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할롱' 북상, 긴장하는 부산
주말 행사 연기 등 관광특수 실종에 지역 경제 울상
▲ 지난 4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으로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백여 톤 가량의 폐합판 더미가 높은 파도를 타고 밀려왔다. ⓒ 정민규
11호 태풍 '할롱'이 북상하면서 간접영향권에 들기 시작한 부산은 연이은 주말 태풍에 울상을 짓고 있다. 태풍을 가장 긴장하며 바라보는 곳은 해안가 주변이다. 특히 지난 주말 태풍 나크리가 몰고 온 거센 파도에 폐합판 더미로 뒤덮인 해운대 해수욕장은 2차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침몰한 선박에서 흘러나온 200톤 가량의 폐합판이 지난 4일 밀려든 해운대는 이틀에 걸쳐 2900여 명이 투입된 끝에야 겨우 해수욕장을 정상화했다. 하지만 할롱의 영향으로 폐합판이 추가로 해수욕장에 밀려들 가능성은 남아있다.
부랴부랴 침몰 선박 주변의 유실방지망 등을 점검하고 있지만 해상 날씨가 좋지 않아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양경찰 등은 폐합판이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에 여전히 1천톤 가량의 폐합판이 실려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말 행사도 태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마다 이맘때 열려온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태풍 때문에 일주일 행사를 연기했다. 당초 이 행사는 8일부터 10일까지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태풍이 일정과 겹치면서 15~17일로 행사 연기를 결정했다.
갑작스럽게 행사가 미뤄지면서 메인 출연진들이 상당수 불참하게 돼 축제를 기다려온 팬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커지게 됐다. 한국 밴드 YB와 외국 밴드 핀치(Finch), 임펠리테리(Impellitteri), 나이트레이지(Nightrage), 윈켄 딜러리움(WINKEN DELIRIUM) 등을 만나 볼 수 없게 됐다.
사라진 주말 특수에 지역 상인들 울상... 기상청 "피해없도록 만전 기해야"
▲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할롱'의 예상 경로. ⓒ 기상청
일정 조율이 어려웠던 해외 출연진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당초 해외 6개팀, 국내 17개 팀 등 23팀이 참가할 예정이었던 축제는 국내팀(19팀) 위주의 21개팀이 무대에 서게됐다. 축제조직위도 애써 준비한 행사가 축소된 데 실망을 나타내면서도 혹시라도 생길 안전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보다 답답함이 큰 쪽은 지역 상인과 관광업계다. 한 해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극성수기 주말이 연이은 태풍으로 실종되면서 울상 짓고 있다. 당장 오는 주말도 태풍의 영향으로 해수욕장의 입욕이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입욕이 금지된 지난 주말의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평균 100만 명 찾던 인파는 사라지고 15만 명 정도가 해수욕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산 전체 7개 해수욕장에도 45만 명 수준이 찾아 지난해 비슷한 기간에 비해 1/5 수준으로 방문객이 줄었다. 인근 상점은 눈에 띄는 매출 감소를 보이면서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조업 차질을 빚게 된 수산업계의 타격 또한 막대하다. 가뜩이나 높은 파도로 제대로 된 어획고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박들은 또다시 항구로 피항해야 할 입장에 놓였다. 주력어종인 고등어 어획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부산공동어시장도 공을 치는 날이 많아졌다.
거듭되는 태풍에 공무원 사회도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주요 부서의 비상근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는 태풍 북상에 맞춰 터널 공사현장에서 밤샘 근무를 하고 귀가한 공무원이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후송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공무원은 의식불명 상태로 위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산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과로 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긴장과 걱정을 안겨주고 있는 태풍 할롱은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방기상청은 "이번 주말에는 제11호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전 지역에서 많은 비와 함께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으니, 야외활동을 자제하시고 시설물 등의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시기 바란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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