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끊어낸 '신퀴', 이제 진짜 시작
[드라마리뷰] '신의 퀴즈4' 종영...사건 수사 기록 속에 담긴 한 개인의 성장사
▲ 3일 방송된 OCN <신의 퀴즈4>의 한 장면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사건들을 통해서 네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들은 신의 퀴즈와 같아. 오만한 인간들이 교만해지지 않도록 신이 내린 퀴즈지. 하지만 이 퀴즈들은 스무고개처럼 힌트가 존재하지 않아. 영원히, 끊임없이 풀어나가야 할 신의 과제물이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OCN <신의 퀴즈1> 1화에 등장했던 이 대사는 <신의 퀴즈4> 마지막 회까지도 유효한 것이 됐다. 그간 줄기차게 증오, 탐욕, 혹은 사랑이 빚어냈던 사건들을 마주해 온 한진우 박사(류덕환 분)는 다시 한 번 그 '신의 퀴즈'를 푸는 길 위에 던져졌다. 3일 방송된 <신의 퀴즈4> 마지막 회에서 서한케미컬 회장 서상우(최철호 분)에 맞서 싸웠던 한진우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끝에 도망자가 되었다.
그래서 <신의 퀴즈> 시리즈는 단순히 희귀병이 얽힌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장르물에서 벗어나 불완전했던 한 인간의 성장사를 담아내는 기록이 된다. 여기엔 한진우를 연기해 낸 배우 류덕환의 몫이 컸다. 별개의 에피소드들이 모여 하나의 시즌을 구성하는 <신의 퀴즈>에서, 류덕환은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심축으로 훌륭히 자리했다. 특히 무성영화 형식으로 직장인의 하루를 표현해 낸 6화 '모던 타임즈'에서의 모습은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가 모자라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 OCN <신의 퀴즈4> 출연진 ⓒ CJ E&M
작품과의 궁합 또한 훌륭했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도 앳된 구석을 남겨놓고 있는 이 배우의 얼굴에, <신의 퀴즈> 시리즈는 극도의 피로 속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좇고자 노력하는 '어른'의 표정을 새겨 놓았다. 한진우가 한 시즌 한 시즌 성장해 갔던 것처럼, <신의 퀴즈> 시리즈와 함께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은 류덕환 또한 깊이를 더해갔음은 물론이다.
<신의 퀴즈4> 마지막 회에서 한진우는 서상우를 제거함으로써 자신을 둘러싸고 만들어졌던 악의 순환 고리를 끊어냈다. 동시에 시청자가 또 다른 형태의 다음 시즌을 꿈꿀 수 있는 여지도 생겨났다. 첫 시즌부터 지금까지 시즌 말미 한진우의 개인사가 등장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사건이 종결됐다면, '뫼비우스'를 끊어낸 이후엔 그가 맞설 거대 악 또한 모습을 달리 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간의 트렌디 드라마에 장르물을 대강 섞어놓은 것 같은 작품들이 범람하는 지금이야말로, <신의 퀴즈> 시리즈가 한국 최장수 수사물로서의 '부심'을 부릴 때가 아닐까. 아직도 오만한 인간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눈물을 닦아 줄 약자들 또한 여전히 저 어둠 속에 숨어 있다. "고된 여정의 피날레"를 맞기 위한 한진우 박사의 행진이 곧 다시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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