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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평택을 김득중 후보는 무소속일까?"

[좌담] 지방선거 출마자 5명이 털어놓은 6.4 지방선거

등록|2014.07.16 19:41 수정|2014.07.16 19:41
유권자들은 6.4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을 냉혹하게 심판했다. 선거결과 진보정당은 기초단체장을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광역의원도 노동당 소속 여영국(49·창원시 5선거구) 의원 한 명뿐이었다.

16일 인터넷 진보매체 <레디앙>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6.4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대체로 진보정당의 실패를 인정했다. 진보정당 소속의 유일한 서울지역 구의원 당선자 김희서 노동당 의원은 특히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 소속 후보라는 것이 오히려 짐이 되었다"라고 토로했다.

노동당 소속의 나경채 전 의원은 "평택의 김득중 후보를 담아낼 진보정당 왜 존재하지 않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라는 화두를 던졌다. "국민들은 진보정당에 의리를 지키고 있지만, 기존 진보정당들이 국민들에게 의리를 지키고 있지 않다"라는 흥미로운 평가도 나왔다.

▲ 6월 4일 열린 6?4 지방선거 출마자 속풀이 좌담회 ⓒ 이겨레


다만 지역중심 진보 세력의 가능성을 본 경우도 있었다. 민주노동당 출신 윤성일 전 의원은 기존 진보정당에 속하지 않는 대신 '마포파티'라는 준지역정당을 만들었다. '마포파티' 4명의 후보 중 당선자는 없었지만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는 것이 윤 전 의원의 결론이다.

'6.4지방선거 속풀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구본승(강북구의원 당선자, 무소속), 김희서(구로구의원 당선자, 노동당), 나경채(관악구의원 출마자, 노동당), 윤성일(마포구의원 출마자, 무소속)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6.4지방선거와 진보정치의 현실을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사회자는 신장식 변호사(법무법인 지향)이 맡았다.

다음은 이들이 나눈 좌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진보정당은 무능했다"

- 이번 6.4지방선거를 총평해 달라.
이기중 전 의원 "정의당에게 6.4지방선거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않은 선거였다. 정의당 지도부는 지방선거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고, 이 때문에 선거의 목표를 수치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번 6.4선거에서 정의당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나경채 전 의원 "노동당은 6.4지방선거에서 철저히 실패했다. 목표설정('광역의원선거에서 전국 평균 2% 이상의 지지율 확보를 통한 국고보조금 수취'), 실천과정('연고 없는 서초에 전략공천을 하는 등 당선만을 위한 선거'), 결과평가('지방선거 참패의 올바른 분석과 평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바로 7.30 재보궐 선거에 뛰어들었다') 등에서 모두 잘못됐다."

윤성일 전 의원 "준 지역정당 '마포파티'의 6.4 지방선거 결과는 모두 낙선이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번 선거의 성과는 마포파티의 회원들과 지역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마포파티만의 뚜렷한 정체성과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지역민과의 소통을 무기로 2016년 선거까지 열심히 달려가겠다."

구본승 의원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더 큰 진보정치를 위한 무소속 후보로 평가받고 싶었다. 당선하려면 정당후보로 나가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 더 큰 진보의 꿈을 꾸고 싶었다."

김희서 의원 "나에게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은 짐이었다. 대중들이 진보정당에 무관심하고 불신했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도움보다는 짐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노동당은 그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이 없어 스스로 설명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 좌담회 전경 ⓒ 이겨레


"지금의 진보정당, 답이 아니다"

- 노동당은 독자적인 노선을 강화하는 듯하고, 정의당은 야권 연대의 실질적 파트너를 목표로 하는 듯하다. 하지만 무당파는 실제로 정치적 힘이 없다. 이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힘을 가질 수 있는 기존의 진보정당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진보정당 고쳐쓰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본승 "지금 상황에서는 선거를 통해 진보정당을 내세우는 것보다 더 진보적인 사람들의 실질적인 움직임이 우선되어야 한다. 진보적 개인들이 같이 지향할 수 있는 활동을 벌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본다. 기존의 '진보정당 고쳐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윤성일 "기존의 진보정당이 제대로 했다면 지지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계속 요구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필요성은 더 높아졌지만, 기존의 진보정당은 그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진보정당끼리의 싸움에만 몰두해 있다. 진보정치의 열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그 요구를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민주노동당이 진보정치를 향한 기대를 끌어안은 것과 같은 움직임이 절실하다."

나경채 "노동당은 6.4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결과를 냈다. 통합진보당도 정당이 해산되지 않은 것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정의당도 독자적인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의 상태에서 기존의 진보정당이 구조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생각이다. 각 진보정당이 얻은 표를 합산하면 지지율 10%에 육박한다. 하지만 진보정당이 분열되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국민들은 진보정당에 의리를 지키고 있지만, 기존 진보정당들이 국민들에게 의리를 지키고 있지 않다."

이기중 "정의당은 의회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득실을 계산해야 한다. 다음 총선도 준비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정의당이 진보세력을 통합해서 하나로 끌고 가기엔 역량도 부족하고 자신도 없다. 장기적인 목표를 봐야 한다. 지금 당장 기존 진보정당이 앞서서 진보세력을 하나로 통합해 나가는 것에 반대한다. 하나로 가는 길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김희서 "정의당이든 노동당이든 대중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진보정치의 근거지가 필요하다. 정의당이 자신 있게 덤볐으면 좋겠다. 사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짜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다.

실질적으로 각 진보정당들의 방향성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역량이 분산되어 있다 보니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에 하던 이야기만 계속 되풀이 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지금은 새로운 출발이나 계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산된 흐름을 실질적 활동을 통해 하나로 모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활동 속에서 대중들이 진보정치를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진보정치의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힘이 있었다. 우리는 지금의 진보가 말하는 내용을 진일보시켜 공감대를 형성하고, 분산된 진보정치의 희망을 자연스럽게 모아가야 한다."

"과거의 진보진영 통합방식으론 안 돼"

- 일부 진보세력은 다시 진보가 모여 기계적인 통합일지라도 새롭게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구본승 "각 진보정당들이 지나치게 경쟁하는 것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 '진보세력들이 힘을 합치면 뭔가 된다'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 속에 공동실천이 있을 수 있고, 통합의 방향성도 생길 수 있다. 어렵겠지만 진보세력은 통합의 짐을 같이 나눠야 한다."

이기중 "새로운 틀을 통한 진보세력의 재편을 바라지 않는다. 정의당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여러 지역구에서 가능성을 만들었고 선거 경험도 쌓였다. 이런 경험과 가능성을 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지금 정의당의 가치들이 소중하다. 그래서 진보정당은 새로운 틀을 만들기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경험과 가능성을 기반으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것들을 다 갈아엎는 방식의 구조 재편은 원하지 않는다."

김희서 "진보정치의 현실이 어렵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하자는 감각을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의 현실의 상황과 조건은 과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과거 아니라 현실에 비추어 진보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과거 진보정치 통합의 성과들은 인정하되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지하고 시대에 맞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움직여야 한다. 진보정치의 전면적인 개편이 아니라 어느 정당이든 힘이 있으면 진보정치를 이끌어 주는 모습이 필요하다.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진보정치의 힘을 분산시키지 말고 천천히 모아가야 한다. 또한 지금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윤성일 "어떤 틀을 규정짓지 말고 진보정치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6‧4지방선거 이전부터 새로운 틀을 고민해왔다. 그 결과로 기존의 진보정당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준지역정당인 '마포파티'를 만들었다. 틀을 하나로 규정짓지 않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그 지역의 정치를 어떻게 할지 민주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중앙정치의 흐름은 그 지역의 정치적 요구들을 민주적으로 모아서 결정해야 한다."

나경채 "진보정치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진보정당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평택의 김득중 후보를 담아낼 진보정당은 왜 존재하지 않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진보정치가 필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해야 한다. 현실적 경로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다만 통합문제의 경우 각 진보정당의 지도자들이 수직적으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정당을 구성하는 구조는 옳지 못하다. 이런 당은 실질적으로 진보정치의 요구들을 제대로 담아 낼 수 도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떤 민생현안를 고민할 것인가이다. 적어도 이것만은 진보세력이 같이 넘어보자, 이런 식의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진보정치 키워드는?

▲ 진보정치 키워드는? ⓒ 이겨레


- 각자가 생각하는 진보정치의 키워드를 말해 달라.
구본승 "'눈물'이다. 미래를 봤을 때 우리가 흘려야 할 눈물이 참 많다. 눈물로 씻을 것은 씻고. 기대감에 환희에 벅찬 눈물도 흘리고 싶다."

윤성일 "'10년'이다. 그동안 활동해왔던 기억이 무엇으로 남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조급해 하지 말고 지난 10년에 활동을 돌아봐야 한다. 또한 앞으로 1-2년보다는 향후 10년을 그리며 진보정당의 그릇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기중 "'대업'이다. 대업으로서 진보정치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보정치에서 당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 가능성을 바라보아야 한다."

나경채 "'삼국지'다. 진보정치가 스스로를 삼분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 때문에 세상의 잘못됨을 말할 수도 없다. 진보정치의 정확한 현실진단이 필요하다. 새로운 진보를 바로세우기 위한 개인의 성찰 그리고 집단의 논의가 필요하다."

김희서 "'그릇'이다. 진보정치의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활동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 진보정치는 어떻게 그 기반을 확보할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겨레기자는 오마이뉴스 제 20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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