌두교. 죽을 때까지 힌두 사원에 가지 않아도 힌두 성서를 몰라도 힌두가 될 수 있다는 종교. 모든 우상을 숭배하고 모든 걸 인정하고, 나아가서 불평등한 카스트까지도 인정하여 개혁이나 변화에 둔감한 종교.

힌두 사원은 여전히 서늘한 공포였다. 눈 부신 태양 아래 솟은 시카라(힌두 사원의 탑)에 익숙해진 동공이, 어두컴컴한 실내에 적응도 하기 전에 차가운 돌 바닥이 뱀의 비늘처럼 먼저 맨발에 느껴지는 곳. 아가리처럼 벌어진 어둡고 축축한 방 안에는 신상이나 시바신의 상징 링가(링감)가 모셔져 있곤 했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인도인들도 우리가 신기했던 게 틀림없다. 카주라호에서도 아우랑가바드에서도,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줄을 설 정도였으니. 같은 동양인이라고는 하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그들에게, 아리아인의 피를 받아 얼굴이 작고 키가 큰 북인도인들에게,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더욱 낯선 존재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린 프랑스나 미국보다 가까이 있었지만 그렇게나 먼 존재들이었다.

가이드북은 경고했었다. 섣불리 사진을 함께 찍지 말라고. 나란히 함께 찍은 사진은 때로 애인 사진으로 둔갑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여자인 나와 딸을 제쳐놓고 남편에게만 줄기차게 사진기를 들이댄 것을 보면, 기본적인 예의들은 지켜 준 셈이다.

하긴 메뚜기처럼 팔다리가 길고 얼굴이 조막만 한 인도인들에게는 팔다리가 짧고 얼굴이 넙데데한 남편의 외모가 더 신기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바라건대, 그들에게 남겨진 우리의 사진이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지기를.

링가와 요니 (아우랑가바드)4억 8천만의 힌두교 신 가운데에, 브라마(창조의 신)와 비슈누(법의 신)와 시바(파괴의 신)가 있다. 뛰어난 요가 수행자로 철저하게 고행을 한 시바는 종종 남성기인 링가(=링감)로 표현이 된다. 링가를 받치고 있는 것은 여성기 요니. 링가와 요니는, 합일된 상태의 모든 존재의 완전함을 나타내며 궁극적인 해탈을 상징한다. ⓒ 박경


덧붙이는 글 2013년 1월 한 달 동안 인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델리->조드뿌르->아그라->카주라호->바라나시->아우랑가바드->뭄바이 여정은 이러했지만, 여행기는 순서대로 가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부담없는 엽서 한 장 부치듯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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