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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만 넣는 줄 알았는데, 이런 일도 해야 하나요?

[공모- 더러운 이야기] 화장실 청소에 음식물 쓰레기도... 주유원의 세계

등록|2014.07.25 08:50 수정|2014.07.28 11:40
버스타고 가다보면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주유소. 저는 그곳에서 일을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목재소 다니면서 단골로 가는 주유소가 있었는데 그 주유소 직원들은 깔끔한 모습으로 점잖게 주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오는 차량 주유만 해주는 일은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재사 다니다 적응이 되지 않아 정보신문을 다시 살펴보면서 다른 직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중 '00주유소 긴급배달직원 모집' 이라는 내용이 눈에 보였습니다. 전화를 하고 찾아가니 여성분이 면접을 보았습니다.

주유기주유소에선 주유만 하는게 아니었습니다. ⓒ 변창기


"우리 주유소는 배달뿐 아니라 주유도 하고, 세차도 해야 해요."

저는 일자리를 얻어야 했으므로 좀 힘들 것 같았지만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업자는 서류만 받고는 며칠후 연락하겠다고 하고 돌려 보냈습니다. 그 주유소는 다른 주유소와 달리 일하는 사람들이 나이든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침 6시 50분까지 출근해야 하고 저녁 7시까지 일해야 합니다. 첫 달은 200에 두 번 쉬어야 하고 다음달부턴 220에 네 번 쉽니다."

목재사 보다 1시간 늦게 퇴근하지만 임금이 많으니 참아 보겠다고 다짐하며 출근날을 기다렸습니다. 3일이 지난 후 출근하라는 전화를 했습니다. 출근하니 먼저 온 분에게 작업 지시를 받으라 했습니다. 그 주유소는 가정집과 붙어 있었고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주유소 였습니다. 출근날 업자는 말했습니다.

"오기는 기사로 왔지만 기사 일 외에도 여러가지 일을 다 해야 하니 그리 알고 열심히 해요."

저는 처음에 가정집에 보일러유 배달 하나 싶었습니다. 울산 동구엔 대기업이 있는데 그 주유소는 대기업에 경유를 배달하고 있었습니다. 그 주유소는 휘발유와 등유만 취급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온 선배 기사가 저를 안내하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 주었습니다.

"먼저 아침에 오면 쓰레기 통부터 비우고 분리수거도 해야 합니다. 화장실 청소, 세차실 청소도 해야 합니다. 퇴근 전엔 세차장에서 쓴 수건과 우리가 끼고 일하는 면장갑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합니다."

주유소에서 별 걸 다한다 싶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저혼자 그 모든 일처리를 했습니다. 선배들은 출근과 퇴근에 야간조와 업무교대를 위한 판매금액을 맞추는 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화장실부터 갔습니다. 주유소 화장실은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은 늘 지저분 했습니다. 그걸 주유소 막내 종업원인 제가 다 처리해야 합니다. 그걸 처리하는데 속이 울렁거려 혼났습니다.

"변기사, 이것 좀 쓰레기장에 갔다 놔요."

화장실 청소 끝내고 쓰레기통 치우려는데 주유소 안주인이 불렀습니다. 무거운 쓰레기 봉투안엔 아기 기저귀로 가득했습니다. 오래된 직원에게 알아보니 주유소 주인 딸이 아이 낳고 몸조리 하러 와 있다고 했습니다. 별걸 다 시킨다 싶었습니다. 어느날엔 음식물 쓰레기를 비닐에 부어 담으라 했습니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뚜껑을 여니 곰팡이가 서려 있었고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헛구역질이 절로 나왔습니다. '돈벌려고 이런 일까지 해야하나' 싶었습니다.

가끔 세차장도 청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업자가 직접 저를 데려가서 어떻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바닥은 세차 후 나온 미세먼지와 찌꺼기 등으로 미끄러웠습니다. 시커먼 모래흙을 파내어 마대자루에 담아 버려야 했습니다.

기사 모집 한다고 해서 가보았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청소와 세차, 주유 일만 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주유원이란 직업의 세계를 맛보고 있습니다. 다른 주유소도 비슷할까요? 더럽고 지저분하게 여겨지는 그 일을 매일 반복해야만 합니다. 그 일을 하면서도 손님이 오면 주유하러 뛰어가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더러운 이야기 응모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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