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권은희 전 과장이 서울에서 출마했더라면..."

내부고발자들이 바라본 '권은희 전략공천'

등록|2014.07.16 21:04 수정|2014.07.17 10:20

"함께 해주십시오" 외치는 권은희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15일 오후 1시 광주 광산구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개소식에는 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지역 국회의원, 광주·전남 지역의 광역·기초의원 및 당원, 광산구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권 후보가 인삿말을 하던 중 "함께 해주십시오"라고 외치며 양 손으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 소중한


[기사 수정 : 17일 오전 10시 20분]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9일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구을 지역구에 공천하자, 그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외압 폭로'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법률적 판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권 전 과장을 공천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르고, 수도권이 아닌 광주에서 출마한 것은 국정원 개혁 의지보다 그의 당선에 집중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들은 대체로 전략공천을 받은 이후에도 권 전 과장 수사 외압 폭로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지만, 공천 시기와 출마지역 부분에서는 의견을 좀 달리했다. "최종 법률적 판단이 나온 이후에 정치권에 진출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불이익 감수 고발... 진정성 있다"

▲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41)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 이희훈


장진수(41)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 그는 지난 2012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털어주는 남자'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폭로한 내부고발자였다. 그는 "공천을 받았다는 자체만으로 제보가 거짓이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고발을 당한 측이) 부정한 일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고 음해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내부고발자도 "권은희씨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폭로를 한 점은 높이 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사업부지의 토지감정가를 부풀렸다고 폭로한 양시경(51) 전 JDC 감사는 "내부고발자들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권은희씨는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내부고발했고 이는 진정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알린 전응섭(52) 전 교사도 권은희 전 과장의 폭로를 "사회정의를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용기있는 행위였다"라고 말했다.

권 전 과장의 정치권 진출 시기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긍하는 내부고발자도 있었다. 양시경 전 감사는 "최종 법률 판단이 남아있는 상태이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했다"라며 "그만두자마자 공천을 받은 것을 보고 정치권과 사전에 이야기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의견을 달리하는 내부고발자도 있었다. 전응섭 전 교사는 "공천받는 시기와 법정 판결 진행과는 별개다"라며 "이미 전 국정원장이 댓글관련 사건으로 4년형을 구형받았기 때문에 공천받은 것을 폭로의 법정 판결과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다"고 말했다.

"광주에 공천한 것은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어"

내부고발자들은 권 전 과장의 공천지역에는 의견을 달리했다.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해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야권이 지나치게 좁은 시각에서 그를 공천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시경 전 감사는 "권 전 과장은 호남태생이라는 점에서 당선에 유리함이 있다"라며 "권 전 과장의 경우 공천만 받으면 거의 당선이 예상되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특별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덧붙여, 양시경 전 감사는 "권 전 과장과 달리 대부분 내부고발자들은 정치에 의지가 있더라도 엄두도 안 나고 공천기회조차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야권에서 권 전 과장에게 좀 더 큰 의미를 두었으면 하는데 수도권이 아닌 광주에 공천한 것은 그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 아니냐"며 "서울에 나와서 국민적인 판단을 받아보자는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정민경은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 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