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유족들 가슴에 대못박고 있다"
국회 정문 앞에 500여개 촛불 켜져...철야 농성 이틀째 밤
▲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와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기도회 참석자들이 유가족들의 요구안을 국회가 수용할 것을 기도하고 있다 ⓒ 김도균
"주님의 눈은 의인들을 굽어보시고, 주님의 귀는 그들의 간구를 들으십니다. 그러나 주님은 악을 행하는 자들에게는 얼굴을 돌리십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열심히 선한 일을 하면 누가 여러분을 해치겠습니까. 정의를 위해 고난을 받으면 여러분은 복이 있습니다. 그들의 위협을 무서워하지 말며, 흔들리지 마십시오."
국회 정문 앞에 500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아래 촛불교회)'은 13일 저녁 7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 위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와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기도회를 열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안을 국회가 수용해서 4·16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도회를 집전한 최현국 목사(생명평화 침례교회 담임)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350만 명이 서명을 한 것은 어쩌면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마음과 함께한다는 뜻"이라면서 "피해자와 국민의 참여가 보장되고 포괄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될 수 있는 그러한 특별법을 국회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이어 "이런 요구에 정치인들은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우리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어처구니 없는 짓들을 자행하고 있다"면서"어제 유가족들은 힘든 가운데서도 국회를 찾아서 가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이 재정될 수 있도록 요청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새누리당은 이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자작시 <가만히 있으라>를 낭송했다.
"'가만히 있으라', 그 큰 배가 흔들리며 한쪽으로 기우는데 방송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만 반복하고 있었다. 의심과 저항은커녕 자율과 자주도 불온으로 배운 열일곱 우리 청소년들, 방송조회 교장 선생님 훈시로 여겨 몸도 가누기 힘든 경사 바닥에 옹기종기 손 마주잡고 엉켜붙어 있었다. 교사들도 그랬다. '움직이지 마라' '지시대로 따라라'만 외치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기능은 거세된 채 '사랑한다, 얘들아' 끌어안고 울고만 있었다. (하략)"
시가 낭송되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향린교회 최원석 집사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최 집사는 "먼동이 터오르는 청와대 앞에 아이들을 잃은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의 눈물을 보았다, 그들의 눈물은 이 땅이 정의와 평화와 생명이 넘치는 하나님의 땅의 되게 해달라는 간절함의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최 집사는 이어 "우리는 누구의 눈물을 닦아야 하는가, 누구의 눈물과 연대해야 하는가, 저희들에게 연대의 힘을 달라"면서 "오늘은 500의 촛불이 국회의사당 길바닥에 주저앉아 기도하지만 이것이 5천, 5만의 기도가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세월호 유가족 30여명도 참석
▲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월호참사 추모와 진상규명 촉구 촛불예배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이 예배 도중 세월호 특별법 TF 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를 향해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치고 있다. ⓒ 강신우
이날 기도회에는 전날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의에 피해자 유가족 측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여·야·유가족의 3자 협의체 구성을 요청하는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30여명도 참석했다.
세월호 유가족측은 이날을 시작으로, 유가족들의 요구안이 수용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7개 종단의 종교행사가 매일 저녁 7시 국회앞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국회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가 이날 오후 재개됐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진상조사 시 수사권 부여 조항을 넣을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회 본청 앞에서 이틀째 밤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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