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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반도 통일, 자주·평화적 방법' 원해"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인천대 중국학술원 개원식서 기조연설

등록|2014.07.19 19:52 수정|2014.07.19 19:52
"중국은 '한반도 통일이 평화적이고 자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시진핑 주석도 서울대 강연에서 한반도의 자주·통일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이나 무력에 의한 통일, 외국(=미국)이 개입하고 주도하는 북한의 정권 변화(regime change)로 이뤄지는 통일을 반대한다."

"자주적 통일은 '외세 개입 배격'이라는 소극적 의미와 '북한 주민의 자주성 확보'라는 적극적 의미까지 내포한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가 연방제(federation) 또는 준연방제(confederation)의 형태로 통일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에 대한 배려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의 탄생을 경계하는 데서 나온 생각으로 보인다"

▲ 구국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가 중국학술원 개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그는 한ㆍ중 관계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공동이익, 상호보완적 경제 등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만송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 18일 열린 국립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개원식에서 '한반도 통일: 중국의 이해관계와 역할'이란 주제로 연설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한 전 장관은 "중국은 남한 주도 하에 통일이 이뤄지는 게 불가피하며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도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뒤 "중국은 '한반도 통일이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남한이 주도할 경우 중국에 단기적으로 세 가지 이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먼저, 중국은 그동안 커다란 부담이 돼온 북한에 대한 경제적 원조와 군사적 지원의 짐을 덜어놓게 된다. 둘째,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적대관계와 대결에서 벗어남으로써 중국이 우려하는 역내 무력충돌과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한 주도의 통일을 전제로 할 때, 중국은 통일한국과의 경제관계를 확대하고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북한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이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회를 제공받는다고 본다"

한 전 장관은 중국의 장기적 관점도 분석했다.

"첫째 통일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둘째 통일된 정부 하의 남북한을 합친 경제권과 시장은 중국에 더 큰 경제적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지역적 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일된 한국은 미ㆍ중 관계의 귀추와 상관없이 외부세력(=미국)의 군사적 개입과 (미군) 주둔의 명분과 필요성을 없애주고,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기 위한 미·일·한 3자 연맹의 필요성도 제거해줄 것으로 본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미군의 북한 진입이나 탈북난민의 중국 유입 등, 통일 과정상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고 통일이 중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며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이 적극적으로 통일을 지원하게 하고, 일본의 부정적 반응을 무마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인천대 중국학술원이 학술적 연구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 만들기를 해달라면서, 정종욱 원장이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으로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 한만송


이날 개원식에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구국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정세헌 원광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국내에서 중국ㆍ북한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인 정종욱 초대 원장은 인사말에서 "인천대는 중국 관련 여러 연구 활동을 해왔고,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인천대 구성원의 열망으로 학술원이 탄생했다"며 "한국과 중국의 꿈이 만나는 곳이 인천이다. 한·중 두 나라가 인천이라는 배를 타고 밝고 힘찬 관계를 열어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냉전질서가 사라졌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는 그야말로 격랑의 시대를 맞고 있다. 아시아 패러독스(=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며 "한·중 두 나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정부뿐 아니라 여러 채널에서 광범위한 교류와 협력이 중요한데, 학술원 개원은 시기적절하다"고 격려했다.

이어, "학술적 연구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 만들기를 해달라"며 "정종욱 원장이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해달라"고 덧붙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종욱 원장은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고, 류길재 장관은 박 대통령과 함께 평화통일 구축에 함께하고 있다. 두 분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중국 관계에서 인천시가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국홍 주한중국대사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 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환대에 감사하다"며 "두 나라의 정치적 공동이익과 상호보완적 경제, 미래를 바라볼 때 한·중 관계가 아름다운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은 한국의 관문 도시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로, 한국 최대 화교 주거지가 있다"며 "인천의 명문 대학인 인천대에서 정 원장과 같은 중국 베테랑이 학술원을 이끌어 기쁘다"고 축사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140여년의 역사를 가진 화교공동체인 차이나타운이 건재하지만 인천에 중국과 관련한 제대로 된 학술연구기관이 부재했다"며 "학술원은 인천대학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천과 시민을 위한 연구기관이 되는 것이 인천대의 소임"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중국학술원이 성장하기 위해선 인천시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의 협조도 절실하다"며 "인천 청년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학술원이 되라"고 주문했다.

한편, 인천대는 이날 국내 중국연구소 소장 등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정종욱 원장이 좌장으로 진행한 좌담회엔 김영진(국민대)ㆍ문흥호(한양대)·오승렬(한국외대)·이희옥(성균관대)·장경섭(서울대) 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의 중국연구소, 그 역할과 방향'이란 주제로 그동안 각 대학이 중국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교훈 등을 나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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