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노력할게요" '고사리손 편지' 층간소음 해결할까

광주 광산구 초등학생 400명, 아랫집에 '손 편지 고백'

등록|2014.07.25 16:25 수정|2014.07.25 16:25

▲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광주 광산구 하남초등학교, 산정초등학교 3, 4학년 학생 400여 명이 쓴 손 편지가 22일 손 편지를 쓴 학생의 아랫집에 우편 전송됐다. 사진은 하남초등학교 황 아무개양이 자신의 아랫집에 사는 이웃 어른에게 쓴 손 편지. ⓒ 광산구청


"안녕하세요? 저는 윗집 1204호에 사는 황○○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오늘 학교에서 4교시에 층간소음에 대해서 배웠거든요…."

고사리손으로 '삐뚤빼뚤' 눌러 쓴 손편지가 층간소음 갈등을 녹일 수 있을까.

광주의 초등학생들이 층간소음 중재자로 나섰다. 하남초등학교, 산정초등학교 3, 4학년 학생 400여 명이 아랫집에 사는 이웃 어른에게 손 편지를 쓴 것. 학생들은 편지봉투 '받는사람' 란에 '아래층 고마우신 분'이라고 적고, 층간소음과 관련해 자신들의 생각을 편지에 써 내려갔다.

"사실은 제가 그동안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다 정말 많이 뛰고 시끄럽게 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지금부터는 바로 고칠 순 없겠지만 안 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아저씨, 아줌마 그동안 제가 시끄럽게 했는데도 참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편지쓰기는 이달 초 하남동 학생사랑지역협의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제안을 받은 광주 광산구 하남동주민센터는 두 초등학교와 협의해 학생들의 '손 편지 고백'을 이끌었다.

하남동주민센터는 작성된 400여 통의 편지를 22일 우편 발송했다. 편지는 학생들이 '보내는 사람' 란에 적은 자신의 주소 아래층에 전달된다.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문미원(56·여)씨는 "자식이 있는 부모이기 때문에 층간소음을 이해하긴 하지만 위층 소음에 민감할 때가 가끔 있다"며 "아이들이 이렇게 편지를 썼다는 게 흐뭇하다. 빨리 받아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노창화 하남동장은 "아이들이 아파트를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공간으로 인식했으면 한다"며 "어른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며 층간소음 문제를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