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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절친들의 아름다운 반란, 행사로 꽃피운다

야단법석 청소년페스티벌 청소년기획단 리더를 만나다

등록|2014.07.24 17:11 수정|2014.07.24 17:11
안성에 가면 안성만의 명물 '야단법석 청소년페스티벌(아래 야단법석)'이 있다. 이 페스티벌이 명물인 것은 천 명 규모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의 축제'를 5회째 이어오기 때문이다. 올해도 야단법석을 주도해가는 청소년 리더 2명(전 회장 오병주군 안성고3, 현 회장 한호준군 가온고 3)을 지난 23일, 안성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3 절친왼쪽이 오병주군, 오른쪽이 한호준군이다. 이들은 고3이지만, 자신들의 길을 위해 행사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그것이 곧 자신들의 꿈과 연결되어 있기에 그렇다고 했다. 고3 절친의 아름다운 반란이 아닐까. ⓒ 송상호


'야단법석' 때문에 우정 깊어져

앞으로 행사(9월13일)를 52일 앞둔 이 두 청소년은 마음이 바쁘다. 5회째 청소년이 주도하는 행사여서 앞서 간 선배들의 노력에 누가 되지 않으려는 맘이 앞선다.

이 둘은 소위 '절친'이다. 비룡중학교를 같이 다녔지만, 고등학교가 나뉘면서 사이가 멀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꿈이 같았기에 끈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안성에서 '알파'라는 댄스 팀을 결성해 함께 했다. 안성 학생들 사이에선 '알파'는 꽤나 실력있는 팀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들이 3년 전, 야단법석에 무대 참가 팀으로 참여하는 게 계기가 되었다. 병주군은 지난해에 청소년기획단 회장을, 호준군은 올해 청소년 기획단 회장을 맡았다. "야단법석 때문에 더 '절친'이 되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전직 회장 오병주군이 회장 할 때, 호준군이 옆에서 힘이 되어 주었고, 현직 회장 호준군이 회장할 때, 옆에서 병주군이 힘이 되어주고 있다. "우린 서로에게 힘이 되요"라며 서로 입을 모으는 그들의 우정이 멋있어 보인다.

열악한 청소년환경 뚫고 전진하는 청소년들

"청소년이 주도하는 행사다보니 어려운 점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단원들이 따라주지 않는 거"라 했다. 올해는 청소년기획단 13명(안성고, 두원고, 가온고, 안성여고)이 꾸려져서 올해 초부터 계속 기획단 회의를 해오던 터다.

병주군은 "기획단 친구 중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못하게 하기도 한다. 야간자율학습에 학원까지.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안타까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실정을 말했다. 청소년기획단원의 마음이 있어도 환경이 뒤받침 못해주는 현실이라는 거다.

호준군은 "학생들이 평소 자기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해본 경험도 없고, 그럴 만한 환경도 되지 않기에 정작 이런 과업이 주어졌을 때, 주도적으로 하기가 어려운 듯싶다"며 기획단 청소년들의 고충을 털어놨다.

병주군은 "그런 어려움에 불구하고 학생들이 잘 따라만 준다면 청소년 주도방식 행사가 좋다. 지난해에 내가 이끈 청소년 팀이 천 명 규모의 행사를 치러내니 가슴이 벅차더라"며, 그날의 감흥에 잠시 젖는 듯했다.

호준군은 "우리 둘은 모두 야단법석을 하면서 생전 처음 리더가 되어 보았고, 힘들고 어렵지만 좋은 경험이다"며 웃었다. "친구가 들려준 '작년행사 후 뿌듯함'을 나도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행사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세월호 사고, 남일 아니라 행사에 접목해"

청소년들이 기획한 행사가 올해도 진화하고 있다. 지난 행사들과 달리 이번엔 '세월호 기념 힐링 걷기 대회'를 한단다. 세월호사고가 우리 국민 모두를 아프게 한 사건인 만큼, 가까운 주변사람들과 힐링을 위해 안성천 변을 걷는다는 거다.

이 걷기 대회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참석할 수 있다. 단, 두 명의 커플(부모자녀지간, 친구지간, 사제지간, 부부지간, 애인지간 등)만이 참여가 가능하다. 걷는 코스마다 커플이 힐링의 미션을 수행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진다는 거다. 행사 전에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묵념'의 시간도 가진다. 이 아이디어가 전적으로 청소년들의 아이디어라니. 대단하다.

야단법석 포스터한호준군과 오병주군이 속한 청소년기획단에서 제작한 올해 행사 포스터다. 올 9월 13일, 안성 내혜홀 광장에서 또 한 번 청소년들이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 송상호


힐링 걷기 후, 체험부스 활동으로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프로그램을 위해 청소년 기획단도 진로지도 프로그램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고 나면 행사 당일 마지막 순서로 오디션을 통과한 팀들이 무대 위에서 경연을 벌인다.

아하! 그렇다. 이들의 축제는 단순히 청소년 무대행사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만든 청소년들만의 마당인 듯 보였다. 그들이 기획한 행사의 기둥은 3개였다. 힐링 걷기로 힐링 받은 후, 진로지도 프로그램으로 진로를 꿈꾸고, 마지막으로 무대 위에서 청소년 축제의 장이 되는 콘셉트다.

청소년이 주관하는 행사, 불안함이 매력 포인트

병주군은 "우리는 청소년이기에 완성도 높은 행사보다는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행사진행에 초점을 맞춘다. 아무래도 우리는 부족하다"고 행사에 임하는 각오를 말했고, 

호준군은 "청소년이 주관하는 행사이기에 승패가 보장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불안함이 우리 청소년이 가질 특권이자 매력이다. 우리는 아직 청소년이니까"라며 이 행사의 매력을 일러주었다.

호준군은 "이 행사를 치루면서 내 자신감이 상승해서, 나의 꿈인 '가수'를 향해 질주할 수 있을 거 같다"며 웃었고, 병주군은 "난 시종일관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 이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거기에 있었다. 이번 야단법석이 또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단법석 청소년 페스티벌

일시 : 2014년 9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9시
장소 : 내혜홀광장, 안성천변
주관 : 야단법석 청소년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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