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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31도일 때가 33도 보다 더 덥다고?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25] 여름철 체감 더위 주범은 '습도'

등록|2014.07.28 14:45 수정|2014.07.28 18:59

▲ 기온이 섭씨 31도이지만 습도가 높은 날이, 기온이 33도이면서 습도가 낮은 날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 http://pixabay.com


"오늘은 기온이31도라는데, 33도였던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아."

여름철이면 날씨 변화에 예민한 사람들로부터 가끔 이런 불평을 들을 수 있다.

기온이 높을수록 더 더운 건 상식이다. 하지만 체감 더위가 기온과 항상 비례하는 건 아니다. 온도가 낮은데도 반대로 더 덥게 느껴지는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이지만, 목욕탕 욕조 속의 물과 건식 사우나의 온도를 비교하면 체감 온도가 실제 온도와 따로 놀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우나 실의 온도는 보통 섭씨 80~90도 정도이다. 반면 욕조 물의 수온은 사우나의 절반 남짓인 섭씨 45도 안팎으로 관리된다.

헌데 욕조 물의 온도를 섭씨 50~55도 정도로 조금만 올려도, 오랫동안 욕조에서 견딜 사람은 많지 않다. '앗, 뜨거워'하면서 얼마 견디지 못하고 욕조 밖으로 뛰쳐나올 확률이 높다. 반면 80~90도쯤 하는 건식 사우나에서는 높은 온도에도 불구하고 화상을 입는 사람은 없다.

욕탕의 물은 공기가 없거나 극단적으로 적은 상태이다. 반면 공기 중에는 아주 소량의 수분이 보통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물방울 형태로 분산돼 있다. 요컨대, 목욕탕의 물은 수분이 거의 100%이고, 공기는 0%에 가깝다. 반면 극단적으로 건조한 대기라면, 수분이 거의 0%이고, 다른 공기 성분들이 100%에 육박할 것이다.

같은 온도에 같은 부피라면, 예를 들어, 섭씨 50도의 대기와 물을 비교해보면 물에 훨씬 더 많은 열이 들어 있음은 자명하다. 또 똑같은 1000cc 부피에 섭씨 30도인 공기라도 수분 함량이 다르면 전체 열량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똑같은 부피에 같은 온도라도, 수증기 알갱이가 1000개인 공기가 수증기 알갱이 100개인 공기보다 실제로 품고 있는 열이 더 많다.

대기 속의 물방울들 또한, 많고 적음이 기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섭씨 31도이지만 습도가 높은 날이, 기온이 33도이면서 습도가 낮은 날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습도를 감안한 '체감 더위'는 수치로 표현되기도 한다.  미국 등지에서 통용되는 열 지수(Heat Index)가 한 예다.  기온 31도에 상대 습도가 80%인 날 체감 열 지수는 무려 41도에 달한다. 반면 기온 33도에 상대 습도 40%인 날의 체감 더위는 34도 정도이다. 섭씨 31도인 날이 섭씨 33도인 날보다 무려 7도 가량 더 덥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서울에서 첫 열대야가 나타난 지난 8~9일의 더위는 습도와 기온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일 이른 아침 기온은 27도, 상대습도는 85%까지 치솟았다. 이를 열 지수로 환산하면 30도 더위에 해당한다. 아침부터 "푹푹 찐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온도이다.

습도와 온도의 상관관계는, 습도(습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여름을 곧 그만큼 쾌적하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이 여름철 실내에서 습도를 낮추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에어컨을 켜거나, 선풍기를 돌리는 정도이다.

에어컨과 선풍기는 작동 원리가 다르지만, 체감온도는 말할 것도 없고 습도를 낮춰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체감 온도와 습도 강하 효과는 선풍기보다는 에어컨이 훨씬 크다.

선풍기와 에어컨의 가장 큰 차이는 선풍기는 에어컨과 달리 그 자체로 냉기를 뿜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풍기 바람이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원리는 겨울철 바람이 불면 더 춥게 느껴지는 것과 똑같다. 바람이 빠른 속도로 피부 열을 앗아가는 것이다. 물론 바람은 동시에 습도도 낮출 수 있다. 여름철 빨래에 선풍기 바람을 쐬어주면 빨래가 잘 마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선풍기는 대기의 온도, 즉 기온 자체가 높으면 열을 빼앗아가는 효율이 뚝 떨어진다. 예를 들면 방안의 온도가 체온에 육박하는 섭씨 33~34도쯤 되면 선풍기를 세게 틀어도 그다지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마련이다.

기온에 미치는 습도의 영향을 알면, 여름 휴가 때 피서지를 선택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휴가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더위 자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온도는 물론 습도 또한 낮은 지역을 고르는 게 좋다는 얘기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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