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AI? 빗나간 '대통령 지키기' 유족 "희생자가 닭이냐"... 야 "심재철-조원진 사퇴"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마지막 날 파행... 한 때 유가족 퇴장 조치
▲ 조원진 '세월호 참사' 조류독감에 비유...유족 "희생자가 닭이냐" ⓒ 김윤상
▲ 세월호 유가족, 황교안 장관 향해 "거짓말하려면 제대로 해"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를 지켜본 유가족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을 비롯한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항의하고 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오전 질의를 지켜본 유가족은 정부의 세월호 참사 늑장대응과 책임전가 답변에 "장관 나리 입 안 아프냐, 거짓말하려면 제대로 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기관보고에는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 유성호
▲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반박하는 조원진 의원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에서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가 세월호 참사에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반박하고 있다. ⓒ 유성호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마지막 일정은 '파행'이었다.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장의 유가족 퇴장 조치, 여당 간사의 '대통령 방어막용' 부적절한 비유에 야당은 퇴장했고 유가족은 분노했다.
11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마무리하는 종합질의에서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했다.
"국무조정실장님, AI(조류인플루엔자)가 터졌어요. AI가 터졌어. 대통령께서 AI 책임자에 전화를 해요.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다 동원해서 AI 막아라'. 이러면 AI의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인가."
이에 유가족 방청석에서 "(세월호) 희생자가 닭이란 말이냐"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조 의원은 계속 산불재난, 다중추돌사고 등의 예를 들면서 "그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인가"라고 물었다. 조 의원은 "대통령이 긴급하게 사고책임자에게 이런 부분은 전체 행정력을 동원해 막으라고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대통령이냐"고 말했다.
조 의원 발언의 의도는 명확했다. '박근혜 대통령 방어용'이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안전행정부장관이 세월호 사고 컨트롤타워'라는 정부측 주장을 반박하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집중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의 도중 '부적절한 비유로 인한 파장이 있으니 사과해야 한다'는 야당 간사 김현미 의원의 지적에 조 의원은 "AI(비유) 부분에 대해 혹시 오해가 있다면 표현이 잘못됐다"고 한발 물러섰다.
해경 123정장, 감사원과 엇갈린 증언... 항의한 유가족에 퇴장 명령한 위원장
▲ 세월호 국정조사 마지막 날, 'AI발언' '유가족 퇴장'으로 파행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세월호 침몰사고를 AI(조류 인플루엔자)에 비유한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의 발언과 목포해경 123정 정장의 답변에 유가족이 항의하다 퇴장조치 돼 파행되고 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심재철 위원장과 조원진 간사의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 유성호
▲ 장관 불성실한 답변에 항의하는 세월호 유가족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를 지켜본 유가족이 증인으로 참석한 장관과 관계자들을 향해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항의하자, 국회 경위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회의에선 방청 중인 유가족이 퇴장 당하기도 했다. 전날 기관보고에서 '해경 123정에 구조된 세월호 선원 중 신분을 밝힌 이가 있다'는 감사원과 검찰 조사 내용이 나왔는데, 이날 출석한 김경일 해경 123정장은 여전히 선원 신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선원들이라는 확인은 오전 11시 10분, 2차 인계할 때 알았다"며 "구조할 땐 선원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한 유가족이 "뭘 몰라!"라고 외치며 김 정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심재철 위원장이 "그렇게 함부로 회의에 개입하지 마십쇼"라며 퇴장을 명령했다. 유가족은 "진실을 얘기하면 이렇게 안 하죠!", "진실을 얘기해!"라며 더 흥분했다. 결국 방청 중인 유가족 모두가 일어나 회의장을 나갔다.
심 위원장은 "오전에도 저 분께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렸고 한 번 더 그러면 제재를 취하겠다고 했다, 오늘 하루뿐이 아니라 지금까지 상당히 자주 그랬지만 그때마다 참았다"며 "퇴장하라고 했지만 다른 가족들까지 다 나가시라고는 하지 않았다, 가족들의 슬픔을 전들 왜 모르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가족들이 소리를 치면 회의에 방해되는 건 알지만, 세월호 사고는 유례가 없는 국민적인 아픔이고, 결국 국회가 진상규명하고 기관보고도 받고 하는 건 결국 저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도 저런 일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재판부가 유가족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난 뒤에 진정시켜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이 "위원장이 진행방식을 좀 바꿔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자 심 위원장은 "제가 한 템포 더 가라앉히겠다, 퇴장시킨 것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야당, 심재철·조원진 사과-특위위원 사퇴 요구
▲ 심재철·조원진 사퇴 요구하는 세월호 야당 의원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침몰사고를 AI(조류 인플루엔자)에 비유한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와 유가족을 퇴장시킨 심재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 정부의 책임전가 답변에 눈물 흘리는 유가족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에서 정부의 책임전가 답변에 울분을 터트리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이미 회의장 밖을 나간 유가족들은 심 위원장과 조 의원의 발언과 조치에 대해 성토했다.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심 위원장과 조 의원의 진심어린 사과와 특위위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야당 의원들은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의 목적은 사건의 실체적 진상을 규명해야 함과 아울러 가족들의 상터를 치유하는 과정이 되어야 함에도, 무리한 운영으로 공분을 자아내는 새누리당 위원들의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 위원장과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은 사과하거나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은 오로지 사고의 책임이 대통령에 있다,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이다,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정치 공세로 일관해왔다"며 "조원진 의원의 발언은 수습책임자가 누구냐고 물었을 뿐이지 세월호 희생자를 AI에 비유한 게 아니다, 민주당의 사고체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저녁에 늦게 여당 단독 회의 속개... 파행 길어질 듯
이날 저녁 심 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여당 단독으로 회의를 속개했다. 그러나 유가족의 질타만 들었다. 공식 발언 기회를 얻은 한 유가족은 "여당이 정확히 진실되게 할 건 하시고, 철저하게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질타했다.
그는 "여기 앉아서 여야 의원들이 질문하는 걸 보면, 야당이 훨씬 깊은 질문도 하시고 그나마 조금이라도 진실을 파헤치는 모습이 보인다, 여당도 몇 분은 심도 있는 질문을 하시지만 대다수는 어떻게 정부에 누가 안 될까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위원장이 여야를 떠나서 진상규명을 위한 진행을 했으면 좋겠고, 위원장님 자질이 부족해 파행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관보고 마지막 날 오후에 벌어진 국정조사특위 파행은 쉽사리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일 새누리당은 김광진 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대통령을 겨냥한 왜곡된 질의라며 사퇴를 요구했지만 기관보고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터라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관보고가 남아 있지도 않아 특위 파행이 당장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야당 특위위원들은 다음 달 4~8일 열리는 청문회에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전 국정원장, 유정복 전 안행부장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사고 당시 주요 책임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야당은 국정조사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이들의 증인 채택을 요구할 걸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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