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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세월호 유족에게 "이러면 도움 안돼"

[현장] 광화문 광장 농성 유가족과 실랑이...담당 과장 공식 사과

등록|2014.07.14 18:37 수정|2014.07.14 19:20

▲ 14일 서울시의 한 공무원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향해 "여기서 밤샘 농성 할 거냐", "여기서 이러면 도움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 이윤소


[2신 : 14일 오후 7시 10분]
서울시 담당 과장 농성장 찾아 고개 숙여 사과

서울시 공무원의 막말과 행패에 대해 담당 부서 과장과 팀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이정화 서울시 역사도심관리과장과 백인호 도심관리팀장은 14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정화 과장은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을 만나 "담당 직원이 마음을 상하게 해서 죄송하다"며 "유가족의 심정을 이해했다면 그렇게 말 못한다, 사과를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부모나 아버지의 심정을 안다면 그렇게 말을 못했을 것"이라며 "직접 찾아주시고 협조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과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백아무개 사무관이 직접 사과 방문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가족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는 유가족의 천막 설치 등에 대해 인도적인 이유에서 제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1신: 14일 오후 6시 37분]
서울시 공무원, 단식농성하는 세월호 유족과 실랑이

서울시의 한 공무원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세월호 사고로 광화문 광장에 행사가 취소됐다"며 "그만큼 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세월호 사고로 서울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 돼,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특히 이 공무원은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이 즐기는 장소", "유족들이 여기서 이러셔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등의 억지를 부리며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 준비를 방해했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언행이 논란이 된 적은 있으나 서울시 공무원의 부적절한 언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공무원 "여기서 밤샘 농성하실 거냐, 도움 안 된다"

김병권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유가족 5명은 14일 오후 1시 10분부터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동시에 국회에서도 유가족 10명이 단식을 시작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농성장 바닥에는 노란색 종이배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깔렸다.

광화문 광장 사용허가를 맡고 있는 서울시 도시계획국 소속 백아무개 사무관이 농성장에 나타난 것은 이날 오후 1시 50분 경이다. 그는 유가족을 향해 다짜고짜 "광장에서 텐트치고 주무실거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유가족들을 돕고 있는 한석호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이 "자식들 죽어서 여기 단식농성하러 왔다"며 "텐트에서 안 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 사무관은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이 즐기는 장소"라며 "세월호 사건은 4월 16일 이후에 이미 홍보가 많이 됐고 국가에서도 나서고 있다, 유족들이 여기서 텐트 치고 이러셔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사무관의 횡포로 단식 농성 준비에 방해를 받게 되자, 유가족 측 황필규 변호사가 나서서 "서울시의 공식 입장이냐,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백사무관은 "제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책임질 수 있다"고 답했다. 김병권 유가족 대책위원장이 "저희를 죄인으로 만들어 놓은 게 누구냐, 바로 정부가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백 사무관은 또 세월호 사고 때문에 서울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유가족들을 향해 "세월호 사고 이후 광화문 광장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며 "그만큼 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후로도 백 사무관이 유족 측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소동은 계속됐다. 백 사무관은 자신을 제지하던 유가족 한 명을 밀치며 "가만히 계세요"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는 한 사무부총장을 비롯한 가족대책위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몸 싸움까지 벌였고,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소리를 쳤다.

한 사무부총장이 "유가족에게 직접 말하라"라고 따지자, 백 사무관은 유가족에게 다가가 "여기서 텐트 치고 주무실거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나 주변에 배치돼 있던 경찰들은 소동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0여 분 뒤 백 사무관은 시청 사무실로 돌아갔다.

유가족 "한 아이의 아버지라면 이럴 수 있냐"...해당 사무관 "죄송"

이에 대해 김병권 위원장은 "자식이 있는 한 아이의 아버지라면 이럴 수가 있겠냐"며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정부 때문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김병권 위원장은 "(백 사무관의 언행은 문제가 있지만)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점에서 너그럽게 이해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있던 황필규 변호사는 "광화문 관리자로서 사전 신고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으나 세월호 사고에 대한 평가는 분명 실수했다"며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었고 국민과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변호사는 "발언에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백 사무관은 너무 당당했다"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청 사무실로 돌아간 백 사무관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광화문 광장은 허가를 받아야 야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설물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계도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광장 사용 허가를 담당하고 있어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황을 알려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백 사무관은 자신의 막말과 관련해서는 "언성을 높여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물의를 일으켰다면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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