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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피우는 10대, 무조건 니 탓이다?

[서평]엄숙한 꼰대 열받은 10대 꼬일대로 꼬인 역설의 시대 <18세상>

등록|2014.07.29 14:40 수정|2014.07.29 14:42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다.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수많은 의심과 문제들이 풀리지 않고 남아있다. 4월의 대한민국은 16일의 세월호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간 수많은 조문객이 안산에 다녀가고, 각 지역의 합동분향소에 다녀갔다.

그러나 아직도 10명의 실종자가 바다 속에 있다. 4월 16일, 파릇파릇하고 마음 가득 꿈을 가진 아이들을 우리들 곁에서 떠나보내고 나니 길을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울컥거리는 마음을 다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감정은 비난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뤄왔던 것이 너무 많아 더 안타까웠던 아이들의 죽음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고 공감하며 내 아이의 일만큼 울었다. 내 아이도, 언제라도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대한민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인지한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나에게 아이들의 죽음이 가장 안타까웠던 건 좀 다른 이유였다.

10여 년이 넘는 그들의 인생 속에서 아이들은 '학업'이라는 기성세대의 일방적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애쓰느라 아직 그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즐기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학교'라는 갇힌 공간에서 친구들과 자신의 꿈을 그리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던 아이에게 당장의 즐거움은 잠시 미뤄두어야 할, 미뤄두어도 되는 것들이었다. 더 빛을 발하고 더 많은 것을 즐기며 느껴야 했을 애들이 그렇게 터무니없이 떠났다는 사실이 더욱 나를 가슴 아프게 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2014년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해할 수 없고 볼 수 없는 아이들의 문화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마냥 너무 늦은 깨달음일 수도 있겠지만, 허무하게 아이들을 보내고 속수무책으로 잃고 나니 더욱 우리 아이들, 학생들이 궁금해졌다. 이들을 이해하고 한순간, 한순간을 아끼며 10대들과 살아가기 위해서, 아이들을 덧없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 내가 그들과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가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궁금해지면서 집은 책이 <18세상>이었다. 적나라한 책 제목에 비해 책 내용은 아주 '근본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 2014년을 살아가는 청소년의 모습 중 여중생들의 진한 화장, 왜곡된 성(姓) 관점으로 인한 10대 미혼모와 미혼부들,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렀던 패딩 점퍼 열풍까지. 이 책에서는 그런 현실을 풍자하고 비꼬는 것이 아닌 도대체 이들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왜 하필 알몸 졸업식인가? 왜 하필 노스페이스인가?

기성세대 입장에서 편견으로 이리저리 판단해 왔던 기존의 시각과는 달리 저자는 '왜' 이러는지 궁금해하며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더 깊숙하게 가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항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고 그 '한 학생의 문제'라고 하며 문제를 풀어오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는다.

아이들의 일탈적 행동을 '미숙함'으로 치부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지켜줄 의무를 가진 어른들이 규제하고 억압하기만 할 뿐 그 아이의 일탈적 행동을 '왜' 했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10대들이 잠재화된 정체성이나 창조성을 우울증이다 ADHD라는 언어로써 축소하고 변환시켜버린다. 공부로 인해 로봇이 된 기분이 든다면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니까 마땅히 책을 찢어버리고 책상을 밟고 일어나 시를 노래하라고 권유할 만도 한데, 수다를 떨든 운동을 하든 로봇이 되어 견디라고 '재-요구'를 하는 것이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지만 그래도 네가 이해하고 알아서 견뎌야 해, 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미성숙해야만 한다. 질풍노도 속에 있어야 하고 주변인으로 머물러야 한다. 물론 허용된 성숙의 길이 한가지 있긴 하다. 그것은 그저 복종하는 인간으로서의 길이다.

(본문 215페이지)

▲ <18세상> 책표지. ⓒ 북인더갭

아이도 아닌 것이 어른도 아닌 것이 미성숙하다고 하지만 그들만의 회로와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 10대. 청소년.

책에서는 기성세대들이 바라보기에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방식이라고 했다. 또한 이야기한다.

그들의 생태를 함부로 우리들의 판단과 시각으로 정의내리지 않아야 한다고. 규제받기만 하는 10대에서 벗어나고 싶기에 여학생들은 진한 화장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꿀리지 않아야 하기'에 전자담배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갖는다.

유흥비로 쓰기 위해서만 아르바이트하는 게 아니라 진짜 어려워서, 정말 생활비에 도움을 주려고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1/3을 차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일탈'하는 학생으로 바라볼 것이냐고 반문한다.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방식을 우리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소비나 오락비에 비하자면 부차적이긴 하지만, 현재 또는 미래의 생활비를 위해 알바전선에 뛰어드는 친구들도 상당하다. '부모님께 드림'과 '생활비로 사용' 그리고 '저축'과 '학원비'까지 합하면, 진학 청소년의 30.4%와 비진학 청소년의 36.3%, 그러니까 알바를 하는 3분의 1정도가 꼰대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건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요컨대 과시적 소비나 '유흥비' 따위의 말들로는 그들의 절실한 본심을 절대 알아낼 수 없다.

(본문 41페이지) 

따라서 이 모든 상황을 피하거나 그에 맞서기 위해 그녀는 '무장'을 해야만 한다. 학교로부터 벗어나 학생이 아닐 수 있는 길, 집으로부터 벗어나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교복 치마길이가 짧아지고 화장이 짙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사회적으로 미성년이지만, 화장을 해서 20대의 가면을 쓴다면 문화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충분히 성인이 될 수 있다. ...(중략) 그녀들은 유행의 무비판적 추종자라기보다는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 까닭에, 더 나은 삶을 위한 문화적 무장이 계속 되는게 아닐까.

(본문 129페이지) 

지금 모든 학생들의 모습은 이 열악한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방식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화장하고 아르바이트한다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왜' 아이들이 화장을 하게 되었고, '왜'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책에선 말한다.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팍팍하고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는 모습이라는 걸 세월호 참사로 모두가 알게 되지 않았는가. 아이들에 대한 존중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얼마나 편견에 휩싸이며 살았었는지 깨달았다. 곁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얼마나 열심히 살아오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던 책.

자꾸만 아이들의 탓을 해왔던 우리의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하고, 대한민국의 10대로 살아주고 있는 아이들에게 고마워하고 그들을 존중할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꿈이 많고 정말 하고 싶은게 많은 10대이고, 난 그들에게 멋진 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어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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