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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법' 19대 국회서는 통과될까

새정치 이찬열 의원 "법제정 기필코"... 경찰청 입장이 '변수'

등록|2014.07.12 15:17 수정|2014.07.12 15:17

▲ 지난 6월 12일 유권자시민행동이 선정한 2014년 대한민국 유권자 대상 기념패 전달식 자리에서, 이찬열 의원(왼쪽)은 열쇠법 제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오른쪽은 김석준 한국열쇠협회장 ⓒ 김영욱


지난 2010과 2011년에 연이어 발의됐지만, 주무부서인 경찰청의 반대에 떠밀려 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열쇠관리법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이 지난 4월 '열쇠관리업 및 특수해정도구 소지금지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열쇠법)'을 대표발의하는 등 법·제도 정비를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의원실은 "최근 수년간 주택, 사무실 등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침입해 저지르는 절도, 강도, 성범죄 등 일련의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방범 및 안전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강력범죄는 사후 검거도 중요하지만 열쇠·잠금장치 및 특수해정도구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를 통해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의원실의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잠금장치에 대한 방범등급제도를 실시하거나 열쇠 또는 특수해정도구의 부정한 사용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열쇠나 특수해정도구를 제작, 판매, 소지·사용하는 사람에 대해선 면허제도 또는 자격제도를 통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열쇠·잠금장치 및 특수해정도구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법률이 없으며, 열쇠 또는 특수해정도구와 관련된 자격증도 국가자격증제도가 아닌 민간자격증제도로 운영되고 있어 국민의 범죄예방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에, 잠금장치에 대한 방범등급인증제도의 도입, 열쇠관리사 자격제도를 국가자격증제도로의 전환, 열쇠관리업의 등록제 도입, 특수해정도구의 소지금지 등 열쇠·잠금장치 및 특수해정도구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열쇠 등의 부정한 사용으로 발생하는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법안에는 최원식, 이원욱, 조경태, 전정희, 황주홍, 유성엽, 유대운, 김윤덕, 김성주, 전순옥(이상 새정치연합), 이진복, 이장우(이상 새누리당)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이 의원 "끝까지 모니터링"

이찬열 의원은 이 법을 발의할 당시 국회 안전행정위 간사로 활동했지만, 19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에 따라 국토교통위로 자리를 옮겼다. 애당초 이 의원은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열쇠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대표발의까지 약속한 바 있다. 결국 19대 상반기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그 약속이 지켜진 셈이다.

이 의원은 또 지난달 12일에 있었던 김석준 한국열쇠협회장과의 만남에서도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을 재차 약속했다.

특히 이날 이 의원은 "법안심사소위 과정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하세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련법 부재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과 더불어, 열쇠법이 제정됨으로써 예상되는 기대효과 등의 자료를 아주 상세히 준비해 안행위 소속 의원들과 안전행정부, 경찰청 실무자를 대상으로 열쇠인들의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상임위가 바뀐다고 해서 열쇠법에 대한 관심을 무 자르듯 끊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 처리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 회장은 "저처럼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열쇠인들은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른다"며 "비록 상임위는 바뀌었지만, 향후에도 열쇠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그는 "소상공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열쇠법 관련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일정이 잡히면, 대표발의자로서 꼭 참석해줄 것"을 부탁했다

경찰청 또 반대하나

하지만 열쇠법 제정을 둘러싼 안팎의 사정이 열쇠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17, 18대 국회에서부터 거의 맹목적으로 반대해온 경찰청이 19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열쇠법에 대한 경찰청의 입장을 전해들은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를 통해 재확인됐다. 그는 이달 초 가진 전화 통화에서 "열쇠법 제정에 대한 경찰청의 입장은 한 마디로 무조건 반대였다"며 "경찰청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반대 근거도 불분명했다"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올해 하반기 정기 국회에는 상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김경인 한국열쇠협회 부회장도 "경찰청은 범죄 현장에서 증거확보를 위해 열쇠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까지 제공 받는 상황이지만, 열쇠법 제정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며 "그동안 열쇠 관련 사고발생 시 그 책임이 소비자 개인에게만 있었지만, 열쇠법이 제정될 경우 열쇠 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이 경찰청으로 하여금 어깃장을 부리도록 만드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외국에선 법‧제도로 엄격히 관리

열쇠제도 선진국에서는 사용빈도에 따른 성능, 외력에 대한 성능, 파괴에 대한 성능 등의 규격을 통해 열쇠 방범등급을 인증해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CP(범죄예방, Crime Prevention) 제도와 함께 열쇠방법성능표시에 관한 규정과 기준 등이 마련돼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특수해정도구의 소지금지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복제키와 특수해정공구의 제조부터 사용까지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주, 루이지애나주, 네바다주, 뉴욕시 등지에서는 열쇠 관련법을 통해 키의 복제를 금지하고 있으며, 네브라스카주에서만 마스터키의 복제만을 금하고 있다. 또 열쇠관리사 자격제도 및 영업등록제도를 통해서도 열쇠취급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ANSI(미국규격협회, 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를 통해 열쇠 관련 규격(제품이나 재료의 품질, 모양, 크기, 성능 등)을 정하고 했으며, 그 성능에 따라 등급도 매겨지고 있다.

허‧인가제를 시행하는 호주의 경우에는 정부인가의 기술학교 3년 및 현장실습 1년 과정을 포함해 총 4년간의 견습실무 후 자격증을 취득한 기술자와, 6년간의 실무 후 해당 시험에 합격하고 영업허가증을 취득한 기술자들만 열쇠를 취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호주에서는 AS(호주규격, Australian Standards)라는 규격이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모든 경찰서는 생산자와 협력하면서 범죄예방프로그램까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 스위스, 스웨덴, 스페인 등의 유럽지역에서는 열쇠 실린더 부분에 대해선 EN(유럽규격, European Standard)1303이라는 규격이, 모티스락(문고리) 및 스트라이크락(전자잠금장치)에 대해선 prEN12209라는 규격이 각각 적용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법률에 의한 직접적인 규제는 없지만 업계의 자주규제를 통한 간접적인 규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제조사들도 특수해정도구 사용이 가능한 MLA(다자간 상호인정협정, Multilateral Recognition Arrangement)의 멤버들에게만 판매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일반인에게 특수해정도구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에는, MLA 멤버들은 항의의 표시로 구입자체를 전면 중단하기 때문에 제조사 스스로도 자정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편 국내의 경우에는 제품 자체의 등급보다 열쇠(디지털도어록 포함) 제조업자를 중심으로 방범등급이 매겨져 있을뿐, 열쇠 관련법이나 제도 자체가 전무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열쇠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열쇠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열쇠 관련 범죄 실사례
사례1
"열쇠관련 범죄 발생해도... 열쇠업자는 면책"

지난 5월 MBC '오늘의 아침'에서는 주인인양 행세를 하면서 열쇠업자에게 개문을 요청하고, 또 강도상해까지 발생한 한 사건이 소개됐다. 이 사고로 입원까지 하게 된 피해자는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 문을 열어준 열쇠업자의 형사적 처벌까지 원했지만, 현행법상 근거 규정이 없어 열쇠업자에게는 아무런 처벌도 내려지지 않았다.

담당 PD도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광주경찰서 형사계장에게 질문했지만, "현행법상 열쇠업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라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김경인 한국열쇠협회 부회장은 "최소한의 신분확인 절차만 거쳤어도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사실에는 경찰 관계자도 인정을 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경찰청은 지금도 열쇠법 제정에 대해선 초지일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있을 시에는 신분확인을 의무적으로 하고, 이를 소홀히 해 발생된 범죄에 대해선 문을 열어준 열쇠업자도 함께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며 "여기에다 피해발생 시 의무적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공제조합 근거규정까지 마련된다면, 열쇠 관련 범죄율은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례2
"미국‧일본‧유럽...열쇠취급자 관리에 만전"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특수해정도구의 무분별한 판매와, 손재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복제키 등과 관련된 범죄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GPS가 몰래 설치된 중고차를 판매하고, 차량 위치가 확인되면 복제키나 예비키를 이용해 가져오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되기도 있다. 또 특수해정도구를 이용한 범죄 소식도 언론을 통해 연일 소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석준 한국열쇠협회 회장은 "미국의 경우는 이미 주마다 법이 제정이 돼 열쇠나 특수해정도구 등의 제조, 판매, 소지,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지난 2003년에 열쇠 관련법이 통과돼 열쇠종사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열쇠법 제정을 통해 특수해정도구나 열쇠복제기의 제조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이를 엄격히 관리한다면, 열쇠 관련 범죄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현재의 민간자격제도를 국가공인자격제도로 격상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면, 열쇠기술자로서 자부심 고취뿐 아니라 무분별하게 난립된 열쇠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례3
"개문요청 시 신분확인은 필수"

세 번째 사례는 모 디지털도어록 제조사의 A/S를 맡고 있는 김경인 부회장의 실제 경험담이다.  김 부회장은 얼마 전 '00동 00번지에서 문을 열어주라'는 지시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후 본인 신분을 먼저 밝히고 상대방에게 신분확인을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자 경비원까지 불러 신분확인을 재차 요청한 경우다.

이와 관련, 그는 "개문 요청을 한 당사자는 결국 발길을 돌렸지만, 법적으로도 의무사항이 아닌 신분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문을 열어줬더라면 분명 범죄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집 주인인 경우 신분확인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지만, 대개 나쁜 의도를 갖고 개문요청을 한 사람들은 신분확인 요청 시 불쾌한 감정을 먼저 표출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문을 열어주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 돼버렸으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시에도 신분확인의 중요성에 대해 수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범죄를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꼴이 돼버리고, 일부에선 실제로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도 발생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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