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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배가 뒤뚱... 선장님은 방에서 핸드폰"

[세월호 선원 3차 공판] 박아무개 3등 항해사 카카오톡 내용 공개돼

등록|2014.07.15 21:02 수정|2014.07.15 21:02

세월호 선원 첫 공판준비기일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 준비절차가 지난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피고인들은 세월호가 증개축으로 무게중심이 위에 있어 복원력이 약하고 고박장치 부실과 과적 등으로 좌현으로 화물이 쏠려 배가 결국 침몰될 수밖에 없고, 수심이 36미터 정도이고 유속이 빨라 당시의 배 기울기 진행속도로 보아 짧은 시간 내에 배가 전복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15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3차 공판에서는 이 공소사실과 연관 있는 증거가 공개됐다. 4월 16일 당시 변침을 지휘한 박아무개 3등 항해사가 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다. 검찰은 수사 단계에서 압수수색한 그의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프리젠테이션(PT) 형식으로 제시했다. 박 항해사의 과실과 '선원들이 배가 침몰할 것을 알면서도 승객들을 놔두고 퇴선했다'는 고의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장애물·암초 아냐... 구조변경으로 복원력 안 좋아"

사고 직후 박 항해사는 지인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4월 16일 오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조타기 고장 아니면 암초 등 장애물과 충돌해서 사고가 벌어졌냐는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선장님과 1등 항해사님이 평소에도 '우리 배는 복원력이 안 좋아서 한 번 기울면 올라오기 힘들다'고 했다"라며 "구조 변경 때문에 배가 뒤뚱거린다' 선장님이 그러셨다"라고 설명했다.

A씨 : "근데 (조)타기 고장이야?"
박 항해사 : "아니에요. …(중략)… 이제 선원들도 못 믿겠다. 다들 자기한테 유리하게만 하니까."

C씨 : "어선 등 장애물 있었던 건 아니지?"
박 항해사 : "전혀… 그런 거 없었고. 배 위에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C씨 : "구조 변경한 거?"
박 항해사 : "아 네…. 그래서 더 복원력도 안 좋고 설치하지 말아야할 것들 괜히 돈 들여서 했다고… 그러셨거든요. 근데 이건 말은 안 했어요."
C씨 : "그런 건 네 책임 아니니깐."
박 항해사 : "이거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되죠?"
C씨 : "그럴 거야."
박 항해사 : "'이거(구조 변경) 때문에 배가 뒤뚱거린다' 선장님이 그러셨거든요. 그럼 진술할 때 책임 회피식으로 해야겠네요.…(중략)… 선배, 근데 이번에 늦게 출항해서 맹골수도 내려갈 때는 제가 거의 처음."

박 항해사 : (B씨에게) OO선배는 거기를 알려나 모르겠는데, 맹골수도라고. 거기는 물발이 세고 위험하다.
B씨 : "충돌은 없었고?"
박 항해사 : "네, 전혀 없었고요. 암초 아니에요. 충돌 아니고요. …(중략)… 선장님(기자 주 - 검찰은 신보식 선장으로 추정)이 평소에도 1등 항해사님이랑 '우리 배는 복원력이 안 좋아서 한번 기울면 올라오기 힘들다, 그러니까 타도 조금씩만 쓰고 미리미리 변침하고' 항상 하시는 말씀(이었어요)."

"이준석 선장, 핸드폰하고 있었는데... 재선 의무 안 지켜"

'속옷 차림' 탈출, 이준석 세월호 선장해경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탈출 장면을 담은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t급)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이 영상에는 승무원들이 제복을 벗고 123정에 허겁지겁 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심지어 이준석 선장은 속옷 차림으로 세월호를 떠나 123정에 오르기도 했다. 뒤편에는 123정에 타고 있던 이형래 경사가 심하게 기운 갑판에 올라 구명벌을 펼치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 해경 영상 갈무리


박 항해사는 선원들의 진술이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지인 B씨에게 "이준석 선장이 조타실에 없었는데 (박아무개) 기관장님은 '선장님이 양현 엔진 정지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라고 털어놨다. 또 C씨에게는 "기관장님이 선장실에 가보니까 휴대전화로 카톡이나 게임 등을 하고 계셨다더라"고 말했다.

B씨 : "그럼 그때 브릿지(조타실)에 선장님 계셨어?"
박 항해사 : "아뇨, 그게 문제예요. 선장의 재선 의무 안 지켰다는 거. …(중략)… 근데 더 짜증나는 건 기관장님 진술. '선장님이 양현 엔진 정지라고 해서 엔진은 정지했다'는데, 그 당시 선장님은 없었는데. 그것만 보면 다른 진술들은 어떻게 했는지…. (조)타수 아저씨가 타…타가… 이러면서 타가 안 먹고.
B씨 : "그럼 엔진은 언제 정지시킨 거야?"
박 항해사 : "좌현으로 기울면서 우회두하고."

C씨 : "민사소송이 들어올 거래. 그러면 웬만한 집안 아니면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없어서…(중략)… 그리고 선박회사에서 고용한 변호사는 어차피 나중에 민사소송 가면 회사 편 들 거야. 그러니까 회사 측 변호사한테도 넌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진술해야 해."
박 항해사 : "아…. 무조건 책임회피식으로… 이기적일 수는 있지만 이제부터는 제 생각만 하고 이기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책임회피식으로 말하고, 그럼 선장 책임으로….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해요?"
C씨 : "그런 것도 필요하대."
박 항해사 : "선장님이 갑자기 말도 안하고 방에 들어가서 기관장님 있는데도. 기관장님이 '그 노인네 어디 갔어? 방에 가셨냐?' 기관장님이 나가서 방에 가보니까 선장님 핸드폰하고 계셨대요. 카톡이나 뭐 게임이나…. …(중략)…경찰이 타수가 무리하게 타를 잡은 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다."

"조타수 아저씨가 '타를 잘 잡아야지' 하며 씩씩거렸다"

변침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었다. 평소 선장 등은 배가 복원력이 안 좋으니 조타기를 작동시킬 때 주의하라고 했다. 그런데 사고 당일 키를 잡고 있던 조아무개 조타수는 조타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박 항해사는 지인에게 "조타수 아저씨 한 분이 (사고 직후) '아 씨 그러게 타를 잘 잡아야지'라며 막 씩씩거렸다, 그리고 (조 조타수는) 베테랑 타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조타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C씨 : "타 얼마나 썼는데? 5도?"
박 항해사 : "스타보드 파이브(우현 쪽으로 5도) 이렇게 명한 건 아니었으니."
C씨 : "그럼? 그냥 145도 정침으로 오더(지시)?"
박 항해사 : "그냥 각을 말해줬지."
C씨 : "그건 니가 실수한 거야. 원래 그럼 안 돼. 귀찮더라도. 그럼 타를 얼마나 썼는지를 모르고?"
박 항해사 : "네. 그래서 제가 마지막에 돌고나서 아저씨를 봤거든요. 타를 볼 수 없으니까. 어디까지 갔는지…. 하드(전타)까지 간 거 같은데. 그 타가 기운 게…."
C씨 : "하드까지 간 건 (조타기가) 고장 나서 그런 거지?"
박 항해사 : "아 그게 기억이 안 나서…."
C씨 : "고작 5도 변침하는데 하드까지 갈 이유가 없잖아."
박 항해사 : "그건 모르겠고. 또 선원들이 다 브릿지 올라올 때. 그쵸(기자 주 - 메시지 송수신 시간 차이로 늦게 답함), 타수 아저씨 한 분이 '아 씨 그러게 타를 잘 잡아야지' 막 씩씩거렸어요. 그리고 (사고 당시 키를 잡은 조아무개 조타수는) 베테랑 타수도 아니에요."
C씨 : "넌 진실만 말하되 조금이라도 네 실수가 있었다는 식으로 진술만 안하면 돼."
박 항해사 : "네…."

검찰은 변침을 지시할 때는 선박의 상태나 조류의 세기·풍향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박 항해사는 단순히 도수만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C씨도 '실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항해사의 국선 변호인은 '변침을 지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이것만으로는 변침 지시에 실수가 있었고, 그 과실이 침몰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너무 많은 짐, 부실하게 실었던 세월호

▲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검찰은 한국선급이 작성한 세월호의 복원력 계산표도 제시했다. 화물뿐 아니라 평형수, 연료 등 아무 것도 싣지 않은 상태에서 따져도 배의 복원력을 나타내는 GoM값은 -0.559(규정상 기준은 0.15며 GoM값이 0이상이어야 배가 기울어져도 원래대로 돌아옴)로 매우 약했다. 이 수치는 "배가 기울었을 때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외력이 가해지면 쓰러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이 회의에서 복원력 문제를 언급한 자료, 사고 이전에도 배가 20도씩 기운 적이 있다는 세월호 전직 선원들의 진술조서 등도 제출했다.

'너무 많은 짐을 부실하게 실었다'는 점 역시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조사가 이뤄진 증거들 중에는 세월호가 평소에도 화물을 과다 적재했고, 규정대로 고박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자료들도 많았다. 청해진해운 물류팀은 매주 세월호 화물운송 적재 계획서를 작성, 목표 달성을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 공개된 실적 보고서에 나온 달성률은 최소 85%대였고, 100%를 넘긴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검찰은 선원들이 무리한 과적, 부실한 고박을 알면서 눈감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15일 재판부는 2500번대까지 증거조사를 실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검찰과 변호인이 증거 능력을 다투고 있어 조사가 미뤄진 것도 있고, 양쪽에서 추가로 낼 증거들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우선 사고 당시 선원들과 함께 조타실에 있던 필리핀인 부부를 7월 21일 오후에 부르기로 했다. 22일에는 많은 사람들을 구했던 '파란바지 아저씨' 김동수씨가, 23일에는 안내방송을 했던 승무원 강아무개씨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4차 공판은 21일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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