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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계곡 파괴하는 사방사업 전면 재검토해야"

생명그물 등 부산지역 환경단체, 해운대 장산계곡 등 사례 들어 지적

등록|2014.07.20 18:10 수정|2014.07.20 18:12

▲ 생명그물 등 환경단체들은 계곡의 사방공사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계곡의 사방공사 현장 모습. ⓒ 생명그물


자치단체와 산림청, 산림조합이 홍수 피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사방(댐)사업을 벌이는 속에, 환경단체들은 숲·계곡을 '죽음의 4대강사업'으로 파괴시킨다며 공사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20일 생태사회부산포럼, 부산녹색당, 부산생명의숲, 부산그린트러스트, 생명그물, 해운대포럼, 희망세상은 부산 해운대구 반송·우동 등 장산계곡의 사방사업을 사례로 들어 이같이 지적했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청, 산림조합은 지난 봄부터 장산계곡 곳곳에서 사방댐사업을 벌이고 있다. 생명그물 등 단체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해운대구청은 15곳에서 사방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숲의 녹지자연도는 8등급 이상의 짙은 수림이 보여주듯, 어떠한 개발사업도 불가능한 곳"이라며 "그러나 해운대 장산계곡 등에서는 사방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마구잡이식 대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했다. 이들 단체는 "해운대구청의 경우 올해 15곳에 사방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정보공개자료에는 1곳만 하고 있다고 자료를 제출했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정보공개법 위반"이라 주장했다.

또 이들은 "해운대 반송지역 아파트 사방사업은 계곡부와 복개하천 접합지점이 토사가 막혀 집중호우시 원활하게 배수되지 못해 도로나 주차장으로 넘쳐 피해를 당하고 있는 현상"이라며 "이에 대한 긴급한 개선방안이 필요함에도 오히려 하류 홍수위험을 더 높이는 상류 계곡부 사방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재해발생의 가능성을 높이는, 너무나 위험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해운대구청장과 산림조합은 시대역행의 무지하고 무책임한 집단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울창한 산림을 보호하기는커녕 장산의 우수한 숲과 계곡을 파괴한 책임을 지고 즉각 공사를 중단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마다 예산 계속 늘어

▲ 생명그물 등 환경단체들은 계곡의 사방공사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계곡의 사방공사 현장 모습. ⓒ 생명그물


생명그물 등 단체들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사방사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전국 사방사업 예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 단체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2010년 1888억에서 2014년 3542억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문제점 하나] 사방사업 선정 기준 모호

이들 단체는 "대부분 사방 사업 선정 시 '기후변화에 의한 집중호우로 계곡이 침식되어 토사가 하류로 흘러들어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며 "이는 자연 숲·계곡 사방사업은 선정의 애매모호함 만이 아니라, 전 국토의 모든 계곡을 토목공사 난장판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무소불위의 이유가 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사방사업이 매년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공사 지역 선정과 사업 시행에 있어 전근대적인 공사추진 방법으로 '조경․토목 마피아적' 성격이 농후하다"며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대한 타당성 점검과 평가가 너무나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점 둘] 숲·계곡 파괴는 '제2의 4대강사업'

이들은 "사방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계곡부는 대부분 녹지자연도가 8등급 이상의 숲으로 조성되어 있는 곳이고, 사방 사업은 대부분 100m 전후의 계곡을 콘크리트로 바르고, 단절된 낙차공으로 상·하류 생태연결을 파괴하고 있다"며 "사방댐 초기의 바닥은 뻘층으로 덮여 수생태계가 파괴되다가 3~4년이 지나면 토사가 쌓여 물길은 사라져버려, 홍수위험을 더 높일 뿐만 아니라, 천연 자연 계곡의 생태계를 종적․횡적으로 단절시킨다"고 우려했다.

몇 년 뒤 퇴적으로 원래 목적을 상실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들은 "사방댐 사업은 2~3년만 경과에서 토사가 차여 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명무실하다"며 "일본의 경우 이러한 이유로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사방댐 상류에 또 다른 사방댐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그물 등 단체들은 "숲․계곡을 보전해야할 산림청이 오히려 숲․계곡 생태계파괴, 불필요한 예산낭비 사업, 조경마피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에 산림청을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귀속시키고, 사방 관련 사업은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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