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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같은 텐트, 어른들 욕망... 아이들은 숲이 최고

백운산자연휴양림 오토캠핑, 어두운 숲길 탐험 나선 아이들

등록|2014.07.23 15:58 수정|2014.07.23 15:59

야간탐험이 녀석들이 어디서 찾았는지 손전등을 들고 나타납니다. 야간탐험 나서야 한답니다. 저는 어두운 밤, 산속으로 사라지는 아이들을 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뒤를 밟았습니다. ⓒ 황주찬


오토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바닥에 습기 방지용 천(그라운드시트)을 깔고 텐트를 칩니다. 텐트 완성까지 20분 걸렸습니다. 옆자리 젊은 부부는 저희 가족이 오토캠핑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텐트 치고 있었는데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추측컨대 1시간 넘도록 텐트 치고 있는 듯합니다.

세 아들과 하룻밤 보낸 텐트는 가볍고 아담합니다. 여섯 살 막내가 들고 다닐 정도입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인터넷에서 4만 원 주고 샀습니다. 반면, 젊은 부부가 치고 있는 텐트는 크기가 장난 아닙니다. 텐트 무게도 20kg은 족히 넘을 듯합니다. 크기도 어마어마합니다.

휴양림 데크를 뒤덮고 남습니다. 저희 집 텐트와 비교하니, 조금 과장해서 '대궐집'과 '초가집' 수준입니다. 캠핑장에서 빈부격차 확실히 느껴지네요.

지난 11일 오후, 전남 광양 백운산 아래 있는 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백운산자연휴양림'에서 가족과 함께 하룻밤 보낼 생각입니다.

말로만 듣던 '오토캠핑'을 시작합니다. 지인 가족과 함께 왔는데 텐트 치기가 민망하네요. 나무데크 위에 텐트를 쳤는데 데크가 절반 이상이 남습니다. 반면, 다른 집 텐트는 데크를 뒤덮고도 공간이 부족합니다. 아담한 텐트 치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입니다.

민폐휴양림내에서는 숯불, 대형화로를 사용하면 안됩니다. ⓒ 황주찬


백운산자연휴양림백운산자연휴양림 들머리입니다. 곧장 올라가면 오토캠핑장이 나옵니다. ⓒ 황주찬


텐트이 텐트 완성까지 20분 걸렸습니다. ⓒ 황주찬


삼겹살 냄새와 소음, 주변 조금만 배려했으면...

집에서 가져온 냄비를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음식을 만듭니다. 물론, 요리는 제 몫입니다. 캠핑 왔으니 어쩔 도리 없습니다. 오토캠핑장에 텐트를 칠 때부터 계속 옆집 물건을 들여다봅니다. 옆집은 값비싼 캠핑용품을 꺼내 음식을 만듭니다. 코펠도 멋들어지고 삼겹살 구워먹는 장비도 좋네요.

반면, 저희 가족은 집에서 미리 조리한 음식을 가스레인지에 데운 뒤 재빨리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저녁식사 간단히(?) 마친 가족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헌데, 옆집은 여전히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옆집에서는 저녁 먹고 나서도 계속 불을 피우더군요.

옆집은 타오르는 불 위에 삼겹살을 올려놓고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왁자지껄 요란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인 가족과 조용히 이야기 할 분위기는 아니네요. 하지만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으니 텐트 접어 집으로 갈 수 도 없는 노릇입니다.

냄새와 소음을 참으며 지인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들이 엄마 곁을 떠납니다. 세 아들과 친구들은 휴양림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며 자신들의 능력을 맘껏 시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집 아이들은 아빠, 엄마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다섯 꼬맹이들은 고개 넘어 놀이터까지 탐험을 다녀왔습니다.

냄비집에서 가져온 냄비를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음식을 만듭니다. 물론, 요리는 제 몫입니다. 캠핑 왔으니 어쩔 도리 없습니다. ⓒ 황주찬


대화그리 짧지 않은 숲길 탐험을 마친 아이들이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어두운 숲길 탐험 잘 마쳤다며 엄마에게 자랑을 합니다. 엄마들은 그런 아이들 모습을 보며 칭찬을 퍼붓습니다. ⓒ 황주찬


아침세 아들은 작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둘째에게 잘 잤는지 물었더니 개운한 밤을 보냈답니다. ⓒ 황주찬


어두운 숲길 탐험 나선 아이들, 예쁜 추억을 만들었겠지요?

이윽고 밤이 찾아옵니다. 세 아들과 친구들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잠시 뒤, 이 녀석들이 어디서 찾았는지 손전등을 들고 나타납니다. 야간탐험 나서야 한답니다. 저는 어두운 밤, 산속으로 사라지는 아이들을 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뒤를 밟았습니다.

아이들은 휴양림에서 건네 준 지도를 가지고 어두운 산길을 헤집고 다닙니다. 황톳길을 걷다 갈림길이 나오면 다섯 명이 쪼그리고 앉아 열띤 토론을 합니다. 이윽고 나아갈 길이 결정되면 큰애가 앞장서고 뒤따라 아이들이 길을 걷습니다. 아이들이 숲속 길을 걷는데 달은 밝고 산새소리 아름답습니다.

다섯 아이들은 무서울 법도 한데 용기 있게 잘 걷더군요. 아이들 뒤를 쫓는 저도 조용한 숲길이 편안합니다. 그리 짧지 않은 숲길 탐험을 마친 아이들이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어두운 숲길 탐험 잘 마쳤다며 엄마에게 자랑을 합니다. 엄마들은 그런 아이들 모습을 보며 칭찬을 퍼붓습니다.

뒤를 밟은 저도 조용히 다가와 아이들을 칭찬했습니다. 그렇게 숲 탐험을 마치고 세 아들은 작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홀로 일어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이들이 깨어있습니다. 둘째에게 잘 잤는지 물었더니 개운한 밤을 보냈답니다.

산책이른 아침에 홀로 일어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이들이 깨어있습니다. ⓒ 황주찬


참나리숲길 달리는 일은 학교 운동장을 뛸 때와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숲에는 다양한 놀이와 재미가 가득합니다. ⓒ 황주찬


아이들과 숲속에서 즐겁게 놀 계획을 야무지게 세우면 대궐 같은 텐트는 아닐지라도 아이들은 즐거워 할 겁니다. ⓒ 황주찬


아이들은 그깟 텐트, 얼마나 큰지 관심 두지 않습니다

텐트가 비좁아 잠을 설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의외의 대답입니다. 값싼 텐트 구입해서 '오토캠핑'이란 걸 해봤습니다. 저는 남의 집 장비 보며 빈부격차 심하게 느꼈는데 아이들은 비싼 텐트가 부럽지 않나 봅니다. 곱씹어 생각하니, 이 모든 고민이 어른들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숲에서 뛰놀면 그만입니다. 대궐 같은 텐트는 필요없습니다. 다만, 아빠와 신나게 숲 탐험도 하고 물장구도 치고 싶은 게지요. 또, 벌레도 만져보고 어두운 밤 숲길 걸으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어른들의 욕망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오토캠핑 족이 300만 명을 넘어 섰습니다. 비싸고 큰 텐트와 고가의 캠핑장비 구입하느라 허리 휘는 분들 조금 생각을 고쳐 보세요. 주변을 잘 둘러보면 싼 가격의 텐트도 많습니다. 아이들과 숲속에서 즐겁게 놀 계획을 야무지게 세우면 대궐 같은 텐트는 아닐지라도 아이들은 즐거워 할 겁니다.

숲에서는 아이들이 대장입니다. 아이들은 숲에 들어오면 자신들이 알아서 놀 거리를 찾습니다. 길에 떨어진 솔방울도 장난감이 됩니다. 징그러워 보이는 거미도 재밌는 구경거리죠. 숲길 달리는 일은 학교 운동장을 뛸 때와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숲에는 다양한 놀이와 재미가 가득합니다.

빈부격차저희 집 텐트와 옆집 텐트를 비교하니, 조금 과장해서 ‘대궐집’과 ‘초가집’ 수준입니다. 캠핑장에서 빈부격차 확실히 느껴지네요. ⓒ 황주찬


여름휴가숲에서는 아이들이 대장입니다. 아이들은 숲에 들어오면 자신들이 알아서 놀 거리를 찾습니다. 길에 떨어진 솔방울도 장난감이 됩니다. ⓒ 황주찬


아이들은 그깟 텐트가 얼마나 큰지 관심 두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숲에서 놀기를 바랍니다. 여름휴가가 절정입니다. 무더운 여름, 비싸고 무거운 텐트 치느라 땀 빼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토캠핑 즐기세요. 오토캠핑 해봤더니 집에서 가져온 물건이면 충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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